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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걸고...<김선주 칼럼>

2008.11.27 15:09

약초궁주 조회 수:1905 추천:240

 

한겨레 언론인 김선주선배님의 칼럼이다.

읽어보기 생각하기....~~~~

 

 

 

이땅에서 진짜 술꾼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술을 마셔야 한다

이땅에서 참된 연애를 하려거든 목숨을 걸고 연애를 해야 한다

이땅에서 좋은 선생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교단에 서야 한다

뭐든 진짜가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목숨을 걸고…

이 시는 ‘오송회’ 간첩사건의 주범으로 조작되었던 이광웅 시인의 <목숨을 걸고>라는 시다. 진짜 교사가 되려 했던 이광웅 시인은 지난 25일 전두환 정권 시절의 대표적인 공안조작사건이었던 ‘오송회’ 연루자 9명 전원에게 26년 만에 무죄가 선고된 자리에 없었다. 심한 고문을 당하고 감옥에 갔다가 풀려나 다시 복직했으나 전교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해직되고 힘든 세월을 보냈던 이광웅 시인이 암으로 세상을 뜬 것은 15년 전이다.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억울한 세월을 살았으면서도 그는 맑디맑은 심성의 좋은 시를 남겼다.

광주고법 형사1부(재판장 이한주)는 이날 이례적으로 26년간 어려운 세월을 살아온 이들에게 법원의 이름으로 사과를 했다. ‘검찰의 조서 등은 고문·협박·회유에 의한 것으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히고, 경찰에서 전기통닭구이 등의 고문이 행해진 것을 인정했다. 그리고 ‘피고인들이 국가보안법과 반공법을 위반한 적이 없고, 법원에 가면 진실이 밝혀지겠지 하는 기대감이 무너졌을 때 여러분이 느꼈을 좌절감과 사법부에 대한 원망, 억울한 옥살이로 인한 고통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했다. 미술교사였던 부인 김문자씨 역시 해직과 복직을 겪으며 신산한 세월을 살아왔다. 법정에서 판사가 원고 없이 억울한 누명을 썼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말을 들으며 한 편의 좋은 시를 읽는 것 같은 감격을 맛보았다고 한다.




간첩, 빨갱이라는 낙인은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사망 선고를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군산제일고 전·현직 교사 9명이 4·19 기념식을 하고, 정부와 미국을 비판하고, 김지하의 <오적>을 낭독했다는 이유로 간첩이란 누명을 씌워 사회적 사망 선고를 내렸다. 빨갱이의 자식, 간첩의 가족이라는 누명 아래 자녀를 기르고 밥벌이를 하고 생명을 유지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면 동시대를 산 사람으로서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특히 이광웅 시인은 주모자로 몰려서 관련자 가족들의 원망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이 시인 부부는 항상 마음에 짐을 진 것 같은 세월을 살았다. 자신의 억울함보다는 자신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동료들과 그 가족들을 걱정하며 이중의 고통을 겪었던 이광웅 시인도 저세상에서 이제야 비로소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을 것이다.

민주화 과정을 거치는 동안 우리 사회엔 진짜가 되기 위해, 진짜를 말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에게 우리 사회는 커다란 빚을 졌다. 그 값진 노력 덕에 우리는 역사적 진실에 접근하기도 했고 도덕성을 확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는 그런 노력의 성과를 무로 돌리려는 움직임에 직면했다. 서울시 교육청에서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할 역사특강을 위해 꾸려진 강사진의 면면과 이들의 평소 발언을 종합해 보면 이들이 역사를 진짜로 가르치리라 보기 어렵다.

가짜를 진짜라고 우긴다고 해서 진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역사를 가르치려면 진짜를 가르쳐야 한다. 26년 만에 ‘오송회’ 사건의 진실이 밝혀진 것처럼, 가짜를 주입해도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지는 법이니까.

김선주 언론인


어제 정태춘님의 노래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에 울컥.
어둠이 깊어가 새벽이 그리운 이들, 노래 찾아서 함 들어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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