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옥숙이란 배우가 있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배우다. <베토벤 바이러스>란 드라마가 있다. 내 딸이 아주 좋아하는 드라마다. 배우 송옥숙은 그 드라마에서 ‘아줌마’ 첼리스트로 나온다. 지휘자한테는 똥덩어리란 말이나 듣고 남편한테는 미쳤단 소리나 듣던 그녀가 리베르 탱고를 혼신의 힘으로 연주해 내며 첼리스트 정희연으로 다시 태어난다. ‘우리 모녀의 송옥숙’으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
20년도 더 전에 나는 그녀가 진행하던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으며 하루치의 모욕과 슬픔을 위로받았으며 영화에서 그 좋은 미모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망가져’ 가는 조연으로 열연할 때는 그녀의 용기와 열정에 기립박수를 보내곤 했다.
쓸데없이 좋은 기억력으로 그녀와 나만의 은밀한 연대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언젠가 어떤 여성지에서 ‘부부는 십년은 살아 봐야 한다’는 그녀의 인터뷰 기사를 읽고 결혼 생활이 삐걱거릴 때마다 그녀의 조언을 꺼내곤 했다. 결국 난 ‘언니의 가르침’에 따라 10년을 고봉으로 꽉꽉 눌러 담고 결혼 제도에서 벗어났다. 그런 말을 했을 때 그녀도 이를 악물고 버티는 중이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최진실이란 또다른 배우가 있었다. 그녀의 믿기지 않는 죽음과 그 인생이 너무 가엾어, 기실 제 설움이겠지만, 밤새 술을 마시고 있다는 ‘언니’들의 글을 읽으며 모니터 앞에서 함께 술잔을 비우는 것으로 그 망연함을 버텼다. 그녀를 향한 나의 주목이 그녀의 삶이 비틀거릴 때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 여기저기서 ‘두들겨 맞아’ 어지간한 맷집쯤은 생겼으리라고 너무 믿었던 것이 공연히 미안했다. ‘20년 정상의 톱스타’와 ‘당당한 싱글맘’이라는 우리 사회에서 보기 드문 조합에 열광하며 기세 좋게 헹가래를 쳐 올려 놓곤 손을 내밀어 받아 주는 걸 잊어 버렸던 사람 중 한 사람은 아니었나 반성도 했다.
그녀가 애들의 성을 ‘최’로 바꿨다는 소식은, 전남편의 성이 같은 ‘김’이란 이유로 아직까지 딸의 성을 그대로 두고 있는 내게 지금 당장 법원으로 달려가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강한 울림을 줬다. 그렇게 스타라면 무조건 닮고 싶어 하는 대중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벤트’도 가끔 해 주면서 그녀가 우리 곁에서 오래도록 함께하리라 철석같이 믿었건만 ….
이 변덕스럽고 까탈스러운데다 때론 무심하기까지 한 대중은 나의 ‘언니’들이 그녀들의 삶의 신산함으로 우리 삶의 신산함을 위로해 주길 잔인하게 소망한다. 그리하여 궂은 날에도 해가 뜨는 날에도 끝내 질기게 살아남아 우리 모녀와 더불어 울고 웃으며 늙어가는 더 많은 ‘우리 모녀의 송옥숙’이 나오길 감히 바라본다.
김연/소설가
그대가 보고있다는 거 기분 좋아 잼나.
소설가가 넘 미모라서 언짢아서 사진은 뺏수...ㅋㅋ
마포 지나가다 밥 먹으러 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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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한 번 가긴 가야 할텐데 말이지요..겨울이면
웅녀본색이 살아나 긴 겨울잠을 자야 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