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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옥쏘옥 아픈 책 한권이 내 손에 닿았다.

나의 어두웠던 정말 아팠던 순간들을 기억해내기 식하자 더이상 신나는 글이 나오지 않았다.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가 아파왔다. 중략 기억하고 싶지 않아 가슴 한켠에 꼭꼭 숨겨놨던 기억들을 꺼내놓는 순간들이 바로 치유가 되는 과정이라는 것을.-이현주

이현주씨는 그렇게 자기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지만 나는 그 대목에 빨간 밑줄을 치고 한참동안 말없이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이현주씨 이야지만 내 이야기도 되는 이 글을 읽어낸다는 것 자체가 쏘옥쏘옥 심장이 에이는 것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그러나 현주씨 말처럼 나도 에이지만 나와같은 어려움을 겪은 한 여인의 고백을 힘들어도 치유의 과정이라는 확신으로 한땀한땀 고요히 책을 읽어냈다.

고맙다!
가수 김태원과 이현주씨의 가족사! 곱게 정제된 듯 펼쳐졌지만 얼마나 담담하게 아픔을 그려낼려고 했는지 내 세포 하나하나가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필리핀에서 나부터 살자하고 우현이는 특수학교에 또 가사는 가사도우미에게 그리고 고요히 성당 속에 자신의 슬픔을 어루만진 시간을 확보한 현주씨에게는 순간 너무도 부러운 마음도 들었었다. 나도 그러고 싶었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나는 특수교사이고 또 자폐아들을 키우는 엄마로써 말 그대로 슬픔을 출근하는 전철에서 삼키고 돌아와서는 또 엄마를 했으니까.

그러나 다음 순간 그녀에게 그런 행운이 깃든것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으로 전환되었다. 삶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주어진 숙제를 풀어내는 것이니까. 쭈빗쭈빗 나를 챙기는 요즘 현주씨 말로 나는 그래 이정도 날 챙겨도 돼라는 면죄부를 받은거 같아서 좋았다. 나부터 살아야 나부터 서야 그 다음 아이가 있는 거니까.

여전히 그녀의 아픔은 진행중일 것이다. 우현이가 정상화되는게 아니니까. 그러나 느리고 정직하게 발전해가는 아이를 지지격려해주는 가족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김태원씨는 김태원씨 방식대로 현주씨는 현주씨의 방식대로! 그러니 그들은 이미 그들만의 답을 찾았으니 다행 아닌가!!

내일은 내 아들 졸업사진을 찍는 날 특별히 예쁜 옷을 입혀 보내고 싶은데 뚱뚱한 재서는 옷가게서 옷을 입어봐야만 한다. 나는 어제도 현주씨처럼 용감하게 내 아들 문제를 드러내고 옷가게 일하는 사람을 지원군으로 만들지 못해 쩔쩔맸다 드러나는 아이 이상한 눈초리 거의 울것같은 심정으로 옷을 고르고 탈진한 마음으로 길바닥에 나와서 내가 으앙 울어버렸다. 나는 마네킹을 만지고 제멋대로 모자를 써보는 아들을 챙피해하고 있었다. 그 마음을 스스로 들키고 좌절해서 울어버린 것이다.

그래 그만 챙피해하자. 이제 너무 거대해져 재서는 숨겨지지도 않는데 나도 현주씨처럼 용감하게 내 주변을 지지자로 만들어가자. 아이의 문제를 펼쳐 보이고 도움을 청하자. 그러면 조금더 삶이 편해질텐데 말이다.

느리게 천천히 고요히 있는 그대로 가족이야기 펼쳐 보여줘서 고맙습니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쏘옥쏘옥 가슴 아리게 눈물 범벅으로 읽어냈지만 그 과정이 저에겐 또 하나의 위로요 치유의 과정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아직은 제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펼쳐 보일 만큼 용감하지 않치만 언젠가 저도 저 자신의 온전한 치유를 위해 제 이야기를 펼쳐 낼 수 있기를 바래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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