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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말을 들어줘 (좋은엄마 1월)2008.09.28 23:29 좋은엄마 1월 위의 말을 들어줘. 이유명호 yakchobat.com
체한 사람: 속이 아프고 답답해 죽겠어요.
저 번날 회식 때 고기 먹고 체했거든요. 물론 술도 좀 마셨지요. 다른 땐 괜찮았는데... 소화제도 먹고 따기도 하고 별 별것 다 했는데 여태껏 안 내려가요 뭐가 명치끝에 매달린 것 같구요. 거북해서 죽겠어요. 밥 생각만 해도 넘어 올려구 해요. 전에는 약 먹으면 금방 안 아팠는데 왜 약이 안 듣지요? 이젠 물만 먹어도 울렁울렁 넘어 오려구 해요. 자꾸 미식거리구 느글느글해서 사이다를 마셔요 '밥 안 먹고 죽만 먹자니 배는 고프구요. 안 먹을 수도 없어서 먹구나니 또 체했어요' 약초밭: 이게 체해서 온 사람들이 하소연 하는 말입니다. 들어보면 그럴 듯 합니다. 소화제도 먹어줬는데 그래도 편치 않으니 위가 말을 안듣는다고 짜증을 부립니다. 이처럼 소화제만 먹으면 마치 할 일을 다한 듯이 말을 합니다. 대부분의 위장약 속에는 내장에 작용하는 진통제가 들어 있어서 속이 아프다가도 먹기만 하면 금새 안 아파집니다. 물론 무슨 무슨 아제라는 약은 소화효소를 넣어 주어서 소화작용을 시켜 준다는 것이지요. 솔직하게 말하면 진통제는 통증 자체를 없애주는 약이 아니라 뇌로 가는 통증을 차단시켜서 아픔을 못느끼게 해주는 약입니다. 이건 아픈 위의 입장에서 본다면 위의 근육이 쥐어 짜듯 통증이 있는데도 머리가 알아 차리지 못하게 막아버리는 것입니다. 일종의 속임수나 마찬가지입니다. 아픔은 우리 몸이 고통을 호소 하므로써 보살펴주고 돌봐 달라는 신호입니다. 못 느끼게 막을 일이 아니라 오히려 고마워 해야 할 일 입니다. 근데 체하는 것이 반드시 효소만 부족해서 오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뷔페에 가서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마구 쓸어서 위속에 집어 넣었다고 칩시다. 이렇게 일감을 잔뜩주고는 위더러 알아서 소화를 시켜내라고 합니다. 또는 저녁에 친구를 만나서 밥 먹고 차마시고 술마시고 안주 먹고 계속 먹고 마셔 대는 거예요. 위가 알아서 소화시켜 주겠지 하면서.... 위는 어떤 존재인가요. 위 아래로 출입문이 달린 근육으로 된 주머니입니다. 하루에 세 번 씩만 활짝 문을 열고 집중적으로 주물럭 거리는 운동을 서너 시간하면서 영업을 합니다.. 나머지 시간에는 물이나 조금씩 졸졸 흘려 보내면서 쉬고 싶어 합니다. 그러다가 힘에 부치면 운동도 하기 싫어하고 통증으로 데모를 하고 심해지면 아예 출입문을 닫아 걸고 음식 들어오길 거부하기도 합니다. 어떤 땐 들어온 재료를 요란하게 밖으로 내다 버려요. 그걸 고상하게 영어로 '오바이트'라고 하지요. 위: 아침 내내 굶겨서 헛탕치게 만들었다가 이제 식당문 닫으려 하는 저녁에 문을 강제로 열고 야식이라나 뭐라나 지맘대로 집어 넣는 거예요. 수시로 독한 인화물질인 알콜로 속을 뒤집어 놓기도 하구요. 보기만 해도 매운 고춧물을 집어 넣어서 내벽을 벌겋게 헐게 만들지요. 온갖 첨가물이 든 달디단 설탕물이 들어오면 위산이 울컥하고 더 많이 나와서 멀쩡한 내벽까지 깍아 먹게 만들고 근육을 맥도 못추게 만들잖아요. 자기는 시원(?)하다고 마시는 뜨거운 물은 아주 내막을 익게 데쳐버리고 찬 아이스크림이라도 들어 오면 근육이 얼어서 순간적으로 운동이 멈춰 버려요 난 심장과 달리 온종일 쉬지 않고 일하는 기계가 아니예요. 밤이 되면 쉬어야 하는 내장이라구요. 야근에 컴퓨터에 밤잠이 부족하면 헐은 위벽이 메꿔지질 않아요. 세포에는 수명이 정해져 있어서 영원히 재생하지는 않아요. 나의 상처가 계속 헐어서 생명력이 다하면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같은 악성세포가 나타나는 거예요. 건강할 때 잘 돌봐주세요. 체했으면 원인 제공자가 곰곰 생각해 보고 반성을 해야 지요. 죽도 후루룩 마시면 소화 안되지요 내가 쉴수 있도록 밥을 아주 조금만 먹어주고요. 입에서 침을 발라서 20번씩 꼭꼭 씹어서 넣어 주면 내가 할 일을 덜어 주니 고맙지요. 침 그거 최고의 노화 방지제이며 암예방약이예요. 체해서 근육이 쥐어 짤듯 아플땐 손으로 명치에서 배꼽까지 나를 부드럽게 맛사지 해주면서 따뜻하게 해주세요. 나도 가끔은 고맙다는 칭찬도 부드러운 애무도 필요하다구요. 내덕에 온갖 맛난것 먹고 살면서 이런 서비스 정도 당연한거 아녜요. 아참 나에게 말을 걸란다고 '이 밥통아' 라고 부르는 분도 있다던데 몹시 듣기 거북하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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