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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 입니다. 중에서~~~2019.12.06 15:05 당신은 통 잠을 못 주무시네요. 취침약을 드셔도 잘 듣질 않습니다. 뮤즈들이 모두 잠든 밤에도 혼자 깨서 이 방 저 방 다니며 잠든 뮤즈들의 서랍을 열어서 소지품을 꺼내거나 당신의 빈 침대 옆에 잇는 서랍에서 옷을 꺼내서 겨울옷, 여름옷을 번갈아 갈아입지요. 잠깐 밀린 업무를 하느라 주의를 게을리하면 당신은 화장실에 걸린 수건으로 구석구석 청소를 하기 시작합니다. 정신이 맑았을 때 당신은 아주 부지런하고 살림을 깨끗하게 했다는데 치매에 걸렸어도 청소만은 잊지 않고 하지요.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겠어.빨리 집에 가야 하는데 어떻게 가야 하는지 모르겠네. 돈이 좀 있으면 좋겠어. 막내아들에게 주면 좋을텐데. 아들아, 엄마가 널 도와주면 네가 그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될 텐데. 갑자기 왜 이렇게 춥지? 조끼를 입아야겠다. 이 옷은 여기가 앞이야 뒤야? 이상하다 어디에서 많이 본 꽃무늬 바지가 있네. 아차,청소하는걸 잊었네.여기도 치우고 저기도 치우고. 내 방이 어디였지? 어라,모르는 사람이 내 침대에 누워있네. 이 사람이 내물건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게 내 로션을 감춰야겠다. 아이구 다리야.다리가 왜 이렇게 아프지? 어서 집에 가야 하는데 통 길을 모르겠네. 아, 배고프다. 저기 냉장고가 있구나. 가서 밥 좀 먹어야겠다.내정신 좀 봐.밥 먹기 전에 화장실 청소하는 걸 깜박했네. 저 아줌마는 왜 자꾸 나를 따라다니지? 여기에서 좀 쉬어야겠다.’
새벽녘 뮤즈 당신은 악몽을 꾸나 봅니다. 낮게 신음소리를 내며 괴로워하는 당신 곁으로 가서 제가 깊게 팬 미간의 주름을 문지르며 말합니다.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다 해드릴게요.’ 밑도 끝도 없이 제가 말합니다. 침대를 두고 늘 거실에서 주무시는 당신을 위해 깔아드린 이부자리는 비어잇습니다. 대신 소파에 누운 당신의 어깨 위로 이불을 고쳐 덮어드리며 불응 감싸줍니다. 그러자 악몽에 시달리며 신음을 하던 당신이 실눈을 뜨고 바라보며 말씀하십니다. “예뻐.” “제가요?” “응, 자네가 예뻐.” 당신은 본인이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망각의 강을 건넜는데도 인사하는 것만큼은 잊지 않습니다. 모두 다 잠든 밤이라 감정이 격앙되어 있나 봅니다. 줄리에트비노슈 뮤즈 당신이 예쁘다는 말씀을 하자 하루의 피곤이 갑자기 몰려들며 왈칵 울음이 나옵니다. 이 세상에 단지 당신과 나만 있는 것 같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사랑에 답함’을 암송해 봅니다.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 주는 것이 사랑이다. 좋지 않은 것을 좋게 생각해 주는 것이 사랑이다. 싫은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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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주 샘이 천사표 요양보호사입니다.
당신의 손길,눈길을 받는 분들은 행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