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yakchobat.com/files/attach/images/671/aa586f70698924dea235ebf53f68a6f2.jpg
  logo    
약초밭자유놀이터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삭제되거나 이동 될수 있습니다



핏줄과 상관 없는 나의 천륜 이야기

아무도 없는 폐허의 전쟁터에

한 여인이 쓰러져 있습니다

가슴에는 치명상을 입고

온몸을 압도하는 통증에

숨소리도 크게 내지 못한 채

피가 계속 흘러나오는 가슴을 움켜쥐고

눈을 감고 있습니다.

 

그때 자그마한 발소리가 들려옵니다

가만히 다가온 따뜻한 손길이

차갑게 식어가는 얼굴을 만져줍니다

가슴의 상처도 매만지고

붕대로 싸매주고

온몸의 피와 땀을 닦아주며 속삭입니다

이제 일어날 수 있으니 일어나보라고.

 

통증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일어설 수 있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랍니다

눈을 뜨고 자신을 구해준 이를 보았을 때

또 한번 깜짝 놀랍니다.

 

그는 생후 4개월의 작은 아기,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엄마 잃은 작은 아기였습니다

이 아기가 나를 일으켜 주었습니다.

 

...............

 

위의 이야기 속 여인은 바로 접니다.

나의 아이를 처음 만난 것은 한 보육원의 아기방이었습니다.

어린 딸을 잃고 찢어지는 가슴으로 찾아간 보육원에서

내 아이는 문 쪽의 가장 구석 진 침대에 둥지를 틀고 있었습니다.

 

한 아이가 감기에 걸리면 그 방의 10명 남짓한 아기들이

모두 함께 감기를 앓았습니다

아기방엔 겨울 내내 감기약이 끊이지 않고 놓였습니다.

 

어느날 한 침대가 텅 비었습니다.

아기가 기관지염으로 입원을 했다는 말을 들을 때

서늘하게 아파오던 가슴...

그 아이가 반드시 내 아이가 될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 만나고 입양이 종결되기까지 거의 9개월의 시간,

마치 뱃속에 아이를 잉태하고 기다리는 시간처럼,

아니 그보다 더 고통스럽게 시간이 지나고

아이의 친권문제가 마침내 기적적으로 해결되어 

제 품에 안겼습니다.

 

처음에 생모의 친권포기 각서가 없다는 이유로 입양이 되지 않는다 했을 때

저는 입양 아닌 위탁이라도 하고 싶어 가정위탁센터에 연락했습니다.

그때 위탁센터가 오히려 위탁을 방해하고 있다는 걸 체험했습니다.

직장에 나가는 이는 위탁을 할 수 없다는 거였어요.

물론 엄격한 기준으로 위탁가정을 선정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진정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

상황에 따른 유연한 눈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

무조건 안 된다 안 된다...!

 

저는 포기하지 않고

보육원이 있는 지역이 아닌

저의 거주지역 위탁센터에 연락했습니다

그곳에서 사람다운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특수 상황임을 이해해주고 위탁모 교육을 주선하고

가정방문을 한 후 

충분히 아이를 키울 수 있음을 인정해주더군요.

 

우여곡절 끝에...

보육원 원장님이 생모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발로 뛰어 결국 친권 포기각서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입양이 가까스로 성사되었습니다.

 

보육원에 있는 수많은 아이들이

친권 포기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양의 기회를 놓치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봉사활동을 나왔다가 정이 들어서,

위탁모를 하다가 더더욱 정이 들어서

입양을 하려 했다가 친권 문제 때문에 길이 막히는 경우가

얼마나 많을까요?

옛날보다 보육원의 생활환경이 좋아진 건 맞지만

아이들 가슴에 뻥 뚫린 '부모의 부재'는

무엇으로도 채울 수가 없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저는 이것이 천륜이구나

가슴으로 느낍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아이에게 물려줄 영혼의 유전자가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이렇게 저의 긴 얘기를 쓰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친권 관련 법을 개정하는 것은

피눈물 흘리던 한 엄마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일 수도 있고

보육원 침대에서 혼자 병을 앓아야 하는 한 아기에게

따뜻한 가슴을 내어주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지요.

 

(신의진 교수님의 발언. 아이들의 법적권리를 위한 실천 모임과

연결해서 음미해주삼..

 

혈연중심의 가족주의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사회에

 말뿐인 부모보다는  진실로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수 있는 입양이나 위탁제도가

널리 퍼지도록 애써야 겠지요.

민이와 은주씨. 외힐머니 외삼촌..누나. 그들의 행복한 모습

여러분들이 봤어야 하는데.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5 늦은 휴가 (토일월화수) 9-13까지 ! [2] file 약초궁주 2017.09.02 262
204 [re] 말(아직도 엄마에게) 랄라 2016.04.11 262
203 옛날 엄마들...젖통을 시친 우물 약초궁주 2018.07.10 261
202 치과 임플란트 시도 있네요-몸의 상상 [1] 약초궁주 2020.08.04 260
201 쌤~~간만에 왔어요~~ [2] 제이 2019.05.08 260
200 6토욜 ,휴진 안내 ( 게센누마 올레 개장식) 죄송!!!!! [1] 약초궁주 2018.10.04 260
199 성묘, 마음 가볍게.... [3] file 약초궁주 2018.06.07 260
198 두 교황..크리스마스 자신에게 주는 선물로~~ [2] file 약초궁주 2019.12.24 259
197 8월(13,14,15) 휴가 마치고 16 목요일 출근~~~ [2] 약초궁주 2018.08.08 259
196 앞에 간 분들...거기 좀 계셔주세요오~~포대능선 [2] file 약초궁주 2020.05.01 258
195 쑥이래요...이끼가 되고싶어 [2] 약초궁주 2020.03.07 258
194 늦가을에 목화꽃~~강화소창체험관 [2] file 약초궁주 2019.11.12 258
193 정준영 동영상 ...보고 싶은가? [2] 약초궁주 2019.03.18 258
192 또 턱이 털어질라나? ㅋㅋㅋ [2] file 약초궁주 2019.05.15 258
191 낙화....꽃이 지다. [1] file 약초궁주 2018.05.02 258
190 # 미투 # 위드 유~~함께해요 [1] 약초궁주 2018.02.27 258
189 언론은 코로나로 나라가 망하길 바라나? [1] 약초궁주 2020.11.18 255
188 봄꽃,,,때문에 죽기 시르미~~~ [1] file 약초궁주 2020.04.14 255
187 100년전 '피임할 권리'를 넘어 임신중단권을 제정하라~~~ [1] 약초궁주 2017.10.18 255
186 셰계인의 잔치~~올림픽의 성공과 평화기원! 약초궁주 2018.02.08 254

side_menu_title

  • 약초밭자유놀이터
  • 먹고! 읽고! 걷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