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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들은 어떻케 점심 먹을까?

2008.11.05 10:25

약초궁주 조회 수:2522 추천:311

미쿡 뉴욕 직장에 다니는 미갱이.

기자 생활을 하다가 미국에 간 뒤로

부르클린에서 사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써왔다.

 

나야 도시락을 까먹지만

우리 직장인들. 뭉쳐서 몰려서 다니는것도 좋지만

호젓한 점심도 좋을듯 싶다.

 

근사한 공원이 없어서 쪼까 무리이긴 하지만.,

학교 운동장은 안될까?

양지바른 공원엔 할압지들이 이미 점거하고 계시지만

(담배 뻑뻑 피워대셔서 곤란하긴 해도)

점심을 먹을수 있는 햇살 따땃한 곳을 찾아보자.

 

~~~~~~~~식사 하실래요? 


뉴욕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맞은 첫 점심시간에 난 깜짝 놀랐다. 직원들이 갑자기 어디론가 몽땅 사라져 버리는 게 아닌가? 점심시간이면 부서원들이 함께 우르르 몰려 여기저기 맛있는 집을 찾아 밥 먹으러 다니던 한국 직장에서의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처음엔 어디로 혼자 식사하러 가야할 지 참 난감했다. 엉뚱한 식당을 기웃거리다 바가지를 쓰기도 하고, 아예 쫄쫄 굶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다 보니 회사일의 연장인 양 점심시간이면 다함께 밥먹고, 또 회사 이야기하고 또 하고 하던 때와는 다른 묘한 재미가 있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오롯이 가질 수 있게 되는 게 그 첫째 즐거움이었다. 식사는 대충 때우고, 쇼핑을 즐기기도 하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시내 곳곳에서 펼쳐지는 간이 공연이나 전시를 살짝살짝 구경하기도 하는 맛이 짭짤했다. 여기선 누군가 한턱 쏘겠다고 해도 내켜하는 기색들이 없다. 공짜 점심을 얻어먹는다는 생각 보다는 내 시간이 뺏긴다는 생각을 먼저 하기 때문이다. 한국 회사이기 때문에 그 정도가 덜하긴 하지만, 미국 회사에서는 저녁 회식은 고사하고, 회사 동료들끼리의 점심 회식도 거의 보기 드물다. 점심시간 맨해튼 길거리에 나서면 여기저기 혼자 걸터앉아 샌드위치나 샐러드 먹는 직장인들로 넘쳐난다.

loney lunch 3.JPG

요사람! 



 

모두 혼자다. 물론 둘이서, 셋이서 짝을 지어 먹는 친구들도 눈에 띄지만 대부분 혼자다. 점심시간이면 맨해튼 길거리 모퉁이 모퉁이가 식당으로 바뀐다. 점심 먹는 시간이래야 고작 5분에서 10분. 그리곤 어디론가 각자 바쁘게 사라진다. 12시땡! 점심시간의 개념도 희박하다. 오후 3~4시에 간단히 샌드위치로 때우기도 하고, 컴퓨터 앞에서 샐러드를 먹으며 계속 일하기도 한다. 나도 이젠 이런 점심시간에 익숙해져 누가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하면 머릿속에서 계산기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내 점심시간의 자유를 유예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인가? 관계인가?‘ ’저녁 식사? Oh! No! No! No thank you!' 하고 말이다.

그리고 돈돈돈 돈이다.

한국에서 어떻게 살았나? 싶다. 식사하러 가면 당연히 선배가, 부장이, 국장이 계산을 해야 하는 문화. 물론 신문사여서 더 그랬을 수도 있지만. 솔직히 나도 부장이었을 때 카드빚을 잔뜩 지면서 그 돈을 대곤 했었다. 카드빚이 계속 늘어가는 걸 뻔히 알면서도 부원들 밥값 내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점심 먹으러 같이 안가니 다른 사람 식사비를 낼 일이 없다. 어쩌다 함께 가는 일이 있어도 각자 음식값은 각자가 낸다. 물론 내 벌이가 시원찮기도 하지만 여기서 후배들 밥값을 계속 낸다는 건 상상하기도 힘들다. 몇번 밥값을 내려다가 월권으로 해석돼 곤혹스러웠던 적도 있었다. “니가 뭔데 내 밥값을 내?” 식이다. 그러다 한국에서 후배들이 찾아와 식당엘 가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 후배는 당연히 내가 밥값을 내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게 내 일주일 밥값인데...여기선 다 자기 먹은 거는 자기가 내는데...씨이...”'하고 속으로 궁시렁대다 계산을 하고야 만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신입 기자가 배치돼 들어왔다. 그때 교장샘이 부장이었는데, 의레 그래왔듯 오전 11시 무렵 “자~오늘 저녁 회식이다!” 하고 큰소리로 외쳤다. 그런데 그 후배가 또렷한 목소리로 “저 오늘 저녁 약속 있어서 회식 못 갑니다!” 하는 게 아닌가? 어이가 없어진 교장샘이 “뭐라고라고라? 선약이 있어서 회식을 못 간다고라고라?” 하면서 참으로 자다가 봉창 심허게 뜯는 놈 다보겠다는 듯이 그 친구를 갈궜던 기억이 난다. 그때까지만 해도 부서장에 의해 갑자기,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회식자리에 빠질 부서원의 ‘자유’는 상당히 제한되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 있다. 한국에서 일주일에 서너차례씩 저녁 회식하고, 거의 매일 저녁 술 마시던 한국 공무원들이 이곳으로 발령나 오면 저녁때 거의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거다. 점심식사 하러 가자고,저녁에 술 마시러 가자고 직원들을 독려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임기가 끝나 한국으로 돌아가면 바로 일주일만에 밤늦게 술마시다 혀꼬부라진 소리로 미국으로(아침 시간에) 전화를 걸어온다.

“한국에서 술 안 마시고 살 수가 없네! 아이고 뉴욕이 그립다~ 그리워.”

요샌 한국 직장인들의 회식 문화도 많이 달라졌겠지? 그래도 아직 한국 직장인들의 회식 숫자는 너무 많아 보인다. 회식에서 빠질 자유가 그리 잘 보장되어 있는 듯 보이지도 않는다. 뉴욕의 점심 시간의 자유를, 회식하지 않을 자유를 만끽하는 나는, 회사 친구들과 먹고 또 먹고, 마시고 또 마시고, 또다시 회식하면서 가족처럼 질펀하게 엉겨살던 그 시절이 자주 그립기도 하지만...그게 나의 자.유.로.운 선택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을 또 자주 한다.

나는 혼자 점심 먹으며 행복하다. 요즘.

August 25, 2008

 

 

저 위의 섹쉬한 여자분 혹시 캐리아녀? 당당하구 멋진 자세다.

우린 너무 남의 눈치에 주눅들어 있고 신경 쓴다.

한의원만 해도 난 환자 눕혀서 침 놓고 (점심시간에 찾아왔지만

기다리기 어렵고 시간에 쫒기는 여자환자의 경우)

밥 잘먹는데. 간호사들은 신경쓰여 밥을 못먹겠단다.

시간은 흐르고 때는 놓치고 배는 고픈데 불구하고 남의눈을 의식하는거다.

 

내년 봄엔 소풍나가듯 공원점심 먹고 싶은데

진짜 우리동네 자투리공원엔 선점한 할압지부대만 가득..

물이 안좋다고 우리 식구들이 안가려들것 같다.ㅋㅋ

 

그대들도 도시락이든 샌위치든 싸가지고 놀러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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