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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읽고! 걷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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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이전에 <식탐>이 있었네...

2012.09.19 16:48

약초궁주 조회 수:1297



우리집에서 요즘 최고의 대식가는

엄니다. 편찮으시다는...



새벽 5시 부터 배고파...심지어는 4시반에도 밥달라.

그래서 드리면 두시간뒤 6시반에 또 더 먹어야한다 그러면

다시 더드린다.



딸들이 다이어트 시키냐고? 굶기냐고?

아니. 집에 간식은 온통 엄니용.



하루 다섯끼. 애기들 젖먹듯이 깨어 있는 시간

오로지 약과 밥에만 생각이 있으시다.



박근혜나. 이명박 뉴스도 무관심하고

티비도 드라마도 어떤것도 무감동.에 멍 때리시는분이



식탁에서 부스럭소리가 들리면

당신은 빼고주나...쫑끗하신다.



식탐...마지막까지 너와 내가 꼭 붙들고 놓지 않을

끈질긴 동아줄일것이다.



울 엄니의 식욕을 주위사람들-병간호 좀 해본

어르신들 모셔본 분들은 다 부러워 한다.



간병 제일 힘든것이 안드시고 못드시는 분들 병수발이기

때문이다.

생의최대 욕망 식탐에 대해, 나의 조절불가능한 식욕에 대해.

끊지 못하는 커피와 설탕. 고기에 대해. 술에 대해 고추장 김치..

족발...곱창에 대해.

하는수없이 저항하길  그치고 셀프 너그러움을 갖는다.



결국 마구먹어대다가 죽기밖에 더하겠는가. ㅋㅋ





서명숙의 <식탐>에 독후감을 쓰고 싶었으나

나랑 먹은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언니에 대한 사랑이 넘쳐서 민망하고 간지럽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식탐>사연중에

하나를 걍 맛뵈기로 올려본다.



태평양 섬에 두둥실 뜬 제주의 자연이 낳았고

대한민국의 생각과 문화를 바꾼 에너자이저

최고 멋진 야생녀 서명숙 비바리!!!!



그녀의 기발난 발상과 웃기는 개성과

너무 부지런한 위장과  튼튼한 두발은

모두 '쳐묵쳐묵' 식탐의 힘이다.



여러분도 식욕에 대해 100가지 기억들을

불러 일으키다 보면 추억의 밥상과 함께

떠오르는 자신의 모습들이 낱낱이 또렷하게 보일것이다.



인생 리뷰 한번 해보자. 침 흘려가며~~





(시사인 북출판에서 눈감아 주길바라면서

식탐의 한꼭지 몽땅 베낌)






# 학급비를 유용하기에 이르른 식탐#




여중에 진학하면서 내 식탐은 본격적으로 꽃을 피웠다. 항상 성장기여서 그랬는지, 학교 생활이 너무 짜증나서 그랬는지, 먹어도 먹어도 늘 배가 고팠다. 흔히 첫 사춘기를 겪는 여자애는 외모에 대한 관심 때문에 거식증을 앓기도 한다는데, 나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초등학교 시절 으레 맨 앞줄이었던 내가 반에서 중간 정도로 훌쩍 커서 중2 말에 하는 수 없이 교복을 새로 맞춰야만 했으니, 가히 놀라운 성장과 팽창 속도였다.




당시 교내 매점에서는 ‘매점 국수’를 팔았다. 돌이켜보면 미원으로 맛을 낸 달달한 국물에 미리 삶아놓은 퉁퉁 불은 면을 넣고 쏭쏭 썬 파만 달랑 얹어내는 전형적인 단체급식형 국수였다. 하지만 내게는 선생님이 아무런 의욕도, 성의도 없이 수업을 하는 동안 옆친구와 숨죽여서 수다를 떠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감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분노, 지칠 줄 모르는 공복감을 달래주는 영혼의 국물이었다.






처음엔 하루에 한두 번 출입했지만, 점점 횟수가 늘어났다. 심지어 어떤 날은 수업 시작 전에 도시락을 까먹고 거의 매시간 쉬는 시간에 매점으로 직행해서 후다닥 국수를 퍼먹고 돌아오기도 했다. 교실문을 나가서 다시 돌아오기까지 7-8분 안에 모든 것을 해치워야만 했다. 소문을 들은 담임이 ‘게걸병’ 운운하면서 나를 혼냈던 것도 이 무렵이었다. 대신 매점 아저씨는 보기 드문 VIP 고객을 위해 미리 국수를 준비해주는 성의를 표하곤 했다.




그러나 학교 매점은 하루치 위장운동의 서막에 불과했다. 내가 다니던 여중과 집 사이에는 두, 세 개의 분식점이 있었다.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라면과 야끼만두 등 메뉴는 단촐했지만, 우리에게는 가히 ‘놀라운 신세계’였다. 기름에 살짝 굴린 야끼만두는 명절에 먹는 국속에 빠뜨린 질척한 만두와는 다른 차원의 고소한 맛이었다. 라면에 송송 썬 가래떡을 넣고 휘휘 저은 계란물을 살짝 덮은 ‘떡라면’은 또 얼마나 맛이었던가. 선생님들이 단속하는 분식점에 가기를 꺼려하는 ‘범생이’들이나 용돈이 넉넉지 않은 친구들을 끌고 가려면 내가 물주 노릇을 해야만 했다.






이 집단적 위장운동을 위해 난 끊임없이 어머니를 속여야만 했다. 어머니는 장사를 하면서도 신문과 월간지를 탐독한 매우 명민한 분이었지만 그 당시 여성들이 그랬듯이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해 영어에는 문외한이었고, 그런 자신의 한 때문에 딸의 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영어 시간에 습득한 새로운 단어는 어머니를 속이는 유용한 수단이었으니, 갖가지 현란한 단어로 필요한 학습 준비물을 지어내어 어머니의 전대 주머니를 공략하곤 했다.






그러나 날마다 학습 준비물을 핑계댈 수는 없는 일. 수중에 돈이 없는 날에는 친구 은숙에게 긴급 대출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공부벌레 범생이인 은숙이는 당시 저축부장을 맡고 있었는데, 저축부장은 학생들이 맡긴 돈을 받아서 액수를 노트에 기입해 두었다가 일주일에 한번 방문하는 우체국 직원에게 명단과 돈을 제출했다. 그러면 다음 주에 우체국 직원이 방문할 때 통장에 입금 내역을 찍어서 갖다주곤 했던 것이다. (왜 이렇게 복잡한 제도가 유지됐는지 알 수가 없다. 당시 저축장려운동이 극성을 떨었던 것만 기억난다).




웬만하면 다음 주가 돌아오기 전에 어떻게 해서라도 어머니를 살살 꼬드겨서 용돈을 타냈지만, 여의치 않은 날이 계속 되면서 대출금이 계속 쌓여만 갔다. 은숙이는 왜 이 반의 저축 실적이 이렇게 신통찮은가 의아해하는 우체국 직원과 통장을 보여달라는 아이들의 성화에 시달리다가 마침내 선생님께 나의 비위 사실과 자신의 무리한 대출을하고야 말았다. 이렇게 해서 ‘식탐공주’의 행각은 교무실에 널리 알려지고 되었고, 나는 오로지 ‘위장’ 때문에 요주의 학생으로 찍히고 말았다.












약초궁주
  은수는 이 책을 보면서 줄줄 울었대.
또 보고 또 울고.
먹는것에 대한 아픈 기억들이 새록새록.
음식과 가족과 화해할 좋은 기회였는가봐.

그래서 서명숙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울었다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고 ㅠㅠ 2012-09-19
12:22:32




약초궁주
  엄마에게 딕셔너리 산다고. 영어사전 산다고
온갖 영어 단어 꼬부랑말로 사기쳐서
돈타내서 군것질 까쳐먹은 뇬!
심지어 학급비 유용까지...

4학년때는 또 화투에 빠져서
칠판 글씨가 화투장 복기하기까지
어느날 이렇게 살면 안된다 결심하고
연필로 손가락을 그어 결심한 흉터가
아직도 희미한. 어마어마하게 웃기는 여자

큰 인물 될 징조였든가베...푸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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