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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소리따라] 위도 띠뱃놀이2009.05.13 01:19 [길따라 소리따라] 위도 띠뱃놀이
작성자 최장재희 (장철학정명원 http://bokdg.com)
격포항에서 40분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면 대리. 대리마을에선 해마다 음력 1월 3일에 위도띠뱃놀이 풍어제가 열린다. 십여년전부터 풍어제 한 번 보고 싶어, 강원도 출신 어부님께 부탁도 드려보았는데 어찌하다가 실제로는 아직도 못보았다. 위도 띠뱃놀이도 케이블티비에서 언뜻 지나다가 본 것인데 그만 눈을 붙잡혔다.
내가 유독 위도 띠뱃놀이에 관심이 가는 것은 오색오방기와 태극기.<BR>국악한마당을 보는 듯한 굿판 때문이다. 위도 띠뱃놀이의 시작은 먼저 마을에서 회의를 거쳐서 제장들을 정하고 제반사항을 결정한 다음, 원당굿을 시작으로, 축문으로 소원성취를 빌고 액막이도 한다.
예전엔 물반 고기반이라는 황금어장이었다는 칠산바다. 그러나 어느 한때, 지독한 풍랑으로 500 여척의 어선이 전복되고 600 여명의 어부가 몰살을 당하는 혹독한 시련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후론 마을의 원당이 더욱 애틋한 사당으로 자리 잡은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풍어제의 하나로서, 띠뱃놀이는 마을 사람들이 추렴을 해서 만드는데, '띠'를 낸다고 하고 짚과 억새풀로 만든다. 어부를 상징하는 허수아비도 정성껏 만들고 돛대도 달고, 오방기를 달고선 (태극기도 펄럭인다) 바다로 띄워져서 만선을 기원하고 액을 막는다.
굿판에 쓰는 새끼줄은 왼새끼를 꼬아야 하는데, 그 이유는 사람이 쓰러지지 않고 사는 것은 왼새끼라 하여 왼새끼를 꼬아 쓴다. (이건 일반 풍물굿에서도 왼새끼를 쓴다)
제장들은 화주, 원화장, 부화장으로 이루어지고 제장들은 제물을 마련할 때, 침이나 이물질이 들어가지 못하게 하얀수건을 마스크처럼 쓰고 한다.
제물을 마련하는 것을 제숙이라 하고 이는 신과 사람이 나누어 먹는 제물의 뜻으로, 돼지 한마리를 써도 용도가 따로 있다. 제물중엔 역시 돼지가 중요한 제물로 여겨지는데 수퇘지를 쓰고 돼지머리를 당연히 원당에 올리지만 돼지 입에 칼이 물려 있다.
나중에 돼지를 잡았음을 알리기 위해, 제물이 놓여지면 풍물을 치고 비로소 원당의 굿도 시작된다. 그때 마을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띠배를 만들거나 마을굿 (주산돌기) 을 준비하며 함께 신명을 올린다.
원당굿은 제장들이 엄숙하게 지내는 편이고 당나무를 비롯, 당골(무당) 이 성주굿을 하기 시작하는데, 다른 굿과 다르다 싶게 느껴지는 것은 무당의 굿풀이 형식이다. 마치 판소리를 하듯, (보통 무당들의 문서 읊기가 아닌가 싶다) 노래 하듯이 하는 것이고 무당의 굿이 하나씩 끝낼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 풍물도 받아 울리는 형식이 특이해보인다.
그리고 서낭굿이 이어지고 (원당, 본당, 장군서낭...) 내가 본 당시에 서낭굿을 하는 이는 박사학위를 갖고 있다던가. '위도띠뱃놀이' 풍어제를 전수받기 위해 2년간 전수자로 참여하고 있다는데, 똑똑하고 반듯하게 생기신 얼굴에 쑥스러워하는 느낌도 드는 게, 그래서 그런지 소리(문서 읊기) 가 좀 아쉬운 형국이다 싶어, 내 목에 그만 힘이 다 가는 게, 왈칵 내 욕심이 났다. ㅋ 당골할머니도 소리는 눈 감고도 하시겠는데 연만하셔서 그런지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 (소리만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닌데다, 내가 소리를 잘하는 것도 아니면서 이런 건방진...ㅋ)
깃굿은 배의 깃에 내리는 굿인데 (또는 선주굿이라 한다), 굿을 하고 선주들에게 쌀을 즈는데 당골이 내민 쌀을 손에 받아 들고선, 홀수면 버리고 다시 받으며 짝수면 그 자리에서 먹는다.
그것이 선왕받는 것이라 하고 장군선왕이 내리기를 학수고대하며 장군선왕이 내리면 한지에 써서 주는데 '깃손'이라 하며 비로소 배에다 달고 풍어를 기원한다. 당골네는 돈을 더 내라 닥달하기도 하고 선주들은 장군선왕 내려 달라 떼를 쓰기도 한단다.
'화장'의 역할을 맡은 이는 얼굴에 검정칠을 하고 원당에서 내려올 때, 구르거나 넘어지며 내려오는데 다치지 않아야 좋다고 하며, 술을 아무리 마셔도 실제 잘 다치지 않는다고 하는데, 술을 너무 마셔서 불안한 모습을 연출할 때도 있다 한다.
원당의 굿판이 끝나면 띠배를 띄우는 바다의 물때도 맞게 된다고 한다. 바닷사람들이니 당연히 물때를 알아서 맞출 것이다. 원당굿이 끝나면 마을을 도는 주산돌기라는 마을굿이 벌어지고 용왕님과 바다에 빠져죽은 혼들에게 주는, '줄밥'이란 것을 준비하여 '용왕밥주기'를 한다. '가래질소리'소리와 함께 마을여성들이 주도적으로 바다를 향해 준다.
과거엔 물반 고기반이라는 황금어장이었다는 그 바다, 칠산바다로 띠배를 띄우는 동안에도 (모선이 한참 끌고가다가 어느 지점에서 띠배를 놓아 흘러가게 한다) 모선배안에선 만선을 상징하던 '배치기노래'와 풍물소리가 흥겹게 울려퍼진다.
일과 놀이가 구분이 안되고 구분을 할 필요가 없던, 우리 민족만의 특성같은 과거여행을 하는 기분이기도 하다.
특히 도시녀로 태어나 자란 내가, 설명할 길 없는, 맘속의 뱃고동소리 같은, 광대만 같은, 막막한 이내 심정을 망망대해에 함께 실어보낼 밖에는.
바람 앞의 장명등은 꺼지건 말건 우리들의 사랑만은 변치 말자고 창해만리 키를 잡은 외로운 사공만 목 놓아 울어본다. 비 내리는 서울.
※ 위도띠뱃놀이 (중요 무형문화재 제 82-다호) 매년 음력 1월 3일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면 대리228번지 http://www.widottibaenn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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