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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별이 나에게 길을 물었다



시.강제윤.







바람뿐이랴

냄비 속 떡국 끓는 소리에도 세월이 간다

군불을 지피면

장작 불꽃 너머로 푸른 물결 일렁인다




부황리에 사람의 저녁이 깃든다

이 저녁

평화가 무엇이겠느냐

눈 덮인 오두막 위로 늙은 새들이 난다

저녁 연기는 대숲의 뒤안까지 가득하다




이제 밤이 되면

시간의 물살에 무엇이 온전하다 하겠느냐

밤은 소리없이 깊고


사람만이 아니다



어둠 속에서 먼지며 풀씨,

눈꽃 송이들 떠돌고

어린 닭과 고라니, 사려깊은 염소도

길을 잃고 헤맨다




누가 저 무심한 시간의 길을 알겠느냐

더러 길 잃은 별들이

눈 먼 나에게도 길을 묻고 간다









1장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1

“남의 자식들이 와도 그냥 맘이 설레요” l신안 가거도 ●016l

외딴섬에 숨어들어 한세상 살다 가는 사내처럼 l신안 만재도 ●028l

구경 삼아 싸득싸득 걷는 길l신안 도초도, 비금도 ●038l

지독하게 고독한 섬 l진도 독거도 ●062l




12장 /바람이 분다, 떠나야겠다1

옛날 군산에 갔다 l군산 선유도, 무녀도 ●076l

초월은 없다 l군산 명도, 방축도, 말도 ●096l

“바지락 긁고, 굴 찍어 묵고 살아” l당진 대지도 소지도 ●106l

“풍도가 2번 고향이에요” l안산 풍도 ●120l




13장 /삶에 기적은 없다1

한산도에서 난중일기를 읽다 l통영 한산도 ●138l

연산군과 왕족의 유배지 l교동도●150l

원나라 황제의 유배지 l옹진 대청도, 소청도 ●162l

심청이는 효녀였을까? l백령도●174l

낙원의 꿈 l완도 당사도●192l




14장 /여행이 가르쳐주는 세 가지

바다의 황금광 시대, 연평 파시 l옹진 연평도 ●206l

생선 한 토막에도 선원들 목숨 값이 l신안 재원도 ●224l

위로의 섬 흑산 l신안 흑산도●238l

순간인 줄 알면서 영원처럼 l신안 홍도 ●254l




5장 /바람이 불어오는 곳

“굿당의 신령님들 마귀가 아녀, 다 우리 조상님들이지” l옹진 문갑도 ●268l

수컷인 아비들을 어찌할 것인가! l통영 사량도 ●280l

노인들을 위한 섬은 없다l옹진 소야도 ●292l

수상가옥에 불이 켜지면 l통영 용초도●302l

한 여자 이야기 l완도 노도●316l










숙소가 있는 도초항까지는 아직도 5킬로미터나 남았다. 해 떨어지기 전에 도착할 수 있을까. 무릎 아픈 것을 핑계로 차를 얻어 탈 생각을 했다. 네 대째, 지나가는 차에 손을 들었지만 아무도 세워주지 않는다.

여러 번 거절당할수록 자꾸 자동차 앞에서 비굴해진다. ‘무릎 좀 아프다고 이러면 쓰나.’ 퍼뜩 정신이 되돌아온다.

그래 천천히 쉬엄쉬엄 가자. 급히 가야 할 이유도 없지 않은가. 차 얻어 탈 생각을 버리니 나그네는 다시 길의 주인이 된다. 풍경의 주인이 된다. 밤길인들 어떠랴.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구경삼아 싸득싸득 걷는 길 - 신안 도초도, 비금도」 중에서





~~~

무더운 여름 밤

난 이 책을 펴들고

밤마다 섬여행을 떠난다.



자박자박 걸어서

할매만 지키고 있는 마당을

기웃거리고

냉수 한모금 얻어 마신다.



주굴주글한 손등을 갈퀴삼아

생을 붙잡고 있는  할매 모습에

나를 겹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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