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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셜 코미디의 탄생 <김씨 표류기> 유지나.

2009.05.14 13:54

약초궁주 조회 수:2104 추천:255

<김씨 표류기>

 

당신은 행복한가? 그런데 도대체 그 행복이란게 무얼까? 일을 많이 하고, 돈벌면서 부지런히 살다가 미친듯이 바쁘게 휴가 좀 다녀오면 행복한 것일까?

 진정으로 깊고 깊은 소통/사랑을 하고 있는가? 내놓고 묻지 않더라도 이런 질문들은 자본주의 속 현대인의 마음에 불현듯 스며들곤 한다. 그리곤 대체로 허망함에 빠진다. 무언가 방향을 잘못 잡고 사는 자신이 불현듯 드러나기 때문이리라.

 

 

바로 이런 본질적 질문들에 대해 사색하며, 자연인으로 살기를 정겨운 유머로 풀어낸 기막힌 코미디가 한 편 나왔다. 바로 <김씨 표류기>이다. 여기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있다.

 

이 둘은 각자 갇힌 공간에서 자족하면 살지만, 결국 소통하고야 만다. 그건 삶의 에너지인 에로스가 관장하는 사랑이다. 어디선가 누군가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며 깊은 관심을 보여준다는 실날같은 희망의 확장, 희망의 증명이다.

 

한 남자는 김씨(정재영)이다. 억대빚을 진 신용불량자 회사원이다. 돈 때문에 살 의욕을 잃어버린 그는 한강에 빠져 자살하려 한다. 그러나 목숨은 하늘에 달린 것이어서 한강의 작은 밤섬에 표류한다. 다시 자살하려 해도 새소리에 놀라 다시 실패한다.

김씨의 타나토스 에너지, 즉 죽음에의 욕망은 이제 굶주림을 이겨내기 위한 로빈슨 크루소식 생존본능으로 변환된다. 그것은 삶의 욕망인 에로스 에너지의 회복이다. 이제 그는 원시 자연인으로 조금씩 변환된다. 이건 퇴행같아 보이지만 실은 온몸의 자연감각이 자연 속에서 살아나는 생명력의 진화이다.

 

그를 지켜보는 한 여자, 폐쇄녀(정려원)이 김씨를 천체망원경으로 관찰한다. 한강변 아파트 방구석에 갇혀 사는 그녀의 취미는 달을 찍는 것이다. 달에는 아무도 없기에 외로움도 없으니까, 얼굴의 상처 때문일까? 그녀는 외부세상과 단절한다. 심지어 엄마와의 대면도 문자로 대신한다. 자기 방을 자기만의 우주로 삼아 인터넷으로 가짜 자기를 만들어내고, 방을 자기만의 우주로 삼아 자존한다.

 

 그러나 섬에 갇혀 ‘HELP’를 ‘HELLO’로 변형하며 자족하는 김씨를 발견한 후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이 둘 사이에 소통에의 욕망이 아주 조금씩 매우 섬세하게 드러나다 폭발하고야 한다. 놀라운 사랑의 시작이다.

 

이렇듯 이해준감독은 현대문명의 방향성을 자연감각 회복과 소통의 욕망으로 증명해낸다. 정재영의 물오른 독창적 코믹연기에는 유머의 페이소스가 넘쳐난다. 심오한 삶의 철학을 담은 멋진 한국 코미디의 탄생이다 !

 

<천하장사 마돈나>에서부터 인간을 깊이 들여다보는 응시의 묘미를 보여준 이해준감독은 코믹걸작을 만들어냈다. <박쥐>보다 더 화끈한 남성 누드도 서비스로 나오고, 자장면에 대한 명상은 극장내 폭소를 만발시킨다. 깊이 웃기 위하여 당신의 행복술을 발견하기 위하여 이 영화를 꼭 보시기 바란다.

 

유지나09/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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