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yakchobat.com/files/attach/images/671/aa586f70698924dea235ebf53f68a6f2.jpg
  logo    
약초밭자유놀이터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삭제되거나 이동 될수 있습니다



19805월은 아직 빙하(氷下)의 시간이다

이경자(한국작가회의이사장)



그해 봄날들의 하루하루는 얼마나 추웠는지. 뜰에 핀 꽃잎이 움츠러든 게 사람 탓 같아서 미안하기 그지없었다.

한편 나의 뱃속 자궁에선 사람이 자라고 있었는데 그 생명조차 느낄 수 없도록 강렬한 공포에 짓눌려 지내야 했다. 내가 한 번도 데모대의 선봉에 서지 못했다는 것, 잡혀가지 않았다는 것,그리고 광주에 있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나는 전라도 사람이 아닌 것과 전라도에 연고(緣故)가 전혀 없다는 사실에 깊이 안도했다. 이 상반된 감정의 파고가 나를 미치게 만들렀다. 피난처를 원하는 수배범들을 친구 둘에게 떠넘기고 그것이 들통날까 봐 밤마다 잡혀갈 대를 대비해서 한겨울 차림을 하고 불면의 시간을 보낸 나의 비겁한 모습을 고백한다.


정말 나는 전라도 사람이 아니고 광주 사람이 아니며 친인척 중에광주항쟁과 인연 지어진 사람이 없다.그래서 편안한 구경꾼이 되었나?행복한가?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이 되어서 광주5월문학제에 오느라 축사를 써야했다. 내가 축사를 쓸 자격이 있나?

모니터 앞에서 피 냄새를 맡는 기분으로 반문(反問)했다.

내가 어떻게 광주에 대해 축사를 한단 말인가, 감히!


이 자괴감은 지금도 여전하다. 80년대 내내 내가 전라도와 광주 사람이 아닌 것에 안도하고 살았던 저. 내 존재를 구길 만큼 구겨서 역사에 고백한다.

그러나 나는 한 번도 편안하지 않았고 행복하지 않았다. 아직도 내 서른아홉 해의 세월을 들추며 거기 공포와 수치심과 자책감의 얼음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아직 글을 쓰는 건 그 얼음을 녹여야 하기 때문이다. 얼음의 본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다.

여러분, 저에게 주어진 두 번의 축사를 할 기회. 오늘이 두 번째, 마지막입니다.

저를 마음껏 욕하고 비웃고 버려주십시오……..

고맙습니다.



---한국작가회의 회보에 실린

경자샘의 글을 베껴 올린다.

이 마음이 내게도 있기에...


우리는 많이 무서웠고 두려웠고 겁 먹었고 조바심을 내었다.

한편으론 일상에 안주하고 안도하고...

그러나 늘 부끄러웠다.  나는 공부하고 데모도 안했는데

친구들은 감옥에 다녀와 망가져 가는걸 봐야 했으니까...


지금도 빚을 진 느낌으로 미안해 하며 살아간다.

그대들 무두 아프지 말고 지치지 말고 견디고 코스모스.jpeg


힘을내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765 선생님, 올해도 부디 건강해 주세요. ^^ [2] 박지영 2008.12.31 1469
2764 [re]니 몸이 아픈데 생겨나지도 않은 아이 걱정은....., [3] 랄라 2008.12.31 1928
2763 [Re] 꼬리 잇는 꼬리글-두려움 없는 삶 [3] 보아 2008.12.31 1675
2762 한 해를 보내며.. [2] 김연 2008.12.31 2241
2761 두루두루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2] 생강 2008.12.31 1471
2760 2주간의 휴가가 끝나갑니다 [2] 은수 2008.12.31 1800
2759 ^^* 선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용~ [2] 지혜자유용기 2008.12.31 1919
2758 선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 2009.01.02 1422
2757 사랑하는 샘. 새해에도 행복하소서 [1] 익모초 2009.01.02 1594
2756 엉뚱상상 새해인사 꼬리달리기~~~ [9] 약초궁주 2009.01.02 1888
2755 가슴을 뚫고 간 한 마디 [4] 지혜자유용기 2009.01.04 1600
2754 늦었지만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1] 하다남 2009.01.05 1634
2753 궁금해서요 [1] 박연숙 2009.01.06 1376
2752 새해가 되면, 강위 2009.01.06 1614
2751 올해야 말로 상처와 열등감과 맞짱 함 떠보자!!!! [5] 약초궁주 2009.01.06 2010
2750 새해복많이받으세요~ [1] file 이스메네 2009.01.06 1616
2749 선생님 저 기억하시려나 모르겠어요?! [2] 아름답고강한나은 2009.01.06 1412
2748 문소리 "왜 국민을 속이려하나" 강위 2009.01.07 1836
2747 이비에스 다큐프라임건과 관련하여.. 김연 2009.01.07 2262
2746 치욕으로 <불멸>에 이르다. [4] 약초궁주 2009.01.08 1947

side_menu_title

  • 약초밭자유놀이터
  • 먹고! 읽고! 걷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