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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들을 처녀귀신을 만들었을까 -김신명숙.소설가. 이프2009.04.16 10:10 어쩌다가 이 시대 한국사회에 태어난 우리는 어떤 세상을 살고 있는 걸까요?
그녀를 죽인건 아버지고 따라서 아버지가 책임져야 할 부분도...
다 알고 있겠지만 여대생 김모씨는 인터넷 쇼핑몰 사업을 위해 사채업자에게 3백만원을 빌렸다가 불과 1년여만에 빚이 수천만원으로 불어나 강요된 성매매를 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아버지가 그 사실을 알게 됐고 결국 그에 의해 살해당하고 말았지요. 아버지는 이틀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구요.
KBS 보도에 의하면 아버지는 ‘자식을 잘못 키워 수치스럽다’고 했으며 ‘딸이 룸살롱 2차를 나간 걸 알고 충동적으로 그런 짓을 저지른 것 같다’고 합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사채 빚도 문제였겠지만 딸의 성매매 행위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또 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해서 그의 살인행위가 그냥 덮어질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는 안 되지요. 저는 딸을 살해한 그에게서 이슬람 문화권에 아직도 살아있는 이른바 ‘명예살인’의 그림자를 봅니다. 여성의 순결이나 정조를 가문(남성)의 명예와 연결시켜 여성의 목숨을 빼앗는 극단적 가부장제 악습인 명예살인의 논리나 정서는 이슬람 사회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성폭력이나 성매매의 피해자들을 피해자로 보지 못하고 ‘더럽혀진 여자’로 보는 곳에, 피해자의 고통과 절망보다는 가족의 명예나 수치를 먼저 생각하는 곳에 그것은 어디든 존재합니다.
김모씨의 아버지가 아무 죄 없이 당할 대로 당한 딸을 죽이는 게 아니라 사채업자에 대항해 싸우고 만연한 성매매의 피해자로서 새로운 눈을 떴어야 했던 것처럼요. 아버지에 의해 살해되던 순간 그녀가 느꼈을 그 아득한 절망은 사채업자나 술자리의 남자들이 그녀에게 준 고통과 절망에 비해 어땠을까요? 어떤 언론도 제기하지 않은 이 질문을 이제라도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건 그들을 그렇게 만든 가부장제 한국사회의 아직도 지체되고 어두운 현실입니다. 성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오히려 큰 소리 칠 수 있는 바로 그 현실 말입니다.
멀쩡한 여대생을, 여배우를 어찌 그리도 쉽게 접대상품으로 전락시킬 수 있는 건가요?
사채업자들은 여성 채무자들을 ‘걸어다니는 담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유흥업소로 보내면 바로 ‘환전’이 되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엄연히 성매매가 불법으로 돼 있는 사회에서 어떻게 이런 현실이 가능한 것일까요? 멀쩡한 여대생을 어찌 그리도 쉽게 성매매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여배우를 접대상품으로 전락시킬 수 있는 건가요? 성매매가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면 김모씨가 성매
매 강요를 받지 않았을 텐데 그 세계에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몰려들어 늘 그렇게 성시를 이루는 것인가요?
대한민국 1등 신문임을 주장하는 신문사 대표는 장씨 유족에 의해 성매매특별법 위반혐의로 고소됐습니다. 성접대를 받은 고위공직자, 유력인사들에 대한 뉴스는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단골메뉴지요.
보통 남자들이라고 해서 많이 다를까요? 성매매는 필요악이고 ’피해자가 없는 범죄‘라는 아전인수격 발언들이 횡행하는 현실을 보면 왜 문제의 경찰 우두머리가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학생이던 김모씨와 대학원을 휴학 중이던 장자연씨는 과거 대학 캠퍼스에서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제가 오늘 본 환하고 명랑한 여대생들과 별로 다르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은 성공한 쇼핑몰 사업자를 꿈꿨을 테고 다른 한 사람은 스타 여배우가 되는 꿈을 꿨겠지요. 그런데 지금 두 사람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누가, 무엇이 그녀들을 원한의 처녀귀신이 되게 한 것일까요?
그러면서 그녀들은 자신들의 죽음 이후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두 눈 똑바로 뜨고 주시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들의 맺힌 한이 풀어지고 똑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길 바라면서요.
정확한 이름도 알 수 없는 여대생 김모씨와 장자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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