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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강경화를 옴팡지게 부려먹자

 
 

등록 : 2017.06.05 18:21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의 청문회가 내일로 다가왔다. 국제구호 전문가로 또 세계시민 학교 교장으로 무사히 청문회를 통과했으면 한다.

 

강 후보자가 외교부 장관이 되면 풍부한 경험으로 국제적인 합의와 원칙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국익을 도모하는 ‘스마트한’ 외교를 펼칠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위상과 국격도 더불어 확실하게 높일 것을 기대한다.

 

 

대한민국 여성으로서도 그렇다. 강 후보자의 그 화려한 경력이 누구의 힘을 빌리거나 기대지 않고 오직 자신의 노력과 열정만으로 만들어 왔다는 자체가 이 땅의 딸들에게 얼마나 큰 도전과 위로가 되는지 모른다. 장관후보지명 소식을 이화여대 학생들과 같이 들었는데 모두들 한 순간 와~~ 소리를 지르고 하이 파이프를 주고받으며 뛸 듯이 기뻐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거다. 우리 학생들은 사회 도처에 엄존하는 ‘유리천장’을 누군가 시원하게 깨주고 있다는 위안과 함께 언젠가는 자기들도 깰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것 같았다.

 

 

강 후보자에 얽힌 일화가 있다. 내가 유엔 CERF 자문위원으로 일할 때 강 후보자가 유엔 인도적 업무 조정국 사무차장보가 되었다. 부임 후 첫 번째 회의석상에서는 좀 딱딱하더니 끝나고 저녁을 먹을 때는 태도가 돌변했다. 새로 맡은 일을 잘하고 싶은데 처음이라 현장 경험이 풍부한 내가 많이 도와줬으면 한다며, 일개 NGO 국제구호팀장 출신에게 간곡하게 부탁하는 게 아닌가? 무엇보다 현장에 답이 있으니 될수록 많이, 자주 현장에 가야 한다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내가 대학 강의 때 쓰는 인도적 지원수업 교재를 줄 테니 기초부터 공부해 보겠냐니까 환하게 웃으며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별 기대 없이 자료를 보냈는데 놀랍게도 6개월 후에 만났을 때 그 교재를 다 읽었고, 큰 도움이 되었다며 교재 내용을 줄줄이 읊었다. 아, 제대로 공부해 보겠다더니 이 바쁜 사람이 그 동안 독학을 해왔단 말인가? 감동이었다. 말과 행동이 같은 사람이란 걸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그 후에 남수단 등 구호현장을 직접 방문하며 손수 챙기는 것도, 세 명의 유엔 사무총장을 인권, 인도적 지원, 정책특보 등 각각 다른 역할로 돕는 것도 놀라웠다. 그리고 국제사회가 능력을 인정한 그 사람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점이 늘, 자랑스러웠다.

안타깝게도 청문회를 앞두고 후보자에 대한 이런 저런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해명할 건 성실히 해명하고 잘못한 건 깔끔하게 인정하고 용서를 구할 일이다. 국회와 국민들이 잘 판단하리라 믿는다.

 

 

그러나 나는 강 후보자가 청문회를 잘 마친 후 그저 ‘최초의 여자 외교부장관’이 되는 걸 원치 않는다. 대신 북핵, 위안부문제, 사드배치 등 산적한 외교현안을 당당하고 지혜롭게 풀어나가는 ‘최고의 외교부장관’이 되기를 바란다. 2017년 대한민국은 강경화라는 참으로 쓸모 있는 국가적 자산을 어떻게 깎아내릴지가 아니라 어떻게 활용하고 ‘옴팡지게 부려먹을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나는 믿는다. 그래야 우리가 단 한 발짝이라도 더 앞으로 나갈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한비야 국제구호 전문가ㆍ세계시민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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