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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2009.08.19 12:27

약초궁주 조회 수:2600



나는 떠난다.

이글을 쓰는게 세번째다.

환자보다 글을 쓰고 또 조금 쓰다가

엔터키를 누르면 휘리릭.

쫒겨난다. 정상적으로 글을 쓰라는 메시지만 남기고.



어쩌겠노. 내가 꾸물거리고...환자랑 놀아야 하는디

적반하장, 게시판만 붙들고 있을순 없는터.



세상엔 언제나 '그래도' 라는 섬이 있단다.

20년 동안 꿈만꿨던...

우리 나라 네모로 돌아보자는 생각.

아마도 내일 새벽에 떠날지 모른다.



정하지 않기로 한다. 평소 사려과다형 생각에 준비에

게획에 빨리 서두르는건 안하려고 한다.

그냥...무작정..

'그래도'라는 섬에 가련다.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시인 김승희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라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트리지 않는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

어떤 일이 있더라도

목숨을 끊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천사 같은 김종삼, 박재삼,

그런 착한 마음을 버려선 못쓴다고



부도가 나서 길거리로 쫓겨나고

인기 여배우가 골방에서 목을 매고

뇌출혈로 쓰러져

말 한마디 못해도 가족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

중환자실 환자 옆에서도

힘을 내어 웃으며 살아가는 가족들의 마음속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그런 마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그 가장 아름다운 것 속에

더 아름다운 피 묻은 이름,

그 가장 서러운 것 속에 더 타오르는 찬란한 꿈



누구나 다 그런 섬에 살면서도

ㅅ상의 어느 지도에도 알려지지 않은 섬,

그래서 더 신비한 섬,

그래서 더 가꾸고 싶은 섬 그래도,

그대 가슴속의 따스한 미소와 장밋빛 체온

이글이글 사랑과 눈이 부신 영광의 함성



그래도라는 섬에서

그래도 부둥켜안고

그래도 손만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 강을 다 건너 빛의 뗏목에 올라서리라,

어디엔가 걱정 근심 다 내려놓은 평화로운

그래도 거기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

이 책은 시인 김승희의 글과
화가 김점선의 그림이 모여있는 책이다.

시인의 고아한 감수성으로 수다스럽지 않은
글들이 조근조근 하다.

소제목에 붙은 시들도 엄마와 딸...여자의
살점을 베어낸듯...헝겊을 기운듯
언어로 짜인 무늬가 잔잔하지만 힘이있다.

'오빠라는 이름의 남편' 처럼
정신들게 하는 글들도 많아
전투적인 여성학 교재보다
더 울림이 깊다.



오빠라는 이름의 남편


- 김승희,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면 요즈음 젊은 부부나 애인들은 남편이나 애인을 서슴없이 '오빠'라고 부른다. 대학 다니는 나의 딸아이도 전화 통화를 할 때 보면 호적에는 없는 무슨 오빠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왜 남자 선배들을 오빠라고 부르니?"라고 물으면 "몰라. 다들 그래." 정조로 무관심한 대답이 돌아올 뿐이니 무슨 커다란 이데올로기가 있어서 남자 선배들을 '오빠'라고 부르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내 신경에는 자꾸 걸린다.

  언젠가 유명 국문학자의 집에 전화를 걸었는데 그 댁 사모님이 남편을 부르면서 '아빠'라고 호칭을 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왜 그랬을까? 아니 70년대 정도? 그 당시에는 많은 아내들이 남편을 '아빠'라고 호칭하는 것이 더러 있었던 것 같다. 일본 문화의 잔재라고 했다.

언어라는 것이 한없이 투명하고 순수한 것만은 아니라고 할 때, 언어 속에는 어쩔 수 없이 이데올로기가 삼투되어 있다고 할 때, 남편을 '아빠'나 '오빠'라고 부르는 것에는 그냥 넘어가기가 어려운 무엇이 존재해 있는 것이다.

  남편을 '오빠'라고 부를 때 부르는 아내의 정체성은 누이동생과 동일시되는 것이고, 남편을 '아빠'라고 불렀을 때 말하는 아내의 정체성은 자신의 아이들과 동일시된다.

남편에게 누이동생처럼 혹은 아이처럼 자상한 보살핌을 받고 싶다는 애정 결핍이 무의식적으로 그런 호칭을 사용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철모르고 연약하기만 한 어린 누이처럼 '난 타고나기를 연약한 존재로 타고났기 때문에 오빠의 남성적 가호가 정말 필요해' 라는 무의식의 메세지를 계속 보내 무뚝뚝하고 마초적인 남편들의 마음을 고분고분하게 만들려는 것은 아닌지?

그것은 어떻게 보면 누이에게 한없이 약한 한국 남성의 심리를 정확하게 꿰뚫어본 통찰의 산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여성에게 현실 적응의 수단이 되면 곤란하지 않으냐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중략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아내나 애인이 자신의 남편이나 애인을 '오빠'락 부를 때마다 나는 그때 그 추석날 밤에 들었던, 술 취한 한 화가가 부르던 <오빠 생각>이 떠오른다.

오빠의 마음이야, 아무리 비싸더라도 가장 좋은 비단 구두를 누이에게 사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라 하더라도, 남편을 '오빠'라고 호칭하는 것에는 그런 남성 심리를 자극해서 "어서 비단 구두를 사주세요"라고 애원하는 것 같은, 연약함을 필요 이상으로 가장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어느 시대의 여성들보다도 현대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하고 개성적이며 또 건강미인이기도 한 여성들이 자기보다도 더 연약해보이고 철이 덜 든 것 같은 남편들에게 "오빠, 오빠"라고 부르는 것이 좀 시대정신과도 맞지 않고 어설픈 모순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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