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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말(아직도 엄마에게)

2016.04.11 00:22

랄라 조회 수:279

강제윤
어느 순간부터 말은 더 이상 소통의 수단이 아니었습니다
단절의 칼날이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 때 입에 도끼를 물고 태어난다고 했으나
오래도록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이제 나는 그 도끼가 양날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상대의 발등을 찍은 도끼는 반드시 돌아와 내 발등도 찍었습니다
상처에 약이 되지 못하고 상처를 덧나게 하는 말
추위에 온기가 되지 못하고 찬바람이 되는 말
굶주림에 밥이 되지 못하고 허기가 되는 말
내가 던진 말의 도끼날에 찍힌 가슴이 얼마였던가요
되돌아와 나의 심장을 찍은 도끼날은 또 얼마었던가요
말이 말이 아니게 되었을 때
말은 오로지 버려야 할 말일 뿐이었습니다

☞ 강제윤의 <자발적 가난의 행복중에서-언어의 감옥에서 침묵의 감옥으로>라는 산문을 읽자마자 제이씨 글에 달았던 제 코멘트를 지웠습니다 제가 누군가에게 이래라 저래라 말할 입장이 아니구나 알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따뜻해지려고 애쓰는데 저는 유독 아직도 엄마한테 만큼은 따뜻한 말을 못합니다 엄마 상처를 후비고 덧나게 하는 말을 하고 쌩 찬바람 부는 말을 하고 엄마 눈에서 뚜욱뚜욱 눈물 빼는 말을 합니다 머리로 이해된 것이 제 가슴으로 내려와 따뜻한 사랑으로 가득차지 못했기 때문이라는걸 압니다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없기 때문이라는것도 압니다 엄마를 가슴으로 이해하지도 사랑하지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도 압니다 도대체 자식은 뭐길래 이토록 엄마를 평가하고 가슴을 후비는걸까요? 그럴 자격 없는데 이 세상에 존재케 한 것만으로도 가슴뛰게 엄마를 사랑할수는 없는 것인지 저도 제이씨 못지않게 답답합니다 미성숙한 제가 부끄럽고 또 부끄러워져서 얼굴을 못 드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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