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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페르세폴리스

2009.09.10 15:10

약초궁주 조회 수:2238




보아님의 글 --긍지를 갖고 자신에게 솔직해져라!!!

(약초밭에 올라온 보아님의 독후감을 올립니다.
이후 공주서당에서는 " 페르세폴리스 " 독서모임을 했지요
미국안경만을 쓰고 사는 우리 ..넓은 세계 다른 삶들을
관광객 여행자의 시선말고 바라보는일..의미있었어요.)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는 꼬마는 어른들에게 불편한 존재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뜨악한 반응을 보이거나 누르기 십상이다. 어린애가 뭘 안다고. 어른들 일에 끼어드는 거 아니다. 마르쟌의 부모는 그렇지 않았다. 누르거나 무시하지 않고 "당돌한" 어린이와 성실하게 대화에 응하는 열린 부모였다. 그러나 회교혁명 후의 이란은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는 사람에게 관대한 사회가 아니었다. 어린애라 할지라도.



마르쟌이 14살에 부모와 떨어져 혼자 오스트리아에서 학교를 다녀야 했던 이유였다. 부모 앞에서 자기 생각을 말하는 데 거침없는, 자유로운 인간으로 키운 딸이 결국은 공안당국에 잡혀가 강간살인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



너한테 설교를 늘어놓을 생각은 없단다. 그치만 할미가 좋은 충고를 하나 줄게. 살다 보면 멍청한 놈들을 수도 없이 만나게 될 게야. 그놈들이 너한테 몹쓸 짓을 하거든 넌 이렇게 생각해라. 이런 짓을 하는 건 저놈이 못난 놈이기 때문이야. 그러면 남들의 악의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단다. 괴로워서 복수하는 것만큼 비참한 인생도 달리 없단다... 당당하고 너 자신에게 충실하렴. (본문에서)



떠나기 전날 밤 할머니가 손녀를 데리고 침대에 누워 꼭 껴안고 당부하신 말씀이다. 14살부터 18살까지. 보살핌과 울타리가 아직 필요한 나이다. 자아가 이미 완성된 어른도 말 한마디 모르는 외국에서 홀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꾸려가는 것은 도전이다. 환경, 문화, 언어 모든 것이 새로운 곳에 떨어지면 "자기자신의 타자화"를 실감하게 된다. 아웃사이더가 되어 남의 눈(현지인의 눈)으로 자기를 의식하게 되면서 스스로가 낯설고 불편해진다. 이것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아를 갉아먹는다. 개인차가 있지만 어른들에게도 이 과정은 힘들다. 모든 것이 아직 익어가는 과정에 있는 사춘기의 마르쟌에게는 말할 것도 없다.



펑크, 파티, 마리화나, 실연을 거쳐 마르쟌의 비인 시절은 석달간의 홈리스 생활로 끝난다. 길거리에서 피를 토하고 기절해 병원에서 깨어난 후 마르쟌은 근본주의자들의 테헤란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한 발 떨어져서 볼 수가 있고 그래서 그를 용서한다. 그 애는 자기자신의 이야기와 가족과 친구가 있었지만, 나는 그 애 뿐이었다. 그 애가 연인, 아빠, 엄마, 내 분신이길 원했던 것이다. 이 모든 걸 나는 그애한테 투사했다. 19살짜리 남자애에게 그건 분명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본문에서)



테헤란 대학에서도 마르쟌의 생활은 생각한 것을 숨기지 않고 말하는 것 때문에 쉽지 않았다.



네, 질문이 있습니다. 학장님께선 저희들의 머리수건은 짧고 바지는 얌전치 못하고 화장을 한다고 하십니다. 미술전공 학생인 저는 많은 시간을 아틀리에에서 보냅니다. 움직일 수 있어야 합니다. 머리수건이 이보다 길면 그럴 수가 없습니다. 바지에 대해선데요, 통이 넓다고 하시는데, 통이 넓기 때문에 오히려 신체의 곡선을 감춰줍니다. 통넓은 바지가 지금 유행인 것 뿐이죠. 그래서 궁금하게 생각합니다. 학장님께서는 우리 종교에 충실한 것이 목적이십니까 아니면 단지 유행에 반대하시는 것 뿐입니까? 학장님께선 저희를 비판하시는데, 형제들(남학생들)은 몸의 선을 다 드러내는 옷을 입고 헤어스타일도 자유롭습니다. 어떤 때는 민망할 정도로 속옷이 비치는 꽉 끼는 옷을 입기도 합니다. 제가 여자로서 그런 걸 보면서도 아무것도 느끼지 않을 거라 생각하시면서, 제 머리수건이 단지 5cm 더 짧아서 형제들을 성적으로 흥분시킬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 어떤 이유입니까?



밖에서 보면 코미디 같은 일들이 테헤란에서는 심각한 일상이었다. 마르쟌은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한다. 그 뒤에는 리버럴하고 이해심 깊은 부모와 할머니가 있었다. 대학도 졸업하기 전에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 마르쟌의 아버지는 사위 후보에게 계약서를 한 장 쓰도록 했다. 마르쟌이 이혼을 원할 경우 조건 없이 동의하겠다는. 회교혁명 후 이란의 법에서는 부인이 이혼을 원해도 남편이 동의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마르쟌의 아버지는 딸이 얼마 안 가 이 결혼을 후회할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딸을 돕는다. 그보다는 딸이 이혼을 원할 경우를 대비해 예비사위를 간곡히 설득해 동의를 구한 후 사인을 받은 것이다. 이유는 하나. 스스로 깨닫기 전에는 어떤 충고도 약이 되지 않음을 아는 분이었기 때문이다.



마르쟌은 자기 인생을 살고 부모는 지켜봐 준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마르쟌은 결정내리기 어려운 일이 있으면 부모에게 와 상담을 한다. 그건 안 돼, 분명 후회한다, 내 말 들어... 보통은 부모가 자식을 대하는 방식이다. 발벗고 반대하고 말리다 서먹해진다. 그러면 자식은 정작 부모의 예상대로 불행해져도 부모에게 오지 않는다. 와서 위로해 달라고, 도와달라고 하지 않는다. 도와주겠다고 해도 거절할 것이다. 실수하더라도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기다리고, 그 때가 되면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모로 남는 게 현명한 일이다. 그리고 이쪽이 훨씬 어렵다. 무지 큰 인내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르쟌 사트라피는 현재 프랑스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그녀가 그린 만화는 2004년 올해의 만화로 선정된 작품. 원작 그림 그대로 애니매이션으로 만들어져 영화제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덧글. 이 여자분 저랑 동갑이네요. 제가 회색 벽에 갇혀 입시공부에 별보고 다니던 때 이 여자는 지구 반대편에서 인생을 배우고 있었군요. 제가 어른들이 말하는 "미래"에 순응하며 자기자신을 깎아내고 있을 때 이 여자는 자기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에 지지 않으려고 싸우고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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