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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봄날...나는

2010.04.14 12:32

약초궁주 조회 수:2111 추천:271

 

 

추운 봄날


                     [황인숙]


요번 추위만 끝나면
이 찌무룩한 털스웨터를 벗어 던져야지
쾌쾌한 담요도 내다 빨고
털이불도 걷어치워야지. 

 

머리를 멍하게 하고 눈을 짓무르게 하는 난로야
너도 끝장이다! 창고 속에 던져넣어야지.
(내일 당장 빙하기가 온다 해도)

 

요번 추위만 끝나면
창문을 떼어놓고 살 테다.


햇빛과 함께 말벌이
윙윙거리며 날아들 테지


형광등 위의 먼지를 킁킁거리며
집터를 감정할 테지.

 

 

나는 발돋움을 해서
신문지를 말아쥐고 휘저을 것이다.


방으로 날아드는 벌은
아는 이의 영혼이라지만.
(정말일까?)

 

아, 이 어이없는, 지긋지긋한
머리를 세게 하는, 숨이 막히는
가슴이 쩍쩍 갈라지게 하는
이 추위만 끝나면


퍼머 골마다 지끈거리는
뒤엉킨 머리칼을 쳐내야지.

 

나는 무거운 구두를 벗고
꽃나무 아래를 온종일 걸을 테다.
먹다 남긴 사과의 시든 향기를 맡으러
방안에 봄바람이 들거나 말거나.

 

~~~~

 

혹시 어쩌다가 우연히

여러분이 책방에 들려서.

 

시집을 고를때

 

널리 알려진 안도현이라든가.

김용택아저씨라든가...정호승같은

유명짜한 시인도 좋겠지만.

 

황인숙 시집을 한번 집어보시라.

그녀가 봄바람에서 가을 낙엽까지

우왕좌왕 흩뿌리고 다니는 숨결이

남같지 않으리라.

 

간신히 맞이하는 요런 날씨의 봄.

지가 아무리 쌀쌀맞게 눈흘긴대도

 

결국 따스해져 햇살이 노골노골 퍼질수 밖에

없을터.

그런 봄볕 놓치지 말고

등뒤 태양전지를 충전시킬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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