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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누구의, 누구를 위한 사회질서인가?

-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합헌 결정에 대한 우리의 입장

 

 

탤런트 옥소리씨 등에 의해 제기된 형법의 간통죄 조항 위헌 여부 심판에서 헌법재판소는 오늘(30일) 합헌 결정을 내렸다. 4번째 합헌결정이다. 위헌 의견이 5:4로 더 많았던 점은 이전에 비해 긍정적 변화로 볼 수 있지만, 정족수 3분의 2를 못 채워 끝내 위헌 결정이 내려지지 못한 점은 지극히 아쉽다.

 

(9명중 6명이 되어야 정족수)

 

재판부는 간통죄 처벌 조항이 성적 자기결정권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몇 달 전에 있은 공개변론에서 법무부는 “간통죄는 부부 사이의 성적 성실 의무와 혼인제도, 가족생활을 보호하고 간통으로 인한 사회적인 해악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요지의 주장을 펼쳤는데, 합헌이라고 본 4명의 헌재재판관은 그들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판단된다.

문화미래 이프는 그 4명의 재판관에게 묻는다.

 

“누구의, 누구를 위한 사회질서인가?”

 

위헌심판 제청의 본안인 옥소리씨의 간통죄 사건으로 들어가 보자. 현재 옥소리씨는 ‘간통한 부정한 여자’라는 사회적 낙인 외에 형사적 처벌까지 피할 수 없는 처지가 돼 버렸다. 지난 9월말에 있었던 이혼소송 1심 판결에서는 딸의 양육권도 인정받지 못했다. 죄에 대한 정당한 대가, 자승자박이라고 간단히 치부해 버리면 되는가? 그러면서 ‘정의가 살아 있는’ 대한민국에 자부심을 느끼면 되는 것인가?

 

옥소리씨 이혼소송 1심 재판부는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이 옥소리, 박철 양측에 ‘대등하게’ 있다고 판결했다. 늦은 귀가, 수입의 상당 부분 유흥비 지출 등 박씨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으며, “경제문제와 대화 부족으로 인한 갈등, 박철의 옥소리에 대한 무관심, 박철 옥소리 양측의 부정행위 등”이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판결문이 명시하듯 부정행위는 박철에 의해서도 저질러졌다. 재판 과정에 증인으로 참석하기도 했던 박씨의 전 매니저 윤모씨의 증언에 따르면 “박철은 일주일에 2~3번 방송 관계자들과 술자리를 가진 뒤 여자들과 성관계를 가지는 일명 2차까지 비용을 부담했는데 이때 들어가는 비용이 2차가 없을 경우 100만~200만원, 2차를 가면 300만~400만원까지 들었다”는 것이다. 또 “박철은 1주일에 2~3번 술자리를 가졌는데 3번 술자리 중 2번은 2차를 나갔으며 혼자 안마시술소를 찾아 일을 보고 귀가한 적도 있다”는 것이다(이 증언을 뒷받침해 주는 옥소리와 윤씨의 전화통화 녹취내용도 있다고 함).

 

 

이런 상황이라면 과연 누구에게 먼저 간통죄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인가? ‘부부사이의 성적 성실 의무와 혼인제도, 가족생활의 보호’라는 가치를 간통죄의 피해자가 돼버린 박철은 지킨 것인가? 그의 부정이 사랑이 아니라 성매매에 근거해 있다는 이유로? 그러나 현행법상 1회적 성매매도 간통에 포함된다.

 

 

이미 2001년에 있었던 간통죄 합헌 판결에서 유일한 반대자였던 권성 당시 헌재재판관은 “간통죄 처벌은 원래가 유부녀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으므로 간통죄의 핵심은 유부녀의 간통에 대한 처벌에 있고 따라서 그 위헌 여부의 논의도 유부녀의 간통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또 “유부녀의 간통은 윤리적 비난과 도덕적 회오의 대상이지 범죄가 아니며 간통에 대한 형사처벌은 이미 애정과 신의가 깨진 상대 배우자만을 사랑하도록 국가가 강제하는 것이 되는데 이것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박탈해 성적인 예속을 강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법대 조국 교수 역시 “간통죄는 과잉범죄화의 대표적인 예로서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에 족쇄로 기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똑같이 간통을 저질렀고 거기에 (윤모씨의 증언에 의하면) 성매매라는 범죄까지 덧붙여졌음에도 불구하고 박철씨는 ‘아내의 간통의 일방적인 희생자’가 되고(그의 간통에 대해서는 아무도 문제 삼고 있지 않다) 옥소리씨는 가해자, 가정파괴범이 되고 말았다. 이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여성들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모습이다.

 

간통죄가 합헌이라는 판단을 내린 재판관들은 ‘부부사이의 성적 성실 의무’ ‘혼인제도’ ‘가족생활’ 등을 몰(沒)젠더적(gender-blind)이고 추상적인 관념만으로 생각하지 말고, 그것들이 작동하고 있는 현실의 구체적인 맥락을 고려했어야 한다. 권성 재판관이 앞서 훌륭한 모범을 보여줬던 것처럼. 다양한 권력관계들이 작동하는 현실의 구체적 맥락을 알아야 그들이 그토록 수호하고자 하는 사회질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본권의 최후보루로서 잘못된 사회질서를 고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합헌 판결로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남성에 비해 훨씬 억압받고 있는 우리 사회질서는 앞으로도 계속 ‘국가로부터 보호’받으며 유지될 수 있게 됐다. 남편이 아무리 가정을 소홀히 해도, 부부간의 성적 성실 의무를 내팽개쳐도, 여자들은 닥치고 참아야만 하는 것이다. 그것이 ‘숭고한 헌법정신’을 수호하는 길이니까.

 

 


2008년 10월 30일

 

(사)문화미래이프

 

공동대표 엄을순, 유숙렬

이사 편집위원 김신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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