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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쁘게 생기셨으면 오해 받을뻔 했어요 12010.06.03 22:53 [김옥자의 인권이야기]
인권운동사랑방 소식지에 실린 글을 허락받아 베껴서 올립니다.-약초밭
① “저기요, 이쁘게 생기셨으면 제가 오해 받을 뻔 했어요.” 처음 <인권오름> 원고를 부탁받았을 때 내가 제일 우려한 건, 딱히 인권단체에서 일해본 적도 일하는 것도 아니고, 내 스스로 나를 봤을 때 ‘인권’에 대해 그다지 높은 의식이 있는 것도 아닌,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생각한 게 생활 속 인권이야기이고, 매일같이 3-4시간을 보내는 지하철이야말로 각종 인권문제의 발생지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주 역시 지하철 스토리! 지하철에서의 일이다. 모임이 있어, 거의 막차를 탔다. 막차가 늘 그렇듯 사람이 가득 찬 지하철은 술과 각종 안주, 사람들의 채취가 뒤섞여 있었다. 자리를 찾지 못한 나는 한 쪽 구석에 서서 음악을 듣고 있었다. 만원 지하철로 30여분을 서서 가다보니 정말 머리, 어깨, 무릎, 발, 허리 안 아픈 곳이 없었다. 그래도 인내의 시간이 지나고, 목적한 정류장이 두어개 정도 남았을 때였다.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나를 확 미는 것이었다. 놀라 뒤돌아보니,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술에 잔뜩 취해 흐느적거렸다. ‘뭐, 술취한 사람 한두 번 보나. 내가 참자’ 하고 출입구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물론 기분은 좋지 않았다. 그리고 계속 음악을 듣고 있었고, 이제 지하철은 내가 내릴 정류장으로 막 출발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이번엔 거의 고의적이라 생각될 만큼 누군가 뒤에서 나를 안듯이 밀쳤다. ‘앗!’ 외마디를 지르며 뒤돌아보니, 또 그 남자, 아니 그 놈이다. 순간 “뭐하시는 거예요?”하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그 놈은 약간의 미소를 지으며 나를 쳐다본다. 미소를 보니, 기분이 확 상한다. “뭐하시는 거예요? 아까도 미시더니 왜 이러시는 거죠?” 그러자 거의 취해 눈도 못 뜨면서 손짓으로 나보고 이어폰을 빼보란다. “네. 뭐요.” “저기요, 미쳤어요?” “뭐라고요?” “미쳤냐고요?” “그게 무슨 말이죠?” “아니, 사람들이 날 미친 줄 알아요. 오해하지 마세요. 오해하는 거 같아서 말하려고 간 건데, 하필이면 너무 문 앞에 바짝 서 계셔서.” 술 취한 놈의 특징. 말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아~ 예~. 알았으니까 내리세요.” “아뇨. 사람들이 날 미친놈인줄 알아요.” 뭐한 놈이 성낸다고, 적반하장 수순이다. “알았다고요. 알았으니까 내리세요.” 그러더니 오히려 언성을 높이며 한 마디 한다. “아니요, 사람들이 날 미친놈인 줄 안다고요.” 어라, 이제 언성까지 높여? 안되겠다 싶었다. 조용히 넘어가려 좋게 말했더니, 취중에도 내가 여자라 만만한가? 좋아~ 나도 언성 높일 줄 알거든! “알았다고요! 입장 바꿔 생각해보세요. 전요, 놀랐어요. 아까도 제 등 뒤에서 절 미시더니, 이번에 쫓아오셔서 절 뒤에서 껴안으시듯 미시니 안 놀라요? 그래요. 말씀하신대로 제가 오해했어요. 그리고 놀랐다고요!” “아~ 네~ 끅~ 미안합니다. 저는 아무 뜻 없었어요. 놀라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런데요, 끅~ 오해하신 거예요. 정말이에요.” “네. 알았어요. 아무 생각 없으셨는데 제가 오해했어요. 놀랐고요. 그러니 이제 내리세요.” 이미 이성적인 사리 분별이 어려운 상황, 뭔가 망신스러운 자신의 상황을 수습하고 싶었는지 그 놈은 잠시 후, 출입문이 열리자 출입문 한 번, 나 한 번, 또 출입문 한 번, 나 한 번을 바라보다 이윽고 출입문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마지막 필살기(?) 한 마디를 던진다. “저기요, 이쁘게 생기셨으면 제가 오해 받을 뻔 했어요.” 그리고 문이 닫혔다. 집에 와 식구들에게 이야기하니, 첫 마디가 “상처 받았겠네.” 한다. ㅋㅋ 그 말에 더 상처받거든!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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