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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에게 말을 걸어봐]우리는 '48kg 표준 女體를 거부한다'
'페미니즘 다이어트' 운동 펼치는 우.아.사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의 모임 운영위원
이유명호



현대사회의 신흥종교 다이어트. 건강과 미용을 위해, 혹은 유행을 좇아 거의 온국민의 삶의 화두가 다이어트가 되고 있지만 살빼기 열풍에 대한 시선은 곱지만 않다.

특히 페미니즘은 여성들의 살빼기에 대해, 남성들에게 성적으로 어필하기 위해 이 사회가 정해놓은 미적 관념에 자기를 무리하게 꿰어 맞추는 반여성주의적 행태라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그래서 여성들의 다이어트는 지독스러우면서도 은밀하게 이루어져 왔다.

한 페미니스트 한의사가 이런 통념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최근 ‘몸을 살리는 다이어트 자습서―살에게 말을 걸어봐’를 펴낸 한의사 이유명호(49·남강한의원 원장)씨.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의 모임’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열혈 페미니스트인 그에게 다이어트란 “몸에 대한 자기 존중감의 회복”이다. ‘속풀이 살풀이’ ‘다이어트 자습서’ ‘몸을 살리는’ ‘살에게 말을 걸다’는 등의 표현을 책 제목에 넣은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모든 다이어트 책에는 살만 있지 사람은 없습니다. 살에 깃든 제각각의 사연은 다 무시되고 냉철하고 과학적인 진단·처방만이 있습니다. 그러나 몸과 마음은 하나라서 하나라도 어긋나고 꼬여 있는 것을 풀어내지 않고서는 아무 것도 되지 않습니다. 살이 찐데는 이유가 있고, 그 이유, 살속에 맺힌 한을 먼저 풀어야 살이 빠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의 다이어트에는 특별한 비법이나 왕도가 없다. 식습관을 개선하고 운동을 생활화하라는 상식의 반복이다. 원푸드 다이어트나 제니컬 같은 약에 의존하는 방식, 극단적인 단식이나 수술 등은 살들의 복수를 불러온다는 경고도 전혀 새롭지 않다. 그러나 그는 여기에 미워하고 억압하던 자신의 살과 화해하고 대화하는 속풀이로서의 살풀이, 그리고 자신의 몸에 대해 알고 공부하기라는 항목을 추가한다.

비만인들의 커뮤니티인 ‘우아사(우리는 이미 당연히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임)’를 운영하거나 체질에 따른 다이어트법을 강조하는 것들이다. 그의 홈페이지 ‘약초밭(www.yakchobat.com)’을 통해 운영되는 ‘우아사’는 몸을 움직이는 즐거움을 회복하고 속을 풀어내며 건강하게 살을 빼자는 취지로 운영된다. ‘우아사’회원들은 산행도 가고 뚱뚱한 사람들에게 행해진 사회적 폭언·폭력의 경험과 다이어트 정보들을 공유하며 서로를 격려한다.

사주·체질에 따른 다이어트는 몸공부를 강조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가령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것은 엄살이 아니다. 신진대사율이 낮아 몸에 좋다는 물이 독이 되는 체질이 있다. 또 밤보다 낮, 가을·겨울보다 봄·여름이 다이어트에 좋다. 햇볕이 에너지를 태우기 때문이다.

총 식사량을 줄였다고 하나 낮에는 늘어져 있다가 원기를 회복한 밤에 하루 필요열량의 대부분을 섭취한다면 살을 뺄 수는 없다. 아이를 낳고 수유해야 하는 여자는 에너지 비축형이라 에너지 발산형인 남자보다 쉽게 살이 찐다. 이게 바로 음양의 원리고 사주와 체질에 따른 살풀이법인 것이다.

이유명호식 살풀이는 궁극적으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의 제안이자 일종의 사회운동으로도 읽힌다. ‘우아사’가 단순한 살빼기 친교 모임을 넘어 48㎏의 표준을 강요하는 폭력사회에 대한 저항의 단초를 보인다거나 어려서부터 비만의 싹을 자르기 위해 모유수유를 위한 환경마련이나 소박하고 환경친화적인 삶의 방식 등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

실제로 맞벌이 부부가 패스트푸드의 유혹에서 벗어나려면 남편의 가사노동 분담은 필수적이다. 또 남의 몸을 부리는 대신 자신의 몸을 움직여 운동을 생활화하는 것은 잊어져 가는 육체노동의 의미를 되살린다.

/여성〓양성희 기자 cooly@munhwa.co.kr

Date : 2004-12-02 00:4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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