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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안부인사 올립니다.2009.03.20 11:26 <!--StartFragment-->
선생님,안녕하세요? 저 기억하실 지 모르겠는데요,강릉살구요, 키 멀대같이 큰 신랑이랑 같이 진료받던 아줌마에요. 저는 소화장애하고 애기 때문에 진료받았었구요,저희 신랑은 고질적인 비염으로 진료받았지요.
사실 저희 신랑은 완전 종합병원인데요.ㅋㅋ... 선생님이 저희 신랑한테 저한테 고마워하면서 살라고 하셨잖아요.이렇게 문제 투성이인 인간을 데리고 사는 것에 감사하라고... 마음에 안 들더라고 고쳐가면서 잘 쓰라고... ^^
아무튼 한의원 다닌 지 두 어달 만에 그렇게 원하던 임신을 하게 되고,너무 기쁜 나머지 선생님께 감사인사도 제대로 못 드리고 한의원을 떠나오던 날이 기억이 납니다. 선생님도 마치 선생님 본인 일처럼 기뻐해주시고 문앞까지 배웅을 해주셨지요.이제는 벌써 임신 5개월이 되었답니다.
나중에라도 선생님께 감사인사 제대로 드리고,식사라도 한 끼 대접하자로 신랑이 그랬는데 식사대접이야 애기낳고 하더라도, 감사의 인사라도 진작 올렸어야 하는데 너무 늦었습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입 싹 씻고,나몰라라 하다니...
그런데요 선생님,그게 그런 게 아니구요. 임신하고 마냥 좋을 줄만 알았더니 새 생명을 잉태하고, 뱃 속에서 온전한 인간으로 만들어내는 일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구요.임신 초에는 많이 힘들어서 주말이면 누워만 지내기도 하고,또 입덧도 그렇게 심한 편은 아니었지만 속이 안 좋은 때가 많다보니 만사가 다 귀찮고,짜증이 나는 날도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선생님께 이렇게 글을 올리는 것을 자꾸 미루게 되었지요.
최근에는 약간의 우울증이 오기도 했어요.그래도 임신 전에는 이쁘고 날씬하다는 얘기 꽤 많이 들었었는데 이제 거울을 보면 몸매가 텔레토비 몸매 같아요. 횡단보도에 거의 다 왔는데 몸이 둔해져서 파란불로 바뀌는 것을 보면서도 뛰지도 못하고, 또 좋아하는 커피도 자제하고, 이것저것 절제된 생활을 하다보니 스트레스가 점점 쌓이더라구요. 거기에다가 소변이 지나치게 자주 마려워서 새벽에 2~3시간마다 깨어서 화장실을 가니 잠을 못자는 제대로 못자는 날들이 계속되어 피로와 짜증이 늘어만 갔죠. 잠을 제대로 못자고 직장생활을 병행하려니 너무 힘들었어요.그래서 결국엔 신랑한테 한 번 터뜨렸어요.그냥 아무일도 아니었는데 소리지르면서 막 울었어요. 그러고 나니까 좀 낫더라구요.또 친구들중에 임신 중이거나 출산 경험이 있는 친구들한테 하소연하고 나니까 많이 풀어졌어요.친구들 왈 ‘그냥 즐기라’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얼마전부터 태동을 느끼게 되면서 그동안의 힘들었던 시간들이 눈 녹듯이 사라지지 뭐에요? 몽글몽글거리는 것이 어찌나 귀여운지... 이제 뱃 속 아기한테 말도 걸어보고 해요.저의 심신이 어떠한 상태인지에 집중하기보다 아기에게 집중을 하니 제가 많이 밝아지는 것을 느낍니다.또 시간이 흐를수록 여자인 저만이 경험할 수 있는 특권이라는 생각도 들구요. 이제 절반은 잘 왔으니 남은 절반도 무사히 보내야 할텐데 걱정이에요. 그래도 신랑이 밥이랑 설거지랑 전담해서 지내기가 괜찮아요.제 마음 편하게 해주려고 애도 많이 쓰구요.
인천에 살 때 직장동료가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자궁’이라는 책을 빌려줘서 읽은 다음부터 정말 저의 몸에 대해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었어요.극심한 생리통으로 자궁을 쥐어 뜯어내고 싶은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는데 소중한 제 몸을 그렇게 함부로 여기다니 반성 많이 했죠. 그리고 꼭 한 번 선생님을 찾아 뵙고 싶었어요.
이렇게 좋은 결과가 있을 줄 알았더라면 좀 더 일찍 선생님을 찾아뵜으면 좋았겠다는 후회도 좀 들더라구요.인천에서 강릉으로 이사가기 전에 선생님을 만났더라면 왔다갔다 하는데 좀 덜 고생했을 것이고,어쩌면 아기도 더 빨리 생겼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좀 남습니다. 이제는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꽃피는 자궁’ 책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있어요.동료 한 명도 너무 감명받았다고 합니다. 남자들도 꼭 읽어야하는 책이라고 엄청 강조하고 다녀요.^^
참, 저희 신랑도 그 때 선생님께 진료받은 이후로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새벽에 재채기하고 콧물흘리고 하는 증상들이 없어진 것 같아요. 선생님 말씀대로 머리도 밤에 감고, 따뜻하게 하고 자면 좋으련만 며칠 하더니 그건 잘 안해요. 귀찮다고 매일 그냥 자요. 그리고 맥주도 한 잔씩 하고 자구요. 그래도 이제 어떻게 관리하면 되는지는 아니까 다행이죠. 제가 옆에서 잔소리 많이 해서 선생님 처방대로 관리하도록 신경쓸게요.
긴 글 읽으시느라 눈 아프시겠어요.그래도 내성적인 제가 이렇게 공개글 남기기까지는 꽤 여러번 생각했으니 그 마음만은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선생님과 가족들 모두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한의원 식구들도요. 다음에 또 인사 올릴게요. 안녕히 계세요.^^ <SPAN style="FONT-FAMILY: '한컴바탕'"><BR></S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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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벌싸부터 수발들고
엄마와 아기를 위해주니 을매나 대견한지.
신랑 칭찬 많이 해주고. 태동도 선심쓰듯?
만지게 해줘. ㅋㅋ
긴글 쓰느라 그대가 애썼네.
다른 예비엄마들도 자기경험 이야기가 도움이 될거고
소식 전해줘서 고마워.
평생에 한두번 누릴수 있는 귀한 시간.
충분히 느끼고 행복하길. 그리고 무사히 출산하길
빌게. 아기 태명은? 궁금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