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경복궁 영추문쪽에서
바라본 길 입니다.
버스 지하철 마을버스
오는대로 아무거나 타고
광화문지나 경복궁거쳐
통인시장 떡복이 사먹고
삼청동 지나 인사동.
엄니가 사준 아동용분홍
잠바입고 등산화 신고
아장아장 타박타박
원없이 걸어다녔지요.
차가 끊긴 도로.
눈이 소리를 흡수해서
고요했답니다.
~~~정혜신의 마음에세이 한자락
놓고 갑니다.
음미하시길
<오늘 알았다>
평생 자신의 불안전성에 집중했으면서도
자신의 작품 수준에 대한 자부심은 잃지 않았다는
균형잡힌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가 어느 날 조각 작품 한 점을
밤새워 완성하고 집밖으로 나오다가 심하게 좌절했답니다.
그를 무릎 꿇게 한 것은
햇빛을 머금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었다지요.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자연의 그 황홀한 창작물을
능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는 겁니다.
매일처럼 보아 오던 햇빛과 바람과 나뭇잎이었음에도요.
그 후부턴 부끄러워서 자신의 작품에 사인을 못했다는
민간설화식 에피소드가 있더군요^^
살다보면 어제와 다름없던 오늘의 풍경 속에서 문득,
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오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자기의 긍정적 실체와 조우하는 경험이 주는
벼락같은 인식의 전환과 힘은 비할 바가 없습니다.
자신의 불완전성을 명료하게 의식하면서도
자기 존재의 긍정성을 홀대하지 않고 토닥일 수 있다면
그 또한 능력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렇게 지나온 시간을 갈무리하는 시점에서는
‘내가 두 개라면 이럴 때 하나의 내가 다른 하나의 어깨를
툭툭 쳐주었을 것 같다’는 소설의 한 구절이
꽂히듯 마음에 와 닿습니다.
인디언 달력에 의하면,
12월은 무소유의 달이고 1월은 마음 깊은 곳에 머무는 달이라지요.
모두 이름대로 그런 달이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