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엄마 02/02 자궁이야기 이유명호 계집애; 고추 안달고 나왔다고 울 엄마 많이 우셨단다. 아빠는 담배만
뻑뻑피시구...선물을 사가지구 며느리 출산한거 보러 오시던 친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중간에 병원에 오시다가
돌아가셨단다. 울 외할머니는 지금도 나를 보시면 한숨을 포옥 내쉬곤 하신 다. 딸만 많이 낳은 자기 팔자를
늬 에미가 닮으면 안된다고 혼잣말을 하시곤 햇다. 내 이름은 남자 이름이다. 담에 고추달린 남자 동생 낳으려
면 여자 이름을 쓰면 안된다는 미신 때문이다. 다행히 남동생을 보았는데 그앤 홀딱 벗고 고추를 내놓고 찍은
사진이 있다. 어릴때부터 엄마는 자꾸만 "네 짬지 만지지 마라 그리구 누가 보여 달래거든 아무에게도 절대로
보여 주지 말고 시집가서 남편에게만 보여 줘라."며 잔소리를 하셨다. 그럼 내짬지가 내것이 아니고 남편의 것
이란 말인가. 그리구 난 고모처럼 시집식구들 우글거리는 곳에 혼자 들어가서 살기 싫다. 할머니도 못만나러
오구 나만한 어린남자애한테 도련님하면서 존댓말 쓰기 싫다. 착한 남자애랑 단둘이 사이좋게 살면 모를까.
얼마전부턴 짬지에서 피가 나오는 생리를 시작했다. 한달에 한번씩 늙을 때까지 한다는데 고생문이 훤할 것
같다.. . 사내애: 어른들마다 "네가 우리집안의 대를 이을 기둥이다'고들 하신다. 기둥은 무거운 집을 떠받치는
힘든거 아닌가. 넘어져서 피가 나고 아파서 눈물이 저절로 나는데도 아빠는 남자답게 울지 말라고 하신다. 맛
있는 요리를 하는 엄마 옆에서 참견을 하고 싶은데 할머니는 '고추 떨어진다'고 못하게 하시고 엄마는 어질르
기만 하며 걸리적거리지 말고 나가라고 소리를 지르신다. 선물로 옷갈아 입히는 인형을 사달랬다가 변태라는
욕만 얻어 먹었다. 제사때 친척들이 모여서 '네가 집안의 장손이니 앞으로 잘봐두었다가 제사 잘 모셔야 한
다'고 매번 얘기하시니 참 부담스럽다. 제사때마다 엄마가 힘들어 하시는걸 뻔히 알기 때문이다. 지금 학교엔
여자 짝꿍도 모자라서 난 남자짝하고 앉는 신세인데 이런 집안 사정을 알면 이 다음 어떤 여자애가 결혼해줄
까 걱정이다. 학교에선 고추를 꺼내놓고 오줌멀리 눟기 시합을 하는데 참 지저분한 놀이를 를 녀석들은 왜 좋
아 하는지 모르겠다. 아마 여자애들이 놀라서 도망가는걸 즐기는 것 같다. 약초밭: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
(보지의 독백>에 게스트로 나갔다. 배우는 질문을 했다. 질문 하나, 생리에 대한 기억은? 남녀 공학을 하는데
쉬운 시간에 생리대를 몰래 챙겨서 화장실 가는게 불편했었고 남자 친구들이 알아 차릴까봐 안하는척 더 힘들
었다. 보지나 월경은 남앞에서 말해서는 안되는 음란어도 금기어도 아닌 자연스런 단어다. 밥 먹는것처럼 꼭
해야할 생리현상이기도 하며 생명의 본질에 닿아잇는 자긍심의 원천이기도 한 것을 있어도 없는척 해도 안하
는척 하느라 자신에게 상처를 입혔다. 질문 둘. 보지에게 옷을 입힌다면? 난 맨살표 인채로 있는게 좋다. 차라
리 할수만 있다면 너무 연약해서 상처나고 찢기고 피흘리는 점막에 겉피부처럼 질긴 가죽을 씌워주고 싶다.
질문 셋. 만약 보지가 말을 한다면? "제발 다리 좀 꼬지마. 숨이 막혀서 목졸려 죽을 것 같애. 중국여자들은 치
마를 펄럭이며 팬티 보이게 자전거를 타도 감히 뭐라고 하는 사람없다구. 지하철의 쩍벌남처럼은 말구 골반넓
이로 다리 좀 벌려줘. 가끔은 햇볕도 좀 쪼여주고 썬탠말야.... 앞으론 짬지와 고추는 평등하게 사이 좋게 존중
하며 사귀어야 할 짝꿍이란걸 아이들의 미래와 행복을 위해서 열심히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