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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을 살려내자 <김선주칼럼>

2009.05.06 10:40

약초궁주 조회 수:1919 추천:203

<김선주 칼럼> '장자연'을 살려내자 2009년 5월 5일자

   
〈권력과 싸우는 기자들〉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을 하야시킨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을 취재했던 우드워드와 번스틴 두 기자의 이야기다. 1972년 공화당의 닉슨 대통령은 재선을 앞두고 민주당 선거위원회 건물에 도청을 지시했다. 단순절도 사건에서 시작된 이 사건은 두 기자의 보도에 힘입어 닉슨 대통령을 1974년 권좌에서 끌어내리기까지에 이른다.

영화 <대통령의 사람들>로도 잘 알려진 워터게이트 사건과 우드워드·번스틴 두 기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새삼 흥미로웠던 것은 두 기자가 익명의 취재원을 어떻게 끝까지 보호할 수 있었을까 하는 점이었다. 익명의 제보자, 혹은 내부고발자가 없으면 결코 진실에 접근할 수 없는 것이 권력 내부의 은밀한 사안들이다. 두 기자도 역시 익명의 내부고발자가 신빙성 있는 고급 정보를 주었기 때문에 사건을 추적할 수 있었다.

 

 

워터게이트 사건이 일어난 것이 1972년이었고 익명의 제보자가 밝혀진 것은 33년 만인 2005년 6월이었다. 그것도 두 기자에 의해서가 아니라 익명의 제보자의 가족과 변호사들에 의해서였다. 익명의 제보자는 당시 연방수사국(FBI)의 2인자였던 펠트였다.



우리 사회라면 대통령을 하야시키게까지 한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익명의 제보자를 단 한 달이라도 보호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의 두 기자는 신문사 내부, 혹은 어떤 권력으로부터도 익명의 제보자를 밝히라는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배우 장자연이 자살한 지 두 달이 지났다. 그가 죽은 후 주민등록번호와 지장을 찍은 슬픈 문건이 공개되었다. 구체적이고 적나라하게 자신이 겪은 일을 써 내려갔지만 정작 언론의 관심은 리스트에만 있었다. 리스트에 적시된 돈과 권력 있는 인물들은 협박과 압력으로 리스트를 막으려고 했지만 리스트는 비공개 형식으로 공개되었다.



<권력과 싸우는 기자들>을 번역한 언론인 차미례씨는 옮긴이의 말에서 이 책을 번역하게 된 동기는 두 기자가 팩트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진실을 밝히는 일에 끈질기게 매달렸다는 점이라고 했다. 보도자료와 남이 말해준 팩트에 매달려 사실을 밝히는 것만으로 기자의 임무가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 줬기 때문이라고 한다. 진실 여부가 아니라 현안 팩트를 수집해서 편집게재하다 보면 사실의 파편들은 기자나 회사, 사실 제공자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변형되고 진실과 거리가 먼 기사로 가공되어 나타나기 쉽기 때문이라며 현 언론 관행을 진단하고 있다.



장자연 사건이 전형적인 예이다. 죽음으로써 문제를 제기한 연예계의 성상납 관행의 진실이 밝혀져야 하는데도 점점 진실과는 거리가 멀어져 가고 있다. 문건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정말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건드리지 못한다는 것을 안 순간 언론의 관심은 멀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평론가인 동국대 유지나 교수는 장자연 사건을 열심히 뒤쫓고 있다. 직업상 여배우들과 개인적 친분을 갖고 있는 그는 연예계의 어두운 현실에 대해 여러 가지 정보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 톱스타 가운데 한두 명이라도 내부고발자가 되어 자신이 당한 일을 샅샅이 공개함으로써 장자연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고 싶다고 한다. 장자연 사건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보면서 내부고발자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낙심하고 있다.



진실을 밝히고, 내부고발자에 의해서 장자연을 살려내서 제2, 제3의 장자연이 나오지 않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가 공범자가 되리라는 그의 주장에 동의한다. 그러나 내부고발자를 보호할 수 없는 현실과,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이 오히려 우리 사회에서 매장될 것을 생각하면 진실을 향하려는 그의 용기에 선뜻 손을 들어줄 수가 없어 안타깝다.



김선주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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