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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프로젝트의 끝자락에서-김연 소설가2009.03.12 14:01 한겨레 오늘 신문 2050 여성살이에 실린 글입니다 소설가 김연씨가 쓰고 있지요. /
딸이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새 교복을 입고 거울 앞에서 떠날 줄 모르는 애를 보고 있노라니 세월이 유수 같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내가 저걸 낳아서 이렇게 잘 키웠단 말이지 ….
궁벽한 산골에서 혼자 애 키우느라 고생했다고, 자랑스럽다고 스스로에게 칭찬을 마구 퍼붓고 싶다. 어렸을 때는 매순간이 너무 예뻐, “이대로 멈춰라!” 주문을 걸었는데, 언제부턴가 하루라도 빨리 커서 내 인생의 가장 큰 숙제로부터 벗어나고픈 마음이 더 간절해졌다. 자식 기르기를 빗대어 ‘18년 프로젝트’라고 하는데 이제 아이가 성인이 되기까지 3년이 남았으니 어느덧 결승점이 코앞인 종반 레이스에 들어선 셈이다.
초등학교 졸업식 날, 딸 교실에 들어갔다가 아이들 사진 옆 좌우명과 글이 붙어 있는 걸 봤다. 딸의 좌우명은 “이건 내 인생”이란다. 엄마인 나의 좌우명이다.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고삐를 쥐고 살겠노라고 다짐한 것. 딸은 엄마의 좌우명과 인생이 맘에 들었던 걸까? 그 옆엔 이런 글도 있다. “항상 강한 모습만 보여주는데 엄마 발의 각질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엄마 사랑해 ~.”
졸업생 14명이 주인공이 되어 축제처럼 치러지던 초등학교 졸업식이 엊그제 같은데 딸은 중학교를 졸업했다. 초등학교 땐 혁명적인 환경 변화로 힘들어했는데, 중학교 때는 그동안 쌓인 내공으로 정면돌파·위풍당당·기세등등. 엄마랑 집에서 둘이 노는 것보다 학교에서 선생님들 흉보고 친구들과 소리치며 노는 걸 더 즐거워한다.
아침마다 차로 ‘등교 투쟁’을 벌이는 게 지겨워 “학교 가지 마!” 소리치는 엄마에 대한 반작용일까. 뜯어말릴수록 죽도록 더 하고 싶은 인간 심리를 엄마가 실생활에 적용하고 있는 것도 모르고 어느새 딸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범생’의 한길에서 놀고 있다.
딸은 읍내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에겐 집 가까이 있는 학교가 최선의 선택이었다. 딸의 먼 미래가 발목 잡히든 말든 내가 당장 딸과 떨어져서는 하루도 살 수가 없는 사람인 걸 어쩌랴. 나는 ‘18년 프로젝트’ 수행 기간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딸과 딱 들러붙어 살 작정이다.
만 18년의 생활을 온전히 함께한 뒤 미련 없이 놓아줄 참이다. 한 인간의 성장을 지켜보며 더불어 성장할 수 있었던 축복받은 세월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딸아, 엄마랑 지지고 볶고 살 세월도 이제 3년 남았다. 엄마가 남은 레이스도 혼신의 힘으로 질주하겠다는데 …, 영광인 줄 알아, 이것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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낄낄..영광인줄 알아라 이것아.
나도 오늘 집에 가면 이 대사 써먹어야 겠쓰요.
혼신의 힘으로 질주하다간 쓰러진다우.
그대의 청춘을 위해 힘을 좀 남겨두시우.
지속가능한 인생이 되게끔.
18년 끝나도 놔주기 힘들거덩. 부디 잘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