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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로서의 예수 (마키노 도커오)

2009.04.10 16:22

약초궁주 조회 수:2521 추천:310

페미니스트로서의 예수

 

- 녹색평론 마키노 도커오(에코팜 뉴스)

 

  여성도 남성도, 그 인권은 평등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여성스러움이나 남성다움을 부정하는 것은 우스운 짓아다. 눈은 보기 위해서 존재하고 귀는 듣기 위해서 존재하지만, 눈이 보이지 않거나 귀가 들리지 않는 이가 그런 이유로 인해 인간으러서의 가치가 조금도 깎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로 말이다.

 

 

  민족차별을 부정한다면서 민족문화를 부정하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성차별을 허용하지 않는 것과 성별간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은 별개이다. 성은 단순하게 둘로만 나누어지는 게 아니라 성 적소수자들도 엄연히 존재한다.

 타인의 인격을 부정하는 성적 기호(嗜好)는 허용되어서 안되지만, 게이나 레즈비언은 자식을 낳을 수 없다는 것 말고는 아무런 문제도 없는 이들이다. 성동일성(性同一性)장애자나 동성애자에게도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하여, 미국에서도 성전환수술이나 동성간의 결혼도 합법화하는 리버럴한 자치제도 나오고 있다.

 

 

  나는 이렇게 다양한 성의 형태를 인정하는 것은 옳다고 생각한다. 내가 소속된 일본성공회는 영국 국교계의 개신교로 수년 전에야 비로소 여성 사제(司祭를 인정하게 된 보수적인 교파이지만, 미국성공회에서는 동성애자인 주교도 탄생할 정도여서, 언젠가는 일본에서도 그게 당연한 일이 되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성서에서는 신구약을 막론하고 동성애를 신에 대한 거역행위로서 죄악시하고 있다. 하지만 죄라고 규정한 것은 신이 아닌 사람이다. 성서는 신의 말씀이 아니다. 신약성서의 디모데전서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우위의 입장에서 남성을 지도하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라고 하고, 여성은 언동을 삼가고 정숙하고 순종해야 하며, 자식을 낳음으로써 구원받는다고 가르치고 있다.

 페미니스트까지는 못되지만,이런 여성 차별이 성서에 당당히 씌어 있는 데에는 분개한다. 성서는 처음부터 신이 최초에 남자를 만들고 그 갈비뼈로 여자를 만들었는데, 그 여자에게 속아 금단의 열매를 먹은 것이 죄의 시작이라고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는 만큼, 여성 멸시는 곳곳에 있다. 성서를 신의 말씀이라고 가르쳐 온 탓에 세계의 진보가 얼마나 방해받았는지 생각하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나는 스스로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성서에 씌어진 것이 전부 진리라고 보는 바보 같은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 바울의 이름으로 디모데에게 편지를 쓴 작자(作者)는 터무니없는 남자임에 틀림이 없지만, 내가 기독교인임을 그만두지 못하는 것은 예수라는 인간만은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약성서가 지금의 형태를 갖게 된 것은 3세기이다. 성서의 예수는 신의 아들로 추앙받은 나머지 각색되어 있지만, 그는 생전에 술꾼에다가 먹보라고 야유를 받은 처지였다. 성서에도 확실히 그렇게 씌어 있다.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기적도 일으킨다. 아마 이것은 그다지 놀랄 것도 없는 트릭이었을 것이고, 예수는 실로 인간적인 냄새를 물씬 풍기는 녀석이었던것 같다.

그러나 그가 품었던 신앙은 극히 강력한 것이었고, 홀로 유대 신정(神政)국가와 대로마제국을 적으로 돌려, 그 결과 가장 잔학한 형벌인 십자가형에 처해져서도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성서를 쓴 인간들은 믿지 않아도, 이런 남자라면 믿을 만한 것이다.

 

  예수가 유대의 율법에 의해 죄인으로 지목되어 있던 최하층 사람들과 친밀하게 지냈던 것도 확실히고 그 중에는 창녀도 있었다고 성서에는 씌어 있다. 예수는 어떤 사람도 차별하지 않았기 때문에, 동성애자에 대해 말한 기록은 없지만 만약 동성애자와 만났다면 차별 없이 교류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또 예수가 "너의 믿음이 너를 고쳤다"고 하며 많은 여성들을 불치의 병으로부터 구원했다고도 성서에 적혀있다. 창녀 외에는 여성의 직업이란 것이 없는, 차별이 심했던 시대에 예수는 여성을 조금도 차별하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이 그를 우러러보았던 것이리라. 지금으로 말하자면, 페미니스트였던 것이다.

 

  그러면, 세계 최초의 크리스찬은 누구였던 것일까. 그것은 열두 제자가 아니라 막달라 마리아로, 부활한 예수를 최초로 만났다고 전해지는 죄 많은 여자였다.

그녀를 죄 많은 여자로 성서가 적고 있는 것은, 그녀를 몰아내어 초대 기독교 교회를 남성들이 좌우하려는 무리들(디모데전서의 작자도 그 하나)의 음모에 의한 것일 것이다. 그녀는 매춘부였다고 알려져 있지만, 성서에 확실히 그렇게 씌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든 그렇게 생각되도록, 그런 방식으로 씌어 있을 뿐이다.

 

  1945년 이집트의 나그 함마디에서 발견된, 정전성서(正典聖書)로부터 배제된 그노시스파 문서인 도마복음서나 빌립보복음서 등에 의하면, 막달라 마리아를 비롯한 여성들은 예수가 처형되는 십자가 형장에도 있었지만, 12명의 남자 제자들은 겁을 먹고 도망치는 중이었다.

 

예수를 최초에 따랐던 것이 여성들이었다는 사실은 정전복음서의 저자들도 차마 감추지즌 못했지만, 초대 기독교 교단을 부활한 예수와 만났다고 하는 남성 사도들만이 독점하고 여성들을 배제하기 위해서 막달라 마리아 등 여성들을 죄 많은 여자로 몰았던 게 사실이 아닐까.

 

  여성차별주의자는 어느 시대에도 있어왔지만, 권위에 기대어 으스대는 용기 없는 남성들은 틀림없이 여성차별주의자들이다. 이는 남성의 육체적인 우위성과 폭력이 결합하여, 폭력에 의한 지배가 여전히 사회의 계층질서를 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와세다대학이나 도쿄대학과 같은 명문대 학생들로 구성된 사교 서클에서 벌어진 집단 강간사건이 밝혀졌는데, 이 사건을 두고 자민당의 오오타 세이치(太田誠一)의원은 "강간할 정도로 원기가 있는 쪽이 좋다"라고, 인격이 의심스러운 발언을 태연히 하고, 모리 요시로전 수상도 "아이도 낳지 못하는 여자 운운"하는등 여성 멸시 발언을 하였다. 그만큼 실언이 많은 의원도 없었는데, 학생 시절에 매춘방지조례 위반 혐의로 체포된 사실을 감추고 있었던 걸 보면, 그럴 만한 사람이기는 하다.

 

이런 의원은 자꾸 실직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여성을 차별하는 인간은 다른 온갖 차별을 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고이즈미총리의 이혼도 가정폭력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으니,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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