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yakchobat.com/files/attach/images/671/aa586f70698924dea235ebf53f68a6f2.jpg
  logo    
약초밭자유놀이터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삭제되거나 이동 될수 있습니다



시시한 다방-김사인

2016.08.20 11:31

랄라 조회 수:548

여름의 끝자락 시원한 소나기처럼 벙개 데이트는 시시한 다방의 전혀 시시하지 않은 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떤 사람을 사진이 아니라 움직임이 있는 형체로 만난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사진은 어쩌면 그 사람의 가장 잘 꾸며진 단정한 모습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내게 김사인이 그랬다. 선생님께서 선물해주신 딱딱한 검정색 하드커버 속 안에 흑백으로 바바리 코트를 입은 김사인에 대한 첫인상! 내겐 전혀 끌리지 않는 그냥 남자가 말 그대로 시 나부랑이나 좋아할 것 같은 그래서 뭐 시가 뭐 이런! 그래서 그의 느릿느릿한 말투도 처음엔 그러치 뭐 걍 내겐 중년남자! 나와는 전혀 무관할 것 같은~~ ㅎㅎ 그도 그럴 것인데 나를 본다면 걍 그냥 평범한 필부네.

창비시선400권째를 기념하는 자리에 1권의 문을 연 신경림시인을 소개하는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김사인은 진행내내 조금은 들떠 있었고 또 행복해 보였다. 도대체 시가 뭐길래 저 남자를 저렇게 들뜨게 만들지 하는 생각이 빙그레 떠올랐다. 또 나는 어쩌다 인연이 닿아 울압지와 비슷한 연배의 81세 노인의 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작년에 태국여행에서도 나는 이미 60대 70대 여인들이 얼마나 힘있고 매력있는지를 알게된터라 나이듦에 대한 두려움이 엷어지기도 했지만 81세 시인을 보니 남자지만 참 곱다라는 마음이 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먹고 사는 문제로부터 빗겨간 삶을 살았나하는 생각도 들었고. 어째튼 명호샘보다 어린 김사인과 명호샘보다 나이든 신경림의 시 이야기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쫑긋 다시 자리를 고쳐 앉고 귀기울여 듣게 된다. 이 잔잔한 간지럼 좋다.

오호! 그래 사람은 평면적 사진으로는 절대 그 사람의 혼을 느낄 수 없는거구나. 나는 농담조로 또 졸리운조로 진행해가는 김사인의 간간히 번득이는 눈빛에 흥미를 느꼈다. 전혀 배경지식이 없는 내게 그가 예사인물이 아님을! 삶을 그대로 드러내는 시를 소개하는 그의 뒷배경이 갑자기 궁금해지게 만드는 무언가가 내 속에서 일어났다. 나중에 아주 잠깐 명호샘께 김사인이 옥고도 몇번 치른 그런 사람이었다는 걸 듣게 되었다. 신념을 위해 감옥을 다녀온게 중요한게 아니다. 그에게는 무언가 단단해진 아름다운 신념이 안에 자리잡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것은 순전히 내 눈으로 보는 내 느낌이지마.

어째는 창비시선1권 시집 '농무'
진행자가 자꾸 언급하는 바람에 저절로 기억에 남게 되었다. 시가 시나부랑이가 되지 않고 삶을 그대로 반영하는 그 무엇이 되기 시작한 근원을 나는 듣게 된 것이다.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모를 시들과는 주류가 다른 시들이 이 땅에 뿌리를 내리게 된 배경 이야기는 옛이야기처럼 두런두런 재미있게 내 마음에 남는다. 시 이야기의 끝자락에서 시인 김지하가 언급된다. 노시인 신경림은 김지하의 폄하를 안타까워했다. 김사인을 통해 김지하가 병중이라는 것도! 두 사람의 김지하에 대한 염려와 또 사랑이 중중한 무게감으로 어떤 파장으로 내 가슴에 밀려들어온다. 말만 들어도 뜨거운게 올라오게 만드는 사람 김지하!! 시사한 다방에서 그 사람이 초대될지도 모른다는 말에 만일 그걸 알게 된다면 또 한번 시간을 내야지하는 마음을 낸다. 나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지만 내가 누리는 이 자유가 누군가의 희생의 댓가 위에 서 있다는 건 안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자기 목숨 귀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러나 사람들 속에는 그러한 두려움을 딛고 목숨을 내어놓고 공동체를 위해 앞장서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 평화가 있다고 그렇게 믿고 있다. 그들 중 한사람이 내겐 김지하이다. 속속들이 그 사람을 몰라도 그냥 안다. 그걸 아는게 그렇게 많은 지식이 필요없다는 걸 사람들은 알지만 질투인지 무엇인지 모를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그러한 사람들을 폄하한다. 다 같이 잘 살아보자고 말하는 사람에게 돌을 던진다. 거들지 않아도 된다. 목숨을 두려워하는 건 사람의 가장 기본 속성이니까. 그러나 적어도 폄하는 말하야한다고 생각한다. 있는 그대로 기억해주는 거 그것이 앞선 세대들에 대한 후세대들의 역할이 아닐런지.

신경림의 나는 그저 앞에 나서지 않고 죽을 것 같지 않아서 그냥 솔직하게 자기 시를 썼노라고 김지하는 정말 목숨을 내 놓고 앞장 선 사람이라고! 나는 신경림 잘은 모르지만 김사인은 자꾸 신경림의 겸손한 자세를 그런 분 아니라고 했지만 어젯밤 말 그대로의 신경림이라면 나도 그러한 사람축에 든다 목숨 내놓고 할 자신도 없고 그러나 동조라는거 그거라면 내 마음이라는거 그거라면 그래도 소외된 사람과 같이 잘 살아가보자는 사람들의 철학과 닿고 싶은 나도 그런 것에 가슴 설렘이 있으니까. 그런 마음을 먹으면 온 몸에 기운이 넘쳐 흐른다. 옆길로 빠지는 것 같지만 아잔브람이 말한 좋은 마음을 가지면 온 몸에 좋은 기운이 넘쳐흘러 일도 능률적으로 할 수 있다고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는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다만 그 에너지가 탁해지고 몸에 기운이 빠지고 그래서 자꾸만 병이 오는거라고.

요샌 비우는 걸 좋아한다.
명호샘 따라 쫄랑거리고 어딜 가는 것도.
사전지식 없어도 된다.
척할 필요없이 내가 무언가를 만난 날 들은 날부터 내 인생의 참조문헌들을 하나씩 늘려가면 되는거니까.

그래도 나는 오늘 출근길에 김사인의 시집도 신경림의 시집도 사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데 '박준'이라고 시시한 다방의 젊은 피디의 시집 한권을 살 것 같다. 왜냐하면 나와 동시대를 사는 나보다 어린 남자의 시를 들어보고 싶기 때문이다. 시 제목이 끝내준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내가 지금 느끼고 부대끼며 사는 세상을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으로 공감받고 싶기 때문이다. 그는 도대체 그 당신을 어떻게 먹었는지 그의 심장소리를 살짝 엿듣고 싶어진다.


p.s. 지금은 사무실 결국 샀다.

박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825 엄마 침 맞을때 놀던 아기는? ㅋㅋ [2] file 약초궁주 2022.01.20 196
2824 우리나라엔 이런 어머니 들이 참 많으셨는데... [1] 약초궁주 2021.12.30 233
2823 방탄소년단 제이홉이 입은 티셔츠의 의미는? [2] file 약초궁주 2021.12.29 241
2822 소아청소년 확진자 증가추세! 뉴스가 안나오네요 약초궁주 2021.12.15 197
2821 10개월 아기에서 96세 할머니까지 성폭행당해 약초궁주 2021.12.03 194
2820 대봉시 선물 보내주신 분? 누구신가요ㅠㅠ file 약초궁주 2021.11.27 197
2819 미성년 앳된 리얼돌 수입 안돼-대법원 판결ㅜㅜ [1] 약초궁주 2021.11.26 161
2818 경복궁.향원정...11km 걷기 똭! [3] file 약초궁주 2021.11.17 186
2817 떨어진 물건은 경찰서 갖다 주거나/ 그냥 두지 않으면.... 약초궁주 2021.11.10 856
2816 코로나19 종합늬우스^^(백신. 병상 가동률/ 사망자수) 약초궁주 2021.11.02 141
2815 밥먹다 아내반찬에 침뱉은 남편- 재물손괴죄 벌금형 ㅋㅋㅋ 약초궁주 2021.10.27 11972
2814 여성이 남성보다 추위를 더 타는 까닭은? [1] 약초궁주 2021.10.19 184
2813 슈퍼맨 같이 보자기 휘날리며~~. 약초궁주 2021.10.08 177
2812 때늦은 각성..설악산 주먹밥 [3] file 약초궁주 2021.09.14 253
2811 지금은 곡식이 익어갈 때 .... [1] 약초궁주 2021.09.09 185
2810 9.2 목-농업경영대학원 강의로 휴진합니더!!!!! [1] 약초궁주 2021.08.25 166
2809 어쩌다 눈뜨니 선진국 (휴가때 북카페놀이) file 약초궁주 2021.08.19 210
2808 한의원 휴가 16- 18 (19 목 출근합니다) 약초궁주 2021.08.10 163
2807 월요 7시 걷기조찬~~ file 약초궁주 2021.07.27 238
2806 정액테러 범죄, 절반이 집행유예! file 약초궁주 2021.07.21 234

side_menu_title

  • 약초밭자유놀이터
  • 먹고! 읽고! 걷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