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성적표를 나눠주기 위해 학생 이름을 한 명씩 부릅니다. 자신의 성적표를 받아든 학생들 대부분이, 성적표를 보곤 (만족스럽다는 듯이)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릅니다. 유럽에서 공부 중인 우리나라 여고생이 전하는 한 교실의 풍경입니다.
처음엔 겨우 두 세 개만 틀려도 시험을 잘 못봤다며 유럽 친구들 앞에서 울상을 짓다가 거의 왕따 수준의 공격을 받을 뻔했던 한국 여고생은 이제는 그들을 이해하는 눈치입니다.
비단 교육에 국한된 문제는 아닙니다. 믿을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빛나는 특성을 순하게 인정하는 일에 더할 수 없이 인색합니다. 일부러 홈그라운드를 피해서 불리한 원정경기만 고집하는 ‘있다, 없다’할 때 그 ‘없다’ 운동팀과 비슷합니다.
이종격투기 선수가 자신의 주종목은 접어둔 채 상대방의 주종목에 맞춰 싸우면 이길 수 없는 게 자명합니다. 박태환을 축구장으로 데려가 박지성 만큼 뛰지 못한다고 욱박지르고 김연아에게 골프채를 쥐어주고 미셸위처럼 스윙을 못한다고 한숨쉬고 조용필의 글발이 양인자만 못하다고 혀를 차기 시작하면, 견뎌낼 장사가 없지요.
저는 비교적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잘 활용하는 편입니다^^* 지나치게 자책하지도 않지만 나에 대한 상대방의 칭찬도 의심하지 않고 순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럼에도 극심한 좌절감이나 열패감이 생길 때면 혹시 박태환이 축구장에서 헛발질하고 있는 건 아닌가, 김연아가 골프장에서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던 건 아닌가, 찬찬히 돌아봅니다. 그럼 그것으로 상황이 명료하게 정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던걸요, 저같은 경우엔 ^*^
~~~여성들이 흔들리고 불안할때.
호적 파가지고 친정이란 홈그라운드를 떠날때도.
명절에 시집 부엌에 들어갈ㅋ때도...맘이 편치는 못할거예요.
그건 원정 경기 떠나는 선수의 심정과 같을테니까요.
음식 실력도 좋고 힘도 좋아서 2박 3일 감당잘할수 있다면
다행인데...
설이 끝나고 돌아온 환자들에게 안부를 물은 결과.
몸이 약하고 살림이 서튼 색시들이 무진장
스트레스를 받았던걸요.
나의 젊은 시절과 마찬가지로.
매년 원정 경기에 열받지 말고
체력 실력 근력 갖춰서 선방 하기를. ^&*
홈그라운드에서는 부디 편안하고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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