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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허기질때 바다로 가라

2010.09.29 16:35

약초궁주 조회 수:1528



‘인생이 허기질때 바다로 가라’고라~

한창훈. 문학동네.



그럴 수 있으면 월매나 좋으랴.

물괴기 먹고 자프면 바다로 가고

산나물 먹고 자프면 산으로 가고

말은 쉽다. 실천도 쉬운데. 가진 게 너무 무거워 짓눌려

엉덩방아만 찧고 못 떠난다 아이가.




전국을 떠돌다가 고향인 거문도 섬으로 귀향한 소설가 한창훈

글쓰기로는 밥벌이가 안되니 작가의 다른 이름은 전업백수다.

그는 전국을 떠돌며 포장마차서부터 닥치는대로 안해본 일이없고

되는일도 없이 살다가 다시 떠나온 고향 거문도로 들어갔다.

취미가 아니라 반찬장만을 하는 어부가 됐다.




나는 생계형 낚시꾼의 책을 읽고

꿈꾸듯 책속의 바다에 풍덩 빠졌다.

비루한 입맛을 다셔가며 침흘리며 책을 읽었다.




푸른바다에 뛰노는 물고기...

병어 숭어 삼치 고등어 갈치 감성돔 우럭 농어 문어 모자반 톳....홍합이야기.

쓸쓸한 어부가 기다림 끝에 고기를 낚아 투박한 손길로

치는 회 몇점에 소주를 기울이는 갯가풍경에 마음이 기울어진다.




그의 말로는 이번 책만은 좀 팔려서 돈 좀 마련해야 한단다.

하나밖에 없는 딸이 고등학교에 입학했기 때문이다.

그 말에 다정도 병인 나는 책 좀 팔아주려고 이글을 쓰고 있는거다.

이 남자가 아내는 없고 외할머니와 딸만 있어서 더욱 ㅋㅋ




바다에는 천암함 사건만 있는게 아니다.

아파트주식시장영어수학정치경제사회탐구는 잠시 잊어주시라.

무채방석을 깔고있는 양식생선 횟집도 모른척하자.

대신 바다와 물고기와 독대하는 남자를 만나보시라.




‘언니들, 살맛 안난다굽쇼?

인생...바다 한번 읽어보쇼. 입맛 확 땡길테니.‘

라고 아는 이들에게 문자를 날린다.




바로 날아온 압살라의 문자.

‘언제...쌍코피 터지게 문어랑 사투를 벌려 잡아서

우아사덜과 함께 몸보신 하고 자퍼요‘


그러게. 내말이 그 말이란 말이다. 흨흨.







* 확률에 대해서 생각하다. (책 본문 중에서)




4kg 정도 되는 방어를 한 마리 낚아왔다. 4물, 만조를 30분 앞둔 오후 5시 경, 작은 삼부도와 거문도 중간쯤에서 낚았다. 수심 35미터. 전갱이를 산 채로 꿰어 쓰는 방법을 썼다.


이 녀석은 3년 전 제주도 남서쪽 20킬로 지점에서 태어났다. 새끼 때는 수면에 뜬 모자반 줄기 아래에서 숨죽으며 살았다.


삼치한테 몇 번 먹힐 뻔 한 경우가 있었으나 용케 살아남았다. 조금 더 커서는 저 북쪽 웅진반도 너머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왔으며 제법 물고기 모양이 잡히고부터는 제주도를 수백바퀴나 돌았고, 이어도 기지도 다섯 번이나 다녀왔으며 추자도 여서도, 거문도를 여러 번 지나다녔다.


오늘도 백도 인근에서 멸치 떼를 따라 삼부도 쪽으로 왔으며 모두 다섯 마리의 멸치를 잡아먹고 벼랑처럼 생긴 여 근처에서 잠시 쉬고 있을 때 전갱이가 문득 저 위에서 내려왔다. 배는 그다지 고프지 않았지만 전갱이가 어디 가지도 않고 앞에서 빙빙 돌고 있기에 그만 콱 물었다.


나는 거문도에서 63년에 태어나 여수, 광주, 대전, 천안, 서울 등지를 옮겨 다니며 살다가 4년 전에 이곳에 다시 들어왔다.

오전에 원고를 썼고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먹고 잠시 누워 있는데 당숙이 방어 낚으러 가자며 연락이 해왔다. 당숙은 오전에 여수 나가려고 했는데 손님이 찾아들어온다는 소식에 눌러앉았던 것이다. 빗방울이 서너 개 떨어져서 어떻게 할까 하고 있다가 비가 더 이상 올 것 같지가 않아서 바다로 함께 나갔다.


이렇게 방어와 나는 이 넓은 바다에서 그 시간, 딱 그 자리에서 만난 것이다.

녀석은 수 만 킬로미터를 돌아다녔고 나는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 했는데 말이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물칸 속에서 어색하게 헤엄을 치고 있는 녀석을 바라보며 둘이 만날 확률을 생각해보았다.


엄청나게 높은 숫자가 있고 그 위에 1이 있을 것이다. 하필 그 확률이 맞아 떨어져버린 것 때문에 녀석은 이제 일생을 마치게 되고 나는 먹을 게 생겼다. 그러다보니 좀 막막해지기도 했는데, 문득 1963년에 태어난 나와 1994년에 태어난 딸아이가 부녀간이 될 확률도 떠올려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

내 가까운 사람들은 모두 이런 기적 같은 확률을 뚫고 만난 사이인 것이다.

(그러게...이 글을 끄적이는 나도
읽는 그대도 엄청난 확률로 만난거에 대해 캄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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