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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거의 끝날 때가 된 이 연재를 마치기 전에 짚고 싶은 장소와 사람이 있다. 마포와 한의사 명호다. 일단 떠오른 생각들로 초고를 만들어 놓고 명호가 쓴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안녕, 나의 자궁이다. 책을 반쯤 읽었을 때 초고를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통해서 분명하게 명호가 말했던 걸 왜 그전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호를 알고 지낸 뒤, 그가 보여준 태도, 특히 불행한 여성에 대한 연민은 거의 투사적이었다. 불운이 겹쳐, 죽을 듯이 혹은 비틀비틀 살아내던 나의 어느 한 시절에 명호가 비빌 언덕이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명호는 펄쩍 뛸 게 분명하다. 그건 언니의 착각이라고!

 

서울 사는 동안 살아본 곳은 서너 곳. 기억에 남도록 가 본 곳은 열 곳도 안 될 것 같다. 결국 활기차게 살아보지 못한 거다. 이런 처지에도 불구하고 마포는 오래도록 더듬고 추억할 곳이다. 우선 마포 구역 몇 곳에 한국작가회의 사무실이 있었다. 운동권은 아니었지만 작가회의 회원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 마포경찰서 유치장에 며칠 있어 본 것도 그 덕이었다.

나의 불안과 우울을 나보다 먼저 알아본 한의사 명호. 병원 건너 편 어느 오피스텔에서 동업자 몇을 불러 즐거운 시간을 가지게 해 준 것도 아름다운 추억. 작가회의 이사장을 할 때, 사무국 직원들 모두를 초청해서 푸짐한 식사를 대접해 낯을 세워줬다.


~~~



오래 살다보니 이런 황송한 일이 다 생기네요.

이경자 소설가는 엄청난 대선배님 이신데

당신이 쓰는 칼럼이 끝나가는중에

마포와 명호를 떠올리 셨습니다.


안녕 나의 자궁 책을 이리저리 안고

다시 찬찬히 읽고 나서 쓰셨답니다.


문학계 여성계를 대표하는 대선배님이

 저에게 <이경자 문학상>을 주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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