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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읽고! 걷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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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님이,,,와 용산2009.08.12 11:17
- 이시영
용산역전 늦은 밤거리 내 팔을 끌다 화들짝 손을 놓고 사라진 여인 운동회 때마다 동네 대항 릴레이에서 늘 일등을 하영 밥솥을 타던 정님이 누나가 아닐는지 몰라
이마의 흉터를 가린 긴 머리, 날랜 발 학교도 못 다녔으면서 운동회 때만 되면 나보다 더 좋아라 좋아라 머슴 만득이 지게에서 점심을 빼앗아 이고 달려오던 누나
수수밭 매다가도 새를 보다가도 나만 보면 흙 묻은 손으로 달려와 청색 책보를 단단히 동여매주던 소녀 꽁깍지를 털어주며 맛있니 맛있니
하늘을 보고 웃던 하이얀 목 아버지도 없고 어머니도 없지만 슬프지 않다고 잡았던 메뚜기를 날리며 말했다
어느 해 봄엔 높은 산으로 나물 캐러 갔다가 산뱀에 허벅지를 물려 이웃 처녀들이게 업혀와서도 머리맡으로 내 손을 찾아 산다래를 쥐여주더니 왜 가버렸는지 몰라
목화를 따고 물레를 잣고 여름밤이 오면 하얀 무릎 위에 정성껏 삼을 삼더니 동지섣달 긴긴밤 베틀에 고개 숙여 달그당잘그당 무명을 잘도 짜더니 왜 바람처럼 가버겼는지 몰라
빈 정지문 열면 서글서글한 눈망울로 이내 달려나올 것만 같더니 한번 가 왜 다시 오지 않았는지 몰라
식모 산다는 소문도 들렸고 방직공장에 취직했다는 말도 들렸고 영등포 색싯집에서 누나를 보았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어미니는 끝내 대답이 없었다
용산역전 밤 열한시 반 통금에 쫓기던 내 팔 붙잡다 날랜 발, 밤거리로 사라진 여인
~~~시인은 통으로 붙여서 시를 쓰셨건만 내가 읽기 편하게 줄을 띄고 칸을 바꾼다. 오라버니..미안허요잉
용산 용산...막달레나의 집이 있던 용산 지금 80년대의 광주처럼 용산은 시대의 상처구덩이가 되었다.
망해가는 두바이, 마천루에 입주자는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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