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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번개 치고싶당~~원위크 (시사IN펌)

2009.10.06 17:00

약초궁주 조회 수:1758 추천:209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원위크> 감독:마이클 맥고완 주연:조슈아 잭슨·리안느 바라반
[107호] 2009년 09월 25일 (금) 01:03:45 김세윤 (영화 에세이스트)
“살날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면?” 누구나 쉽게 질문하지만 아무도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할 수 있는 건 너무 적다는 결론에 도달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망설이고 허둥대는 사이, 째깍째깍… 야속하게도 시계 바늘은 절대 망설이거나 허둥대는 법이 없다. 주저하는 동안 죽음이 닥치고 당황하는 동안 삶이 끝난다.

다행히 벤(조슈아  잭슨)은 잠시 허둥댈 망정 오래 망설이진  않았다. 결혼식을 코앞에 두고 암 말기 선고를 받던 날, 충동을 곧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그날 오토바이를 사서 다음 날 여행을 떠난 것이다. 약혼자 사만다(리안느 바라반)에게는 이틀 뒤에 돌아오겠다며 안심시켰다. 하지만 이틀 뒤에도, 사흘 뒤에도, 벤은 이상하게 오토바이를 멈출 수가 없었다. 토론토에서 밴쿠버까지, 그 넓은 캐나다 땅을 통째로 횡단하는 데  걸린 시간이 꼬박 일주일. 길 위라는 노트에 두 바퀴를 펜 삼아 써내려간 한 남자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관객에게 한 장 한 장 넘겨 보여주는 이 영화는,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최고 인기작 <원위크>이다. 
   
풍광이 끌고 음악이 미는 여정

말기암 진단을 받는 주인공이 처음도 아니고, 무작정 길을 떠나는 로드무비가 드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압도적인 캐나다 자연 풍경을 2시간 내내 보여준 영화는 내 기억에 처음이다.

캐나다에서 나고 자란 감독은 주인공의 대륙  횡단 여정을 따라 실제 여행 명소를  옮겨 다니며 영화의 시간 순서대로 찍는 지극정성을 보여준다. 밴드의 이름은 처음 듣지만 음악의 느낌은 친근한 노래 열한 곡도, 가을 낙엽처럼 말라비틀어진 감성을 촉촉하게 적시는 데 일조한다. 영화평론가 박평식이 기가 막힌 한 줄 평으로 정리했듯이, “풍광이 끌고 음악이 미는 여정”이야말로 이 영화가 내세우는 최고 자산. 하지만 이 영화의 미덕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영화 속 한 장면. 약속한 이틀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자신을 어서 돌아오라고 다그치는 약혼자에게 벤이 이렇게 항변한다. “암이 문제가 아니라 내 인생 자체에 회의가 들어. 왜 틀에 갇혀야 하는데? 왜 항상 어깨가 무거워야 하는데? 난 점점 우리 아버지가 되어가고 있어. 물론 좋은 분이고 사랑하지만, 그렇게 살고 싶진 않다고. 난 이렇게 살고 싶어, 이렇게!”

점점 무거워지는 어깨 때문에 납작해진 오늘과 자꾸 아버지의 지난날을 닮아가며 시시해지는 미래를 염려하던 요즘이다. 단 일주일이라도 남이  가지 않은 길을 달리는 주인공을 보며 받는 자극이 그래서 소중하다. 불쑥불쑥 고개 내미는 ‘이거 말고 다른 인생’의 욕망을 두더지 게임 하듯 열심히 내리찍으며 맹렬하게 지루해지던 나를, 잠시 영화 속 낯선 길 위에 세워두고 행복한 공상에 빠져들게 만드는 건 로드무비의 가장 고마운 선행 아닌가. 누구처럼 충동을 곧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한다 해도, 언젠가 행동하려면 평소 이런 충동에 자주 흔들리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걸 경험으로 안다. 3년 전,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보고 결국 6개월의 남미 배낭 여행을 결행한 건, 그전에 수도 없이 많은 로드 무비를 보며 가슴속에 저장해둔 로망이 오랜 숙성 끝에 도달한 ‘역마살의 발효과학’이 일군 쾌거라고 믿고 있으니까.    

여행은 벤에게 병원에서 ‘환자’가 되어 조바심 내기 전에 길 위에서 ‘현자’가 되어 여유로워지는 법을 가르쳤다. 좋은 로드무비는 관객도 덩달아 현자로 만들어준다. 캐나다에 가고 싶고, 오토바이를 사고 싶고, 더 늦기 전에 나의 오랜 로망을 실행하고 싶게 만드는 이 영화는, 그래서 좋은 로드 무비이고 생각할수록 아름다운 일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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