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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독후감(선생님 책을 읽고 씁니다)2016.05.18 13:26 안녕하세요? 선생님^^ 혹시 저를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쳐지나가는데 이렇게 여쭤보는 것도 죄송스럽지만, 혹시나 해서요^^; 저는 2014년 4월 즈음 선생님을 찾아뵈러 갔었고, 진료실 들어가자마자 펑펑 울다 선생님의 책 한권을 선물받고 책을 주시면서 우울증편을 열심히 읽어보라고도 하셨습니다. 책 첫장에 제 이름을 쓰고 화이팅! 이렇게 적어서 주셨지요.^^ ‘독후감 써 올리세요’라는 말씀을 전해 듣고 나왔었습니다. 독후감도 쓰지 못했고, 약을 3재 먹어야한다는 선생님 말씀도 지키지 못하고 2재를 먹고 한의원에 가지를 못했습니다. 그런데 왠지 마음 한 켠에 꼭 독후감을 써서 올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간직하고 시간이 훌쩍 2년이나 지나버렸습니다. 그 때 남편과 함께 한의원을 찾아가서 진료실에서 어디가 불편하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손 하나 까딱할 힘이 없어요’하고 말씀드리자, 선생님께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손 하나 까딱할 힘이 없을 때도 있지.’라고 말씀해주시는 순간 저도 모르게 눈물이 펑펑 났습니다. 피곤하고 힘이 없다고 말하면 늘 운동부족이어서 그렇다는 말만 듣고 살았습니다. 운동할 힘이 나지 않는 걸 이해받지 못했습니다. 병원에 진료 받으러 가서 그렇게 울어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직업이 뭐냐고물어보셔서 ‘특수교사’라고 하니 특수교사들은 맘이 참 고달프다고 하셨지요. 그 당시 허리가 아파 침을 맞고 약을 처방받아 한달을 먹은 후 시간이 나지 않아 한의원을 못 가고 전화통화 후 다시 약을 한 재 더 먹었습니다. 그 때가 2014년이었습니다. 독후감을 쓰지 못한 핑계를 대자면, 저는 그 당시 딸아이를 경주인 친정에 맡겨두고 생활하고 있었고, 저희 집은 수원이라 주말 대부분을 아이를 보러 경주에 내려갔고, 그 생활을 6년째 하고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원래 부산에 살다 결혼해서 남편 따라 수원에 올라왔고, 휴직할 상황은 되지 않고, 남손엔 맡기기 싫어 주양육자를 바꾸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마침 친정엄마가 봐주신다고 해서 낳아서 여섯 살 때까지 수원과 경주를 오갔습니다. 물론 처음엔 그리 오래 놔둘 생각은 아니었구요. 방학 때면 제가 데려와 한달을 키우고 개학을 하면 다시 할머니집에 보내고 제가 다녀오는 생활을 반복했었지요. 그저 바빴습니다. 2008년 5월에 결혼해서 10월에 임신이 되었다가 5주만에 자연유산이 되었습니다. 아기집 보지 못한 상태에서 소파수술 받지 않고 생리처럼 흘려보냈습니다. 그 후 그 다음해 3월에 수원에 올라왔고, 임신이 되어서 딸을 출산하였습니다. 남들에 비하면 그리 어려운 출산은 아니었습니다. 그 후 수원과 경주를 오가며 생활했고, 둘째를 가질 엄두가 나지 않다 둘째가 있었음 좋겠다 생각할 무렵 2013년 3월에 임신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자궁 외 임신이었고, 초기라 약물치료를 하다 나팔관이 파열되어 응급수술을 받고 우측 난관 절제술을 받았습니다. 자궁외임신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나팔관 절제수술은 받고 싶지 않아서(나팔관만 잘라내지 않으면 나팔관이 그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약물치료를 하고 통증을 버티다 나팔관이 파열되어서 급하게 응급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에 나팔관절제를 하지 않아도 자궁외임신이 된 곳의 나팔관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의사선생님께서 말씀해주셨습니다. 속이 상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 자궁근종이 하나 있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산부인과에서는 위치가 괜찮고 증상이 없고 크기가 크지 않으니 그냥 있음 된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셨습니다. 수술 받고 3주를 쉬고 복직하였고 또다시 생활이 반복되었고, 1년 후 우연히 서점에서 선생님 책을 읽게 되었고, 남편을 졸라 선생님 한의원을 찾게 되었습니다. 자궁외임신으로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말을 의사선생님께 듣고 눈물을 흘리는데 의사가 저에게 ‘왜 우냐? 아플까봐 그러냐? 마취해서 괜찮다’라고 말하는 순간 모든 사람이 공감능력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술을 받고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말하는데만 급급했지 맘놓고 꺽꺽 울어본적도 없었습니다. 마음껏 속상해하지 못하고 속으로 삭혔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 진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와 처방해주신 약도 열심히 복용하고 책도 열심히 읽었습니다. 차츰 몸에 힘이 조금씩 생겨 운동도 새로 시작했습니다. 검사해보라던 갑상선호르몬에도 이상이 없었고, 남편과 함께 탁구를 시작해 약 6개월을 다니면서 근력도 좀 생기고 덜 피곤하였습니다. 선생님 말씀처럼 약 먹고 살도 2kg정도 쪘습니다. ^^ 그리고 그 다음해(작년이지요) 딸아이를 데려왔습니다. 아이를 옆에 두고 키우는 건 또 다른 삶의 시작이었습니다. 우선, 새롭게 바뀐 환경에 원래 많이 예민한 딸아이가 적응하는 데에 힘들어했고, 할머니와의 헤어짐에 마음아파했습니다. 친정엄마가 수시로 오가고 유치원을 데리고 다니면서 적응하는데 수개월이 걸렸고, 작년 10월 무렵 화성으로 이사를 하고 올해 학교를 새로 옮기고 딸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였습니다. 작년 한 해를 쉴 틈 없이 보냈고, 2016년 몇 개월을 아이의 초등학교 적응에, 저의 새로운 직장 적응에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아이와 함께 해서 행복하지만, 운동은커녕 혼자 있는 시간도 가지지 못하고, 아침에는 준비해서 아이 데리고 나오기 바쁘고 퇴근하면 저녁밥에 집안일에 숙제에 지쳐 잠들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체력도 떨어지구요. 사람이 참 간사하지요? 그러다 문득 선생님 생각이 다시 났습니다. 그리고는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을 다시 읽었습니다. 혼자 통쾌해하다 웃다 울다 마지막 저와 같은 마음으로 한의원을 찾아왔다 멋지게 이겨낸 사람들의 글을 보고는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그리고는 책을 다시 읽게 된 걸, 한의원을 찾아갔었던 걸 참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자궁근종이 있고, 작년 3월쯤 산부인과에서 2cm정도 되고 위치가 괜찮으니 그냥 있으면 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특별한 증상이 없고 출혈도 없으며 생리를 거른 적도 생리양이 급격히 많아진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저는 불안하고, 가끔 아랫배가 미세하게 아프거나 할 때면 겁이 나곤 합니다. 짜증이 나거나 피곤할 때면 그래서 그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병원가기가 두려워 지금도 여전히 겁을 먹고 있습니다. 여전히 피곤하고 사는 게 고달플 때가 있고, 우울감이 몰려 올 때가 있습니다. 딱히 크게 아픈 구석은 없지만 늘 기운이 없고 체력이 안 됩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믿을 구석이 생긴 것 같아 든든한 마음도 듭니다. 아마도 곧 다시 선생님을 찾아갈 것 같습니다. 이번엔 핑계대지 않고 내 몸에 집중해 보고 싶습니다. 겁먹지 않아도 되겠지요? 피곤해하고 체력이 안 되는 엄마가 아니라 건강하고 활기찬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마음을 담아 진료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귀한 책 선물주셔서 많은 위안을 받았습니다. 곧 찾아뵐께요.^^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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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년 넘어
길고긴 독후감....고맙습니다.
아이와 떨어져 6년.
데리고와서 학교보내기...이거 만만치않아요.
일터에서 퇴근하면 집안일 육아가
기다리니...
나도 그 고생한 엄마라서
이해가 됩니다.
너무 잘하려고 말고.
어질러져도 참고.
화내면서 일하지 마세요.
어질려 놓고..맘편히
웃는 너그러운 엄마가 나으니까. ㅋㅋ
작년에 검사했으니
이번에 오면.. 협진산부인과 초음파 봅시다.
그리고 대책을 세워 봅시당.
딸도 데리고 와서
밥 먹고 갈 생각하쇼...하하하
옷도 편히 입고오고....
기운 아껴 만나봅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