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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해! 안심하렴 너는 장수 풍뎅이야

2008.12.11 10:56

약초궁주 조회 수:2528 추천:245

열일곱 살 소녀에게 쓰는 편지

 

  안녕, 열일곱 살 소녀야. 내가 평범하게 자라 일찍 결혼했더라면 어쩌면 너만한 딸을 두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열일곱 소녀에게 편지를 쓰냐고? 그렇기도 해.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는 내 인생이 열일곱 살 때 어긋나기 시작했기 때문이지. 그래서 나는 열일곱 살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 저 안쪽이 아려온단다....

 

  우리 엄마와 아빠는 내가 네 살 때즘 이혼을 하셨대. 아빠는 혼자 나를 키우다가 재혼을 하셨어....아빠가 돈 벌러 외국에 나가고 안 계시자, 새엄마는 친정 식구들을 데려다가 같이 살면서 나에게 밥과 청소를 맡겼어. 밥도 식구들이 다 벅은 다음에 남은 걸 먹어야 했고, 옷차림도 엉망이었단다. 새엄마가 친정식구들과 놀러가서 며칠 들어오지 않기도 했는데, 아무리 뒤져도 먹을 게 없을 때는 수돗물을 한 대접씩 벌컥벌컥 마셨단다. 열 살도 안 된 나이에도 나는 살고 싶었어.

 

  집을 나가서 일을 하면 혼자서도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았어. 구박만 받는 집보다는 차라리 더 나을 것 같았지. 무얼 하며 살아야 할까, 생각하며 걷는데 "제과점 서빙 모집"이라고 적힌 종이가 전봇대에 붙어 있더라. 그래서 거기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어. 목소리 고운 아주머니가 근처 빵 집에서 만나자고 하더라.....

 

  아저씨들은 나를 태우고 고속도로를 달렸어. 어디에선가 차를 세우더니, 잠깐 눈을 붙이고 가야겠다는 거야. 그거더니 나를 여관으로 데려가서는....그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너는 상상할 수 없을 꺼야.

 

  내가 만나는 세상은, 성매매업소와 거기 오는 손님들뿐이었어. 자신을 '시인'이라고 소개했던 어느 남자는 내게 말했지. "내가 시키는 이상한 짓을 하는게 힘들지? 그럼 배우가 됐다고 생각해. 그냥 연기하는 거라고." 그 말이 도움이 되기도 했어. 그 일은 너무 싫은 일이어서, 내가 나로 존재하게 하는 일이 아니거든. 난 배우여서 연기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자꾸 나 자신을 속여야 했단다...

 

  나는 갑자기 고객들 번호를 지우기 시작했어. 삭제!다시삭제, 삭제, 삭제, 삭제..... 번호가 하나하나 사라질 때 마다, 내 안의 어둠이 한 조각씩 걷히고 있었어. 휴대전화기 안에 저장된 전화번호를 다 정리했을 때, 천근만근이던 몸이 훨훨 날아오르면서 미소 짓고 있는 나를 발견했어. '아, 내가 성매매 일에서 탈출했구나!' 하고 실감했단다. 자유의 느낌이 그런걸까.....

 

 

 

안심하렴, 너는 장수풍뎅이야

 

  고등학교 2학년이던 어느 봄날, 상담실의 남자 선생님이 나를 불렀어. 상담해야 한다고. 방과 후도 아니었어. 상담실로 들어갔지. 선생님은 문을 잠그더군. 비밀 이야기를 하시려나? 선생님은 갑자기 내게 옷을 벗으라고 했어. 그리고 그 일이 일어났어. 소리를 지를 수도 있었을 텐데, 나는 교실 밖 아이들이 두려웠어.

 

   그 일을 당한 것보다, 아이들이 알게 된 게 더 무서웠어. 아이들이 이제 나와 놀아주지 않겠지? 이제 나는 왕다가 되는 거겠지? 작은 시골에서 소문은 빨리도 돌아, 이틀이 채 지나지 않아 엄마가 알게 되었어..

 

  내가 장수풍뎅이를 식구로 선택한 건 이유가 있었던거야. 열여덟 살, 그때로 잠시 돌아가 장수풍뎅이를 선택한 거지. 나는 그때 그 누구에게도 나의 상처를 들키지 않을 단단한 투구가 필요했던 거야. 투구를 쓰고 갑옷을 입고, 날카로운 창까지 지니고 나는 매일 등교했는데, 친구들은 내게 말을 걸지 않았어. 여기 와서 우리와 함께 놀자. 그런 말을 간절히 기다렸지만, 아무도 내게 말을 걸지 않았어...

 

  그곳의 생활은 기억하고 싶지 않아.단골손님도 생기고, 그곳 생활에 익숙해지고 4년쯤 되었을 대, 나는 아무생각 없이 사는 나를 발견했어. 밤새도록 나자들에게 몸을 팔고, 다음 날이면 오후 늦게 억지로 일어나고, 다시 남자들에게 몸을 팔고. 마치 녹음테이프처럼 내 몸이 돌아가고 있었어. 어느 날, 몸을 파는 나를 내 영혼이 빠져나와서 보고 있는 걸 발견했어. 내 영혼은 내 몸을 바라보며 불쌍학 여겨야 할 것 같은데, 이상하게 그냥 바라만 보았어. 마치 나를 때리던 아빠와 맞는 나를 외면했던 엄마처럼, 내 영혼도 나를 외면하는 게 보였어....

 

  이건 아냐, 많이 잘못되어 가고 있어! 나는 남자에게 성을 팔다 말고 소리쳤지. 벌떡 일어났다고 그 남자에게 한 대 세게 맞았지만, 나는 그 길로 상담소를 찾아갔어. 내가 쉼터에 들어가니, 그들이 내 갑옷을 벗기고 내게 있는 상처를 소독하고 치료해 주었어. 투구를 벗겨 내 이마의 땀을 닦아 주었지. 나는 엄청난 부상을 입었어. 의사는 그 부상의 이름이 자궁경부암이라고 했어. 스물 몇 살의 내가 자궁경부암 초기....

 

 

  나는 지금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발 마사지사로 일하고 있어. 누군가 무얼 하며 사느냐고 물으면 나는 자랑스럽게 대답하지.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어요. 그리고 아르바이트로 발 마사지를 하고 있답니다...

 

  장수풍뎅이야, 이제 그만 일어나 톡톡. 숨을 쉬어야지 톡톡. 어쩌면 죽음은 이런 건지도 몰라.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것. 내게 지난 어느 한 시절이 죽음이었다면, 나는 죽음을 이렇게 바라만 보면 돼. 그런 일이 있었든 없었든 나의 과거는 여전히 아름다운 광채를 가지고 있는지도 몰라.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지. 이제 작별을 해야겠구나, 장수풍뎅이야, 톡톡. 나의 과거와도 이제 그만 이별을 해야겠구나, 톡톡.....

 장수풍뎅이를 꽃밭에 놓아주었어. 이젠 유리 상자 안의 톱밥을 버릴 차례. 한 번에 쏟아 버릴까, 조금씩 덜어낼까. 어라? 그런데 이게 뭐지? 아하! 이것이 애벌레로구나. 모든 것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구나. 죽음은 죽음이 아니었구나. 내일을 꿈꾸는 또 다른 소망이 유리 상자에 있었구나...

 

  죽어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지. 아름다운 건 아름다운 그대로 영원하지. 나는 여전히 아름답고, 그러니 안심. 애벌레도 너도 이제 안심.

 

~~~샨티 출판사에서 보낸 책.

 

<축하해>

 

성매매 여성들의 가장 깊은 상처 보고서이자 희망보고서. 이건 살아잇는 사람들의 동화이다.

                            -오한숙희-

 

우리 사회의 성은 유교적 가부장 제도와  종교 권력의 결탁으로 (나중에 자세히 말하겠지만)

 

금지와 쾌락사이를 극단적으로 오간다. (금지는 쾌락의 과잉집착을 블러온다. 화근이란거지)

 

섹스는 영육을 자유롭게 소통하며 생명의 약동을 극명하게 표현하는 것이지 

 

이를 어찌 성스럽게 해야만 한다고 여기라고 우기며 (진짜 궁금하다. 목사님들은 어떻게 하시는지.ㅋㅋ)

 

남성을 위로하기 위한 산업으로 육성 조장하는 건지....

 

 

이곳에 희생자가 속출하고 자신도 모르게 가해자로서 공범들이 생간다.

 

내 남친 남푠 남동생..아들까지도 그속에 당연히 포함된다.

 

 

저 16살 소녀처럼.

 

홀써빙이나 제과점 써빙..전봇대에 흔히 붙은 구인모집

 

이게 다 범죄적 인신매매구나.

 

나도 아이들 가르치는 알바가 너무 지겨워서.

 

차라리 몸을 때우는 가정부를 할까하고.

 

예과 2학년때 (엄마가 너무 고생하시니까 도움이 될까하고) 찌라시 보고 찾아갔지.

 

가정부...왕십리 골목골목 골목...미로...(도망치기 어렵겠더라구)를

 

찾아가니 허름한 주택. 문간에서 기웃거리니 여자들이 방으로 몇명 잇더라구.

 

순진한 꺔냥으로도...수상쩍은 기미가 들어서 마당까지만 들어갔다가

 

날래게 뒷걸음으로 물러나왔당게.

 

집에가서 엄마한테 슬쩍 말햇다가 디지게 혼쭐 났다우.

 

 

내 동생 작은 여행가방 들고(왜 그런지는 모르나)

 

동대문 버스정거장 에서 육교를 바라보는데.

 

아가씨 일자리 찾아요? 하며 아주머니가 다정하게 활짝 웃으며 묻더래.

 

....낚일뻔 했지.

 

이 친구는 대학교 방학이면 거의 온갖 백화점 알바를 하고 다녔지.

 

지금도 씩씩한 동생이야. 결혼이란 사기를 당하긴 했지만.

 

그건 어찌보면 편하게 살아볼려고 남자를 선택한건데

 

자기를 믿지 않고 무임승차 한 결과지.

 

여성학...인간학 ..냉정하게 자기인식에 도달하는거.

 

인생의 참 목표가 아닌가해.

 

 

저 소녀들의 성장과 도약...진화와 창조가 놀랍고도 존경스럽다.,

 

그걸 인정해주고 격려하는 사회. 의식들은 우리도 변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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