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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수복, 전화위복

2009.02.15 00:28

강위 조회 수:2121 추천:345





 

 

토요일 밤,

 

만찬에, 언니들 에너지에 배가 잔뜩 부른데 왠지 집에 가기가 싫더라고요.

 

꼭 질좋은 섹스를 하고 피는 담배처럼, 뭔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버렸습니다. 적당히 한산한 버스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내리고

 

마지막까지 남아있다가 기사 아저씨랑 같이 하차를 했어요.

 

"뭐요, 잘못탔어요?"

 

"아니요."

 

타고온 버스 말고 다른 번호 버스를 타고 적당히 쓸쓸하게 집으로 돌아와서 대문앞에 섰는데

 

열쇠가 없더군요. 가방에 달린 귀여운 주머니, 그 주머니 때문에 산 가방이었는데,

 

그게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더라고요. 으하하하.

 

주인은 집에 없고, 주인집 아들은 보조키 같은 건 없다고 하고, 어쩔까, 한 5분 고민하는데

 

건물 입구에 열쇠집 번호가 붙어있더군요. 핸드폰 번호라서 전화를 했습니다.

 

다행히도, 아저씨가 15분 만에 오겠다고 했고 실제로 왔더라고요.

 

몰랐는데 112와 연계해서 일하는 회사였어요.

 

아가씨 혼자 살면 번호키를 달라고 하길래, 군말 없이 달기로 했습니다.

 

물건 팔아먹으려는 사람 눈빛이 아니었거든요.

 

목에 걸린 묵직한 금목걸이를 보니 왕년에 주먹 쫌 썼을 법한, 산도둑같이 생긴 아저씨였는데

 

한눈에 '정의로움' 이라고 써있더군요. (왜 차카게 살자 이런 것 처럼)

 

실제 아저씨는 자신의 정의로운 사례를 늘어놓으며 번호키를 설치했고

 

무서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하라며, 이동네가 좀 그렇다며 씩씩하게 떠나갔습니다.

 

 

백화수복 마시고 돌아온 길

전화위복 이네요.

열쇠 안 잃어버렸으면 번호키 다는 거 까먹을 뻔 했는데 아주 잘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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