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쇠브라 빼고, 남성은 넥타이 벗으세요" (오마이뉴스 펌)
[인터뷰]한의사 이유명호에게 듣는 '제대로 건강해지는 법'
꽁지머리 휘날리며 호주제 폐지를 주장하던 이유명호씨. 그의 본업은 바로 한의사다. 자연의 이치를 따라 사람을 치유하다 보니 과학이 여성의 몸을 지배하고 차별해 온 것을 알게 되어 자연스레 호주제 폐지 싸움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호주제와 맞장 뜬 그가 말하는 최고의 건강 관리법은 '애무'. 한의원을 찾은 환자들에게도 "(병원 올 것 없이 그저) 애무하면 낫는다"고 말한다. 또 온갖 다이어트에 지쳐 마지막으로 한의학에 손을 내미는 사람들에게는 한약 한 재 짓는 대신 "살에게 말을 걸어 봐"라고 속삭인다. 보통 사람이 보기에는 다소 엉뚱해 보이는 이유명호식 건강법에 대해 알아 봤다.
인터뷰는 지난 21일 서울 마포에 위치한 이유명호 한의원에서 이루어졌다.
- 현대 들어 의술이 발달하고 많은 질병이 극복되었습니다. 그 결과 현대인들은 이전 시대보다 더 건강해졌나요? "수명은 연장되었지요. 고통은 진통제로, 염증은 항생제로 조절하게 됐어요. 없앤 건 아니죠. 새로운 병이 생겨나기도 했고요. 병도 우리 몸에서 공존하는 겁니다. 잡초나 곤충을 없앤다고 없어지나요? 같이 살아가는 거지요. 또 전에는 못 먹어서 아팠지만 요즘은 몸과 마음, 정신이 오염되어서 괴로운 거예요. 기대치가 높아져서 요만큼만 아파도 빌빌대는 거죠. 그리고 내 몸의 통증 사인은 무시한 채 약이나 의사에게 즉문즉답만 찾지요.
우리에게 그만큼 조급함이 배어 있어요. '전쟁 용어'로 우리의 말이 오염된 것도 원인이에요. 욕도 많이 하고 '죽겠다' '미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데 실제로 입 밖으로 그 말이 나오는 순간 몸이 파동을 일으키는 거예요. '한턱낸다' '쏜다'는 말도 따지고 보면 끔찍한 말이잖아요. 전쟁 용어가 일상용어가 되어 버리니 늘 아플 수밖에요."
뚱뚱한 것보다는 고아가 되겠다는 우리 아이들
- 비만이 현대 사회의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비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비만을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름 붙이는 순간 병의 노예가 되는 거예요. 먹고 사는 방법이 달라져 몸이 달라진 건데 당연하죠. 먹고사는 방법을 바꾸면 해결되는 문제예요. 몸이 비만하다고, 사회가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병이라고 규정하는 순간 잘라내고 수술하고, 식욕 억제제를 사용하는 거죠. 임신, 출산이 병이 아니듯 비만도 병이 아니에요. 음식이 달라진 데다 기계가 모든 걸 대신 하니 운동량이 줄어들 수밖에요. 걸어갈 길을 컨베이어 벨트 타고 다니니 비만해지기 쉬운 환경이지요. 병 주고 약 주는 거죠.
살 빼는 약은 없어요. 몸 안의 합의 과정을 거친 것을 녹여 주는 약은 없어요. 원칙으로 돌아가 먹고 사는 것을 바꿔야지요. '굶어라'가 아니고 몸이 만족하는 자연적인 먹을거리로 바꿔야죠. 우리 몸 안에는 당분이 2티스푼 정도밖에 없는데 음료수 한잔에 열 숟가락이 들어 있어요.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라고 사탕이니 초콜릿이 넘치죠. 음식점, 은행, 유치원에서 무차별적으로 사탕을 나눠 주며 공격해 오는데 어떻게 감당하겠어요? 우리 몸은 자연히 쾌락을 원해요. 술, 담배를 조절하면 '도인'이죠."
▲ 한의사 이유명호씨. ⓒ2005 송옥진
- 우리 사회는 살집이 있는 것에 대해 죄악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넉넉한 체격은 넉넉한 마음을 가질 수 있어요. 살찌면 기운도 세져요. 근육도 같이 커지니까요. 연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데 힘세면 좋잖아요. 비만한 체질이 명랑하고 쾌활해서, 마르고 신경이 허약한 이들보다 오래 살아요. 지중해의 낙천척인 뚱뚱한 사람들 오래 살아요. 살쪘다고 스트레스 주는 게 그들을 힘들게 하는 거죠. 국수 언제 먹여 줄래, 시집가라고 하는 것처럼 남의 일 참견하기 좋아하는 게 문제죠.
비만은 어른들에게는 이미 정신적인 병이지만 아이들이 오염되고 있는 게 더 큰 문제예요. 바비 인형을 실물화하면 키 2m에 허리는 18cm예요. 이런 체형의 인형이 TV에 나오니 유치원 때부터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아요. 밥을 하도 안 먹어서 친척 집에 요양 차 보내는 집도 있고 부모들과도 갈등이 많아요. 18살 된 한 아이는 엄마 더러 집에 방 하나 세를 놔서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해 달라고까지 해요. 소원이 그거래요. 뚱뚱한 것보다 차라리 고아가 되는 게 낫다, 살 빠지는 게 기쁘다, 암 걸리는 게 낫다고 해요."
- 우리 스스로도 '날씬한 몸매'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4월에 '빅우먼 패션쇼'를 한다고 해서 지난 주말에 워크숍에 갔어요. 저는 그곳에서 '세상의 눈을 바꾸자'고 말했어요. 세상의 시력을 교정해야죠. 우리나라는 다이어트 강국이에요. 가부장제로 인한 외모 차별의 산물이죠. 행복하게 잘 살고 노력하면 되는 건데 억압적으로 여자에게 작용하니까 더 문제예요. 남자에게는 듬직하고 의젓하다고 말하면서 여자에게는 용서가 안 되는 거죠. 워크숍 참가자들에게 비만 때문에 고민하지 말고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자아상, 이미지 만들기를 제일 먼저 하라고 꼬셨죠.
예수 탄생 전과 후가 있듯 빅우먼패션쇼 전과 후가 있다고 했죠. '빅시스터액트(Big Sister Act)'라 해서 '빅스터'라고 했어요. 모델이 되기 전과 후에 사람이, 마음가짐이, 몸이 달라지자는 거죠. 우리에겐 자기 스스로를 향상시킬 의무가 있어요.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진화하고 성장하길 바란다고 했어요. 참가자들한테 일일이 팩을 붙여 주고 '내가 인큐베이터다'라고 했어요. 아이가 클 때까지 몸에 비료를 주듯 내가 여러분을 지켜보겠다고 했지요."
알코올과 담배? 4가지 조건만 지킨다면야...
▲ 한의사 이유명호씨. ⓒ2005 송옥진
- 현대인들은 알코올이나 담배 같은 중독성 강한 물질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에게 피해 안 주고, 건강에 독성 없고, 경제 파탄 안 나고, 직장 기운 떨어지지 않게! 4가지 조건만 지키면 돼요. 건강에는 적신호가 오는데 사회생활은 등한시한 채 술 먹고 사우나 가면 '기호'가 아니라 지나친 거죠. 저도 술을 사러 다녀요. 막걸리, 양조주, 일부러 ○○주 찾아다니고 담가보고 싶기도 하고, 그런 거 좋아해요. 그런데 딱 세 잔이에요. 3·3·3! 소주, 맥주, 양주 뭐든 제 술잔으로 딱 세잔이면 족해요. 3잔 넘기지 말자고 해요.
1~3차 다니는 습관은 잘못된 거죠. 대인 관계 중독증이에요. 환경 요인이죠. 혼자 있지 못하고 누군가 엮여야 하는 거. 혼자 조용히 있을 수도 있는데 밤거리 헤매고. 술을 빙자한 현대인의 고독과 외로움이고 기대려는 처절한 몸부림이죠. 담배도 3대면 좋죠. 아꼈다가 맛있게 천천히 피세요."
- 최근 '새집증후군' 등 현대인들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안경을 쓰게 된 것도 수평선, 지평선을 봤어야 하는데 책을 보다 보니 초점거리가 짧아져서 그런 거예요. 근시를 가진 아이에게 매일 아파트 베란다에 서서 멀리 탑이나 산을 보라고 해요. 그림을 보라고 시키기도 하는데 가까우면 소용없죠.
새집증후군은 재료와 불화인데 건강과 집이 불화일 수밖에요. 사람은 천연 물질이고 집은 화학 물질인데 트러블(문제)이 없을 수 없죠. 실내등, 핸드폰, 기계, 전자파 등 넘치죠. 인위적으로 사람을 제어하는 공격 물질이 가득한 것이 문제예요. 자꾸 밖으로 나가 자연에 가까워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을 보세요. 전화, TV, 오락 세 곳만 뱅뱅 돌죠. 전화하지 말라면 TV 보고, TV 보지 말라면 컴퓨터 게임 하고. 데리고 나가세요."
- 영화배우 이은주씨의 자살로 '우울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환자 중에 우울하다는 초등학생 꼬마가 있었어요. 남자아이인데 자꾸 눈물이 난데요. 남자가 씩씩해야지 하고 야단쳤는데 이 아이가 우울증이었던 거예요. 요즘에는 딸이 엄마를, 엄마가 딸을 데리고 병원에 오기도 해요. 이건 사치 단계가 아니라 개별적인 문제죠. 치료가 필요해요. 정신적 우울증이 있으면 상처도 깊기 때문에 몸으로도 우울증이 와요. 뇌에 영양, 혈류가 충분치 못하기 때문에 우울하고 무기력해져요. 분노의 양극화가 우울증이죠. 우울을 가장한 자살도 있고요.
첫째 뇌를 잘 돌봐야 해요. 현대인들은 뇌를 혹사, 소진시키고 있잖아요. 둘째 정신적 상처, 분노, 자기에 대한 비하 의식이 있는 경우 '자신 돌보기'를 해야 해요. 현대인은 겉모습만 번듯하고 뒤는 '허당', '공허'하죠. 저는 주변 분들께 "너 자신을 입양하라"고 말을 많이 해요. 부모나 남에게 사랑해 달라, 돌봐 달라 구걸하지 말고 외부의 에너지를 끌어들이려 노력하지 말고 자신부터 스스로에게 에너지를 주라는 거예요. 당신 속의 아이부터 입양해서 잘 키워라. '내 안의 나'를 50번씩 써서 붙이고 자기한테 선물도 주고. 남이 나한테 어떻게 할까에 관심을 갖다 보니 자신의 에너지를 소비 시키는 거예요. 자기 자신에게 집중해야죠. 잘하려 애쓰시면 탈진해 버려요."
깍두기는 완전식품, 문화재로 지정해야
▲ 여성의 몸에 좋은 팥팩. 이유명호 한의사가 추천했다. ⓒ2005 송옥진
- 최근 <슈퍼사이즈 미>라는 영화가 화제가 됐는데요. 현대인들의 먹을거리에 대한 위험 신호가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음식을 사 먹어도 백반식으로 사 먹으면 좋죠. 나물, 된장, 김치, 생선이 다 갖춰져 있잖아요. 된장이나 김치는 발효 식품으로 계절이 들어 있는 거죠. 장 담그고 김치 익히고 하는 시간 과정이 중요해요. 이 질주하는 세상에 열량만 있으면 된다지만 시간이 빠져 있어요. 빨리 쉽게 하려고 보니 세상 사는 방법도 그렇게 되잖아요.
'채식 좋아해요'와 실제 먹는 것은 다르죠. 시간 제약 때문에. 옛날식으로 나물 해먹긴 힘드니 제철 채소로 샤브샤브 해 드세요. 마요네즈 말고 살짝 데쳐 먹으면 양도 많잖아요. 무, 당근도 먹고요. 깍두기는 완전식품이에요. 지극히 귀한 것이죠. 마늘에는 항암 작용이 있고, 젓갈 익혀 효소에 비벼 먹는 거니 뭘 더 바라요. 보물, 무형문화재로 지정해야 돼요."
- 선생님은 "쇠브라를 빼라"고 항상 강조하시는데요. 건강한 여성으로 살아가는 비결이라면? "제가 아는 사람들에게도 아무리 가르쳐도 쇠를 안 빼고 와요. 이거 들어 봐요(브래지어의 쇠를 들고 오링테스트를 하자 손은 힘없이 풀어졌다). 우리 몸과 극성이에요. 상하 분리를 시키니 심장에 나쁘고. 남자들은 넥타이가 그래요. 뇌와 심장을 이어주는 잘록한 모가지는 골짜기죠. 뇌에서 신경 통신이 심장으로 가서 혈류, 신경이 흐르는 길인데 흐름이 원활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요. 넥타이로 조이는 건 고문이죠. 평평한 칼라로 바꾸라고 조언하죠. 여자 하이힐은 허리를 꺾어 버리니까 엉덩이뼈가 뒤로 빠져요. 몸이 젖혀지니까 아이 담아 두는 그릇이 약해지고 유산의 위험이 있죠. 발도 아프고."
- 건강의 조건 중 하나가 바로 건강한 성생활인데요. 현대인들의 성생활을 위해 조언하신다면. "성이 좀더 무게를 덜고 발랄하고 솔직해지되 어떤 이유로든 비폭력으로 가야한다는 것. 지금처럼 크기·횟수·세기를 잣대로 비교하는 성이 아니라 머리와 가슴이 함께 하는 온기·향기가 있으면 좋겠어요. 포르노와 스팸 메일 야동은 성을 왜곡시켜서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지요. 모든 장르에서 성적 대상으로 등장하는 여자들에게 모멸감과 피해 의식을 심어 주는 것도 문제예요. 포르노처럼 극도로 과장되고 뒤틀린 남성성이 '발기 탱천'하는 것이 실제 남성들에겐 열등감으로 작용해 스트레스를 받게 만들어요. 포르노와 대적할 현실의 남성은 없거든요.
월드컵 때 남자 축구선수들에게 여성들이 열광했잖아요. 이제 여자들도 남자들의 몸을 보고 즐기는(?) 시대가 도래하고 남자들만의 전유물이었던 축구 선수 얘기로 게거품을 물거든요. 이 때문에 가중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사실 남자예요. 우람한 남성성을 과시하려고 너무 애를 쓰니 기진맥진하다가 슬슬 피하게 되고 겉돌게 되는 거죠. 이제 성도 힘으로 누르는 시대가 아니라 서로 끌어주고 '땡겨' 주는 상생으로 해야 힘도 안 딸리고 롱런 한다고요. 눈길로, 말로, 손길로, 기의 교류를! 피부와 피부의 애무작전, 삽입과 흡입 합체 작전 등 '윈윈'으로 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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