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19일. 일요일. 흐리고 먼지 많음.
지가 오늘 일요일이라 작심하고 딸을 부려먹기로 했슈.
안에서나 밖에서나 사람들 모인 자리에 가면 하도 먼저 펄럭대며 할 일 없나 수선 떠는 게 전생의 버릇 같아서 원....
딸년 시중 받기가 쉽지 않었지유. 그래도 몸이 아파서 큰 맘 먹고 안방마님 시늉을 했네유.
그러다가 그 애가 다운 받은 '베토벤 바이러스' 11회 분을 함께 보는데....
두루미가 꼭 15살 연상인 아저씨에게 사랑을 느끼는 장면이 계속 나오더구만유.
딸은, 저러다가 결국 어린 여자만 손해 보고 나가 떨어진다고 그러더라구요.
나는 벌써 36년 전의 저로 돌아가 버렸는데유. 어쩐대유.
아, 마구 떠오르는 한 사람, 예술가 아저씨....
"손해만 보는 건 아니야. 그러면서 성숙해지는 거란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속에서 눈물이 쏙 빠지는 느낌.
말해 버릴까.
엄마에게도 두루미 같은 추억이 있다고....
하지만 저는 비굴한 선택을 했슈. 아니 야비한 선택을 해버렸지유.
저 나이에 저런 여자가 덤비면 중년 남자들이 가만 있을 수가 없어.
"거기다가 버럭 임신을 해 봐라. 그쪽 집안은 어떻게 되나."
이렇게 말해 부렸네유.
좀 싫대유. 나 자신이 옹졸한 게.
며칠 전에 '아내가 결혼했다'영화 봤는데 지는 좆나게 좋더구만유.
그저 뒤집었을 뿐이라구유.
남자를 이해할 것 같더라구유.
바깥에 '재야 마누라'두고 사는 그 탁월한 선택!을.
일본 녹차 한 잔 마시고 이제 '묵자'을 읽기 시작한 신영복선생님의 '강의'를 들고 잠자리로 들어가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