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yakchobat.com/files/attach/images/672/25ac150166d1c1b79cef64f80f51bc28.jpg
  logo    
먹고! 읽고! 걷고!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삭제되거나 이동 될수 있습니다




이제부턴 바닷물이 차갑고
생선이 맛있어 지는 계절..

내 밥상위의 자산어보.
인생이 허기질땐 바다로 가라.
--내 술상위의 자산어보 씨리즈의 한창훈 샘 글.
거문도에서 생계형 어부며 소설가로 살아가는
한샘의 물고기 얘기를 조금씩 옮겨 보겠다.

(한의약 융합연구정보쎈터에 수록된 칼럼을
허락받아 일부 옮긴다...두루 감사하며)
~~~~~~~~~~


아, 손암 선생님.
솔직히 너무하셨습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감성돔인데, 처오촌 부탁에 마지못해 붓을 든 것처럼 ‘색흑이초소 色黑而稍小’ 다섯 자만 달랑 적어놓으셨다니요. (안 그러셨잖아요!) 선생님이 기록해놓으신 155종 해산물 중에 얘들보다 이력서 짧은 것도 없습니다. 왜 이 녀석에게만 야박한 점수를 주셨나요. 하다못해 정체 불분명한 인어人魚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설명해놓으셨으면서요.

감성돔에 목숨 거는 꾼들이 보면 땅을 칠 노릇입니다. 흑산도에서 16년이나 계셨는데 잘 못 보셨나요? 그때는 감성돔이 없었나요? 설마요.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선생님께서 정리해놓으신 것의 후손들이 지금도 남쪽 바다를 활개치고 다니는데 감성돔인들 왜 없었겠습니까. 지금보다 더 있었겠지요.

제 경우만 봐도 그렇습니다. 열 살도 되기 전에 어른 손바닥보다 큰 것을 여러 마리 낚았습니다. 종이 뭉치에 둘둘 말아놓은 그런 채비로 말이죠. 흔했죠. 요즘 되레 보기 힘듭니다.

지금이 감성돔 철이기는 한데 이놈들 얼굴이라도 한번 보려면 낚싯배 타고 섬 뒤편 벼랑 포인트까지 가야 합니다. 종일 낑낑거려봐야 얼굴이나 한번 볼까 말까입니다. 그래도 찾아오는 낚시꾼마다 뭐에 홀린 듯 감성돔, 감성돔, 중얼거리고 다닙니다. 요즘 아이들 말로 인기 짱이죠.

예전 완도 바다에서 일할 때 고씨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 양반이 왈짜로 큰 탓에, 사람이고 법이고 도무지 무서워할 줄을 몰랐답니다. 당연히 사건사고 많았죠. 감옥도 몇 번 들랑거렸고요.

제가 봤을 때는 고향에서 늙고 병든 채 살고 있었습니다. 먹고는 살아야 해서 억지로 일은 나오는데 쉬 지치곤 했지요. 심지어 그의 왼쪽 팔뚝에 있는 거미줄 문신까지도 퇴색해 날파리 하나 잡아내지 못할 정도였죠.

“아, 감생이 한 마리 먹었으면 좋겠다. 그냥, 뻘건 피째 씹어 조지면 살겠는데.”
그는 왕왕 이렇게 혼잣말을 하며 입맛을 다시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어이, 감생이 한 마리만 좀 낚아줘, 응?”
저를 조르곤 했습니다. 전 끝내 낚아주지 못했습니다. 낚시라고 해봤자 점심때 잠깐 짬내서 일이십 분 하는 거였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고향 바닷가 내려와 살고 있는데도 가장 먹고 싶은 것이 감성돔이었습니다. 맛을 탐하는 입과 낚시에는 젬병인 손을 함께 가지고 있는 이들의 팔자지요 뭐.

이처럼 사람들은 감성돔을 일반 생선과는 급이 다른 존재로 여깁니다. 생김새부터가 그렇습니다. 금속 광택의 검푸른 피부에 표창을 잔뜩 꽂아놓은 것 같은 등지느러미는 근사한 전사戰士 같습니다. 살아 있는 왕관 같기도 하죠. 힘도 대단합니다. 선생님께서 낚아보셨다면 이렇게 홀대 안 하실 겁니다.  

.....물론 간단하게 써놓으신 이유가 짐작되기는 합니다. 우선 그 시절에는 잘 안 잡혔을 겁니다. 이 녀석은 예민함에 있어서 독보적입니다. 목줄이 눈에 보이면 바로 되돌아선다는 게 꾼들 사이에 통용되는 정설이죠. 사람들 떠드는 소리가 조금만 들려도 마찬가지입니다. ...

...생것으로 먹는 것을 보통 회膾라고 부릅니다. 강회 초회 육회 숙회라는 말이 있듯이 생선 외에도 육고기와 버섯, 채소류, 두루 쓰였죠. 당시 흑산도에서 회를 한다면 얇게 포를 떠서 채소와 양념에 버무렸을 겁니다. 그게 대대로 내려온 우리나라 생선회이니까요.

이 조리법은 양념 맛이 좌우를 합니다. 그리고 단맛이나 고소한 맛이 강한 생선살을 선호하는 게 보통이죠. 요즘도 전어나 서대, 가오리 따위를 그렇게 해서 즐겨 먹거든요.

감성돔은 체구에 비해 살이 없는 편입니다. 잘 잡히지 않고 살도 적은데다 맛이 자극적이지 않으니 흑산도 주민들이 고개를 저었을 겁니다. 고추냉이 간장에 살짝 찍어먹어야 느낄 수 있는 감성돔의 진미는 그러니까 요즘이나 가능한 것이죠.


아무튼 선생님께서 뭐라고 하셨던들, 저는 겨울바다로 감성돔 낚으러 갈 겁니다. 요즘처럼 추위에 몸이 오그라들 때는 이것 가지고 죽을 쑤어먹으면 아주 좋습니다. 맛도 죽이거든요. 그럼 저는 이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41 추워도 걸었습니다. ^^ [2] file 약초궁주 2022.02.12 103
1340 쉼보르스카의 시- 생일...아아.. [1] 약초궁주 2022.01.25 145
1339 운동이냐 노동이냐 -하버드 앨런 랭어교수 실험 [4] 약초궁주 2022.01.19 126
1338 눈온 날은 한의원 바닥 걸레질 으쌰으쌰~~ 약초궁주 2022.01.19 101
1337 절? 교회? 성당? 이런 마음은 어떨까요 [2] 약초궁주 2022.01.05 136
1336 남푠에게 냉동생닭으로 얼굴을 맞았다면??? [1] 약초궁주 2021.12.29 129
1335 여러분께 성탄 인사 보내요. 잘 살았어요~~ [3] file 약초궁주 2021.12.23 110
1334 아침마다 달고나 대신 행복단어 뽑기 ^^ [3] 약초궁주 2021.12.16 141
1333 오분도미..백미 밥 향기가 다르다 [2] file 약초궁주 2021.11.24 125
1332 위드코로나 1사망자 한국 30명, 영국 200명... 약초궁주 2021.11.19 97
1331 가을 생강차 생강청..생강식초 [2] 약초궁주 2021.11.11 319
1330 내 친구는 프랑스 수녀님~~ [2] 약초궁주 2021.11.03 122
1329 설탕 섭취량은 조선시대의 3만배라고~~ 약초궁주 2021.10.19 111
1328 우리는 모두 자살 사별자 입니다. (책) [1] 약초궁주 2021.10.05 135
1327 전설 같은 사랑 중에서~~ [4] file 약초궁주 2021.09.23 183
1326 나는 밥심파...친구는 빵심파 ㅎㅎ [1] file 약초궁주 2021.09.14 126
1325 소가 먹는 주식은? 좋아하는 간식은? (겨울 풍경) [1] 약초궁주 2021.09.08 101
1324 휴진 안내 -9월 2목요일 (농협경영대학원 강의 갑니더) 약초궁주 2021.08.26 79
1323 월든 호숫가 그 남자처럼 살고싶은데 ㅎㅎ 약초궁주 2021.08.24 123
1322 휴가 3일 보고 ㅋㅋㅋ (출근했슈) [1] file 약초궁주 2021.08.19 99

side_menu_title

  • 약초밭자유놀이터
  • 먹고! 읽고! 걷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