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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 우리도 '숙려기간' 필요해요

2009.01.27 10:56

이명옥 조회 수:1428 추천:269





엄마 아빠, 우리도 '숙려기간' 필요해요

[서평] 이혼과 재혼에 대한 이야기 <웃을 순 없잖아>와 <엄마가 결혼했어요

 

 

주변을 둘러보면 이혼 가정과 재혼 가정이 의외로 많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가정의 형태가 다양해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내가 가르치는 저소득층 아이들 중 1/3정도가 한 부모 가정 아이들이다. 한 부모 가정 아이들은 채워지지 않는 결핍을 호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한 부모로 아이들을 책임져야 하는 이들은 생계비를 버느라 아이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어른들은 이혼이나 재혼에 아이들의 정서와 감정을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바바라 파크가 쓴 이혼과 재혼에 관한 이야기 <웃을 순 없잖아>와 <엄마가 결혼했어요>는 자녀를 둔 사람들이 이혼과 재혼 전에 염두에 두어야 할 많은 것들을 시사하고 있다.

 

이혼,  엄마 아빠만의 문제일까

 

부모의 이혼을 다룬 책 <웃을 순 없잖아>는 미국인 바바라 파크가 쓴 글이다.

 

책의 주인공인 11살 찰스 역시 엄마와 아빠의 일방적인 이혼 결정과 통보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상황을 맞는다. 어른들은 자신들의 감정이 달라졌다는 이유로 이혼을 하고 찰스는 엄마와 아빠 중 한 사람을 선택해 살아야 한다. 어른들은 찰스의 감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감정을 추스르느라 여념이 없다.

 

어른들의 일방적인 결정에 의해 자신의 인생이 망쳐버렸다고 느끼는 아이에게 어른들이 자신의 짐을 덜기 위해 억지로 웃음을 강요하는 것은 부모라는 특권을 이용해 심리적 고문을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지금까지 부모님의 이혼과 관련해서 제일 기분이 나쁜 건 내가 언제나 웃기를 강요받았다는 사실이야. 엄마 아빠가 함께 지낼 때에는 내가 웃고 싶을 때 웃으면 됐어. 그런데 엄마 아빠가 헤어진 다음부터는 정말로 기쁘고 행복한 표정을 지어야만 했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엄마 아빠가 더 죄의식을 느끼게 될 테니까 말이야.

 

"자 기운을 내야지."

 

엄마가 줄곧 하는 소리지. 그러고는 나를 웃기려고 애를 쓴다니까. 그런데 정말 싫어하는 게 있다면 웃기 싫은데 자꾸 억지로 누군가가 나를 웃기려고 하는 거거든. 엄마는 이렇게 말하지.

 

"이리 오렴. 네가 좀 웃어주면 좋겠구나."

 

가끔씩은 나도 반항하려고 해 보았지. 그런데 엄마는 내가 웃을 때까지 나를 놔두지 않더라고. 그래서 엄마에게서 벗어나려고 바보처럼 배시시 미소를 날려 주고는 했지.

 

내가 계속 웃어주기를 바라는 건 엄마뿐만이 아니야. 아빠도 똑같아. 세상에! 내게 이혼한다고 이야기하던 날 밤에도 나보고 웃으라고 하더군.…

 

자녀가 있는 사람일 경우 이혼은 당사자 간 문제가 아니라 가족의 문제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 자녀 역시 상황을 받아들이려면 당사자만큼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왜 함께 살 수 없는지 왜 헤어지기로 결심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충분한 대화를 나눈 뒤 아이가 어느 정도 감정을 다스릴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정도의 배려가 필요할 것이다.

 

갑작스러운 부모의 헤어짐으로 치미는 분노나 일탈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동화 속 주인공 찰스에게 자신도 부모의 이혼으로 힘들어 하던 경험이 있는 정신과 의사 지랄드 박사는 이렇게 충고한다.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생각을 정직하게 말하라. 언제든지 말하라. 단, 소리 지르지 말고 차분하게 말하라."

 

찰스는 위기 전문가인 지랄드 박사의 도움을 받아 점차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이며 감정을 정리해 간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자녀들의 감정을 존중하며 헤아려주는 부모들이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이혼 가정이 날로 늘어나는 마당에 부모나 아이 모두 좀 더 빠른 시일 내에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솔직한 표현을 통한 소통 밖에 없을 것이다.

 

 

어느 날, 엄마가 결혼을 한다면?

 

상처를 해서 상대가 이 세상에 없는 경우와 달리, 이혼을 하고 따로 살다가 각자 또 다른 배우자를 맞이하게 되는 경우, 자녀들이 겪는 혼란이 당사자들이 겪는 심리적 갈등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아이들은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한 집에 살지는 않아도 자신들에게는  분명히  엄마와 아빠가 있는데, 새로운 엄마나 아빠가 생기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엄마가 결혼했어요>는 <웃을 순 없잖아!>의 후속편으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혼한 엄마와 함께 사는 아이, 찰스 눈에 비친 재혼 가정의 갈등을 그린 글이다.

 

아빠와 헤어져 엄마와 함께 살던 찰스는 접촉사고로 알게 된 벤 아저씨와 가까워지는 엄마가 못 마땅하다. 찰스는 어찌하든 엄마와 아빠가 다시 가까워져서 한집에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찰스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엄마는 벤 아저씨와 만남을 계속 이어가더니 드디어 아이가 둘이나 되는 벤 아저씨와 재혼을 하기로 결정한다. 생활 습관이 전혀 다른 두 집안이 합쳐지는 일은 어른들도 감당하기 쉬운 일이 아니다.

 

갑자기 형과 누이가 생기고 더구나 방까지 함께 써야 하는 상황이 되자 찰스는 또 다시 심각한 갈등과 혼란을 경험한다.

 

…아빠가 말하는 방식 때문에 나는 너무 화가 났어. 남의 가족을 통째로 내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일을, 마치 빠진 이나 엉망으로 깎인 머리를 견뎌내야 하듯이 어쩔 수 없는 것처럼 말하는 방식이 말이야. 나는 허공에 대고 손을 흔들었어.

 

"그래, 아빠. 아무 문제없겠지. 내가 살면서 적응해야 할 또 하나의 작은 사건일 뿐이라고.

그렇지? 처음에 나는 엄마, 아빠 두 사람과 함께 출발했어. 그러고는 갑자기 그 두 사람이 이혼을 한다고 해서 아빠를 잃었지. 그러더니 엄마는 차를 후진하다가 어떤 아저씨의 트럭을 들이받았고, 알다시피 나는 또 다시 다른 아빠를 얻게 되었다고. 덕분에 십대 여자 애가 나의 엄마를 자넷이라고 부르고 멍청한 꼬마 녀석이 동생이 되고 말이지. 그런데 내가 할 일은 이 모든 걸 받아들이는 일밖에 없다고? 하, 쉽군 그래."…

 

찰스는 아빠를 찾아가 자기가 처한 상황을 이야기하며 불평을 터트린다. 찰스의 아빠는 자기는 찰스의 아빠 노릇을 한번도 그만둔 적이 없다며 찰스를 달래지만 찰스에게 별 위로가 되지 못한다. 갑자기 엄마의 관심이 새 아빠 벤과 벤이 데려온 아이들인 리디아와 토마스에게 나눠지는 것도 서운하기만 하다. 찰스는 엄마가 더 이상 자기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아 가출을 꿈꾸기도 하고 자신을 졸졸 따라다니며 함께 놀고 싶어 하는 토마스가  마냥 귀찮기만 하다.

 

토마스를 떼어 버리려고 벽장 속에 잘린 손이 들어 있다는 거짓말을 했다가 토마스의 고자질로 혼쭐이 난 찰스는 어느 날 실수로 토마스가 지붕위에서 떨어지게 만든다. 찰스가 자기를 좋아해 주기를 바라는 토마스는 찰스의 잘못을 고자질하지 않는다.

 

…"나 말 안했어. 차룰스."

녀석은 내 귀에 대고 속삭였어. 나는 당황스러워서 눈썹을 추켜올렸어.

"지붕 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녀석이 말했어.

"전에 한 것처럼 그런 고자질은 하지 않았어."

나는 아직도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았어. 토마스는 흥분한 듯이 숨을 들이쉬었어.

"전에 내가 엄마, 아빠한테 벽장에서 손이 나온다고 말했을 때 형이 나한테 얼마나 화냈는지 기억나? 그래서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 안했어. 아무것도 안 일러바쳤다고."

"방금 전보다 더 가슴이 아팠어. 그걸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었단 말이야? 그 일이 녀석에게

그렇게 중요했단 말이야?"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토마스가 점점 더 심각한 표정을 짓는 걸 바라보기만 했어. 녀석은 어느 때보다 더 오래 아무 말 않더니 마침내 나를 올려다보며 속삭였어.

"이제 나를 좋아하지? 그렇지, 차룰스?"…

 

엄마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다섯 살 난 꼬마 토마스는 11살인 찰스가 좋아 처음부터 졸졸 따라다니며 함께 놀고 싶어한다. 그러나 찰스에게 토마스는 귀찮기만 한 존재이다. 어떻게 하든 찰스의 놀이에 끼고 싶어하는 토마스와 어찌하든 토마스를 떼어 버리고 또래끼리 놀고 싶어 하는 찰스와의 갈등은 예기치 않은 사건에 부딪치게 만든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여느 형제들처럼 서로 으르렁 거리기도 하고, 히히덕거리기도 하는 자연스러운 관계로 발전해 간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열린 마음으로 조금씩 다가서는 태도야말로 새로운 가족들에게 필요한 요소일 것이다.

 

이혼과 재혼, 자녀들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경제적 이유건 개인적 선택이건 이혼과 재혼이 부쩍 많아진 세상이다. 통계에 따르면 다섯 가정 중 한 가정 정도가 헤어진다고 하니 말이다. 그나마 자녀들이 없으면 다행이지만 자녀를 둔 가정에서 이혼이나 재혼을 결심한다면 당사자 둘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모두의 문제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자녀들에게도 감정을 다스릴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부부의 이혼으로 어느 한쪽 부모와 헤어진다면 어린 자녀들이 감당하기 힘든 상처가 될 것이다. 한쪽 부모와 헤어진 상실감 역이 작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도 비록 부부가 헤어졌다 해도 아이들이 원한다면 다른 쪽 부모를 만날 수 있어야 하고, 비록 재혼을 했다 할지라도 그런 원칙은 변함없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재혼을 결심할 경우 아이들이 서로 적응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사전에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재혼이 흠이 되는 세상도 아니고 자녀가 있는 이상 이혼이나 재혼은 더 이상 당사자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웃을 순 없잖아>와 <엄마가 결혼했어요>는 바바라 파크가 지었으며 오승민 김중석이 그림을 그렸고 한의사며 사회운동가인 고은광순이 우리말로 옮겨서 웅진주니어에서 출판했습니다.

출처 : 엄마 아빠, 우리도 '숙려기간' 필요해요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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