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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나의 필름 포커스 '굿바이'

2008.11.11 13:05

약초궁주 조회 수:2404 추천:191

[유지나의 필름 포커스] 굿’바이 세계일보 2008-10-30 19:19:05
잘 사는 것은 잘 죽는 것을 말한다. 삶과 죽음을 분리하여 볼 것이 아니라, 삶의 마지막 여정이 죽음이라는 생사일체론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불식시켜 준다. 그리하여 이 시대의 현자 달라이 라마는 기쁠 때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죽을 것인지 상상하라는 혜언을 한다. 일본영화 ‘굿’ 바이’(다키타 요지로)를 보는 것은 바로 그런 타인의 죽음을 수차례 보면서 자신의 죽는 모습까지 상상하도록 인도해 준다.

첼리스트 다이고(모토키 마사히로)는 경제난으로 악단이 해체되자 고향으로 내려간다. 여행도우미인 줄 알고 얻은 일자리는 ‘영원한’ 여행 도우미 납관사 보조직이다. 다이고는 곧 그만두려 하지만 납관사 이쿠에이(야마자키 쓰토)가 시체를 정성스럽게 화장시키고 염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아 눌러앉는다. 전통적 삶이 공존하는 마을의 오래된 목욕탕에서 뿜어나오는 김, 낡은 어머니의 카페에서 꾸민 살림집, 논두렁과 들판이 초록으로 빛나는 농촌풍경은 정겨운 일상의 풍경화를 만들어낸다. 다이고가 아내에게 숨겨온 납관사 일이 결국 밝혀져 불화를 겪는 것이 드라마의 갈등이다. 그보다 더 큰 다이고의 갈등은 어려서 어머니와 함께 버림받은 아버지에 대한 애증이다. 그런 내면의 갈등 역시 죽음에 대한 의식으로 극복된다.

이야기를 짜나가는 구성적 드라마성보다도 이 영화에서 볼거리의 백미는 여러 유형의 죽음을 보여주는 장례 현장,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이쿠에이의 납관 풍경이다. 예의를 갖춰 시체를 정성스레 닦은 뒤, 맨살이 보이지 않도록 정교하게 옷을 갈아입히고, 아름답게 화장을 시키는 이쿠에이의 솜씨는 장인의 미학이 도달한 숭고한 경지를 보여준다.

빨리 세상을 떠난 사람, 천수를 누리고 간 사람, 가족의 원망 속에 떠난 사람, 가족을 화해시키며 떠나는 사람…. 어떤 이유와 환경에서 세상을 떠나든 생애 마지막 여행을 아름답게 치장해주는 이쿠에이의 솜씨는 다이고에게 전수된다. 이렇듯 엄숙하고 고결한 납관장면이 중심이 된 드라마이건만, 놀랍게도 다키타 요지로 감독은 죽음의 풍경 속에 인생의 페이소스가 진하게 담긴 은근한 유머를 끼워넣어 웃음 속에 죽음을 직시하도록 만든다. 이를테면 여행도우미에 ‘영원한’이 빠진 거라고 은근슬쩍 넘어가며 다이고를 잡는 이쿠에이식 장인 유머, 다이고가 시체로 분해 납관사 홍보 동영상을 찍으며 벌이는 해프닝, 죽은 이가 트랜스여서 성별에 따른 의상을 놓고 벌이는 가족 간의 불화 같은 대목이 그렇다. 이런 식의 절묘한 연출은 (달라이 라마의 조언처럼) 기쁘게 죽음을 맞이하는 연습처럼 보인다. 음미할 만한 이미지와 의미가 공존하는 이 영화로 스크린 가을여행을 해보길 권한다.

동국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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