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오마이뉴스펌) 발상의 전환, 무 화환!!
등록일자 2003-07-04 오후 3:29:57
발상의 전환, 무화환을 보셨나요? 겉치레에서 벗어난 순수 유기농 무화환 호평
이명옥 기자
행사장이나 결혼식장마다 커다란 화환이 적게는 한 두개에서 많게는 수십개까지 늘어서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직함을 거창하게 달고 있는 사람 키보다도 훨씬 큰 화환을 볼 때마다 “아까워라 곧 시들텐데...”하는 안타까움이 한번쯤 머리를 스쳤으리라. 이런 허례와 허식을 과감하게 떨쳐버리고 유기농 무로 화환을 만들어 장식하고 무를 한 켠에 진열했다가 하객에게 나눠준 예가 있어 신선감을 더해주고 있다.
"아니 멋들어 행사장에 웬 무 화환?"이라고 생각하는 당신은 이미 사고가 경직된 기성 세대임이 틀림없다. 무가 얼마나 멋진 화환의 역할을 해 냈는지 독자들은 곧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무화환이란 기발한 아이디어를 밴 사람을 저명한 한의사 이유명호 선생이다. 그 무는 멀리 충남 홍성에서 농부의 아내며 자신도 농부인 한 여인에 의해 빗속을 뚫고 장장 다섯시간여를 걸쳐 행사장인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였다.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호박골 농장의 주인은 요즘 잘 자란 무의 판로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판로를 개척해 주겠다며 무를 심으라던 사람이 막상 무 수확기가 되자 딴소리를 했기 때문이다. 무는 좋지만 자신들이 원하던 상품이 아니어서 수매를 못하겠다는 것이다.
유기농법으로 지은 농산물은 판로가 확실하게 열려있지 않으면 판매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상품의 특성상 일반 농산물과 같은 가격을 받고는 수지가 맞지 않을뿐더러 더러 일반인들이 선호하는 조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면 시도 때도 없이 농약을 뿌려댄 것보다 외관 면에서 열세하다는 점을 각오해야 한다. 농약에 찌들어 외관만 번지르르한 농산물에 익숙한 일반 소비자들이 벌레 먹고 모양이 오종종한 유기농 농산물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 소신을 가지고 땅과 먹거리를 살리고자 애쓰는 사람들은 이중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판로에 대한 어려움, 농산물이 양이 적을 것에 대한 사전 각오 없이는 유기농을 고집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 무는 그렇게 판로가 없어 애를 태우던 중 우연히 책을 통해 이유명호 선생을 알게 된 호박골 농장 주인은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했고, 이에 이유명호 선생은 과감히 무화환을 통해 각계 인사들의 의식을 환기 시키고 호박골의 마음의 상처도 덜어주기로 한 것이다.
여성계 인사들을 비롯 각계 각층의 지도자들이 모여 한 여성계 인사의 후원회를 여는 밤 무화환은 드디어 그 진가를 발휘하였다.
많은 화환 가운데 무화환은 특별히 무대 앞에 놓여졌다. 그 화환이 만들어진 뒷이야기에 대한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무화환은 자원 봉사자들에 의해서 빗속에 행사장으로 옮겨지고 더러 푸른 줄기를 이발도 하고 어여쁜 리본으로 단장되어 소담스럽게 바구니에 담겨졌다.
전날 뽑아서 무청마저 싱싱하기 이를데 없는 무들이 행사장 뒷켠에 근사하게 장식되었다. 그리고 그 유기농 무는 행사장에 하객으로 오신 분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졌다. 모름지기 행사란 그래야 하는 것이 아닐까?
곧 시들어 버릴 화환으로 낭비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농부도 살리고 축하객들에게도 깊은 의미가 될 수 있었던 그런 정신적, 물질적인 나눔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축하가 아닐지.
한 사람의 창의적인 사고와 발상의 전환이 많은 이들에게 사고 전환의 계기를 만들어준 예를 우리는 이유명호 선생의 무화환을 통해 실제로 체험하게 되었다.
이제부터 무 화환, 쌈채소 화환, 제철 과일 화환 등 꽃이 아닌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두루 갖춘 자신들만의 화환을 개발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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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12-02 01:03:5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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