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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남’들아, 남자가 되어다오!

2009.01.27 13:39

강위 조회 수:1599 추천:213

 

 

꽃남’들아, 남자가 되어다오!

<꽃보다 남자>에는 소년과 소녀, 멋진 언니들이 있더라

 

드라마 <꽃보다 남자>(이하 <꽃남>)가 장안의 화제다. 식당에서 밥을 먹다 <꽃남> 이야기를 꺼내면 금세 식탁머리가 샤방해진다. 어디 그뿐이냐. 그 샤방함은 옆자리까지 전염돼 구준표, 윤지후, 금잔디와 같은 출연진들의 이름이 쏟아진다. 주 시청자는 10대 여성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2, 30대 누나들은 물론 4, 50대 누님들까지 꽃향기로 녹여버리는 이 드라마, 범상치 않다. KBS는 <꽃남>으로 3년 만에 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를 탈환했다

 

꽃남, 어디선가 본 것 같아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어준 ‘신화그룹’(드라마에서 설정한 가상 기업이다)의 창시자는 대통령에게 “훈장 대신 제 손자가 다닐 학교를 짓게 해달라”고 청한다. 이에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논스톱으로 진학 가능한 신화학교가 창립된다. 웬만한 상류층 자제는 발끝도 들이밀지 못하는 이 학교에는 자타가 공인하는 ‘F4(Flower4)’가 있다. 부모 잘 만난 덕에 다이아몬드 숟가락을 입에 물고 태어나 ‘왕자님’들은 악독하거나 나른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학생이 있으면 ‘레드카드’를 제시, 왕따로 만들어 굴복하게 만든다

 

이 귀족 공간에 뛰어든 ‘서민’이 있으니 세탁소집 딸 금잔디가 그 주인공이다. 정의감에 불타오르는 이 소녀는 일명 ‘오지라퍼’다.(오지랖이 넓다는 뜻이다.) 내 일이든, 남 일이든 꼿꼿하게 원칙을 적용하다. 당연히 가난에 굴하지 않는 해맑은 캐릭터로, 억척스럽고 돈과 음식에 목을 매지만 귀엽고 사랑스럽다. 이 캐릭터, 어디선가 본 듯하다.

 

2007년 말 드라마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던 <커피프린스 1호점>(이하 <커피프린스>)에서 남장여자 ‘은찬이’로 분했던 윤은혜가 떠오른다. <꽃남>은 가상현실을 바탕으로 전개된다는 점에서 드라마 <궁>과 비교되지만, 꽃미남 4명과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소녀 1인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커피프린스>와 더 유사해 보인다.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나 삼각 구도 역시 비슷하다. 제멋대로인 남자주인공과 배려심 만땅인 서브 주인공은 절친한 사이다. 여자 주인공은 사려 깊음에 혹해 설레지만, 그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오래된 연인이 있다. 그 연인은 미모와 재능을 겸비한 인물로 여자 주인공은 감히 그와 대적할 마음조차 먹지 못한다. <커피프린스>가 일찌감치 ‘둘’, ‘둘’의 배치로 돌아섰다면 <꽃남>의 경우 ‘셋’의 삼각구도를 전면에 배치시킨다. 여자 하나를 두고 두 명의 남자가 벌이는 결투, 이 과정 또한 귀족적이다. 농구나 팔씨름 같은 서민적 운동은 밀어두고, 승마와 레이싱, 그리고 수영으로 승부를 다툰다.

 

이 같은 삼각구도는 특정 드라마가 특허를 낸 것도 아니고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니 딱히 지적할 마음은 없다. 다만 주인공 구준표가 자신의 설렘을 표현하기 위해 문에 기대서서 가슴을 탁탁탁 두드려대는 장면이나, “딱 한 번만 말할 테니까 잘 들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커피프린스>가 연상되는 것은 나 혼자가 아닐 것이다.

 

 

자의식 과잉 vs 감수성 과잉

 

이렇게 트집을 잡아보지만 이 드라마는 재밌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꽃보다 아름다운’ 남자들이 매회 세련된 옷맵시를 선보이며 소녀들의 가슴에 불을 놓고, 누나들을 흐뭇하게 한다. 한 명도, 두 명도 아니고 네 명의 꽃미남들이 포진해있어 취향에 맞게 열광할 수 있으니, 어찌 이 드라마를 놓칠쏘냐. “누구나 꿈꿔봤을 법한 이야기를 선보이겠다”는 제작의도에 따라 시청자에 대한 서비스 또한 확실하다. 으리으리한 저택, 잘 빠진 스포츠카는 기본이고, 전용기를 타고 남태평양 섬으로 놀러가는 장면, 게다가 그 섬이 개인 소유라는 설정은 부럽다는 느낌마저 마비시킨다.

 

 

하지만 제목과는 달리 이 드라마에는 ‘남자’가 없다. 오직 소년들이 있을 뿐이다. 신화그룹의 후계자 구준표는 자의식 과잉이다. 태어날 때부터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태어난 아이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황금방망이를 거침없이 휘두른다. 여자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폭력에 항의하는 소녀를 보고 자신에게 홀딱 빠졌다고 혼자 키득대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치장을 시키고, 손목을 낚아채고 아프게 하는 제멋대로인 소년이다.

 

전 대통령의 손자는 감수성이 넘쳐흐르는 소년이다. 화이트 정장을 빼입고 숲 속 길에서 혼자 바이올린을 켜고 틈만 나면 구석에 쳐 박혀 잠만 자는 이 아이는 물론 세상일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다. 친구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키스를 하고서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그러고 싶었으니까”라고 답한다. 제 감정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태도다.

 

 

소녀, 설렘과 모성애 사이에서 널뛰다

 

 

소녀는 처음, 자체 발광하는 아름다운 왕자님에게 홀딱 반한다. 그 왕자님, 위험한 순간마다 티 나지 않게 호의를 베풀어준다. 제멋대로인 소년에게는 눈을 부라리며 악을 써대는 소녀지만, 왕자님 앞에서는 나긋나긋한 말씨는 물론, 감춰둔 눈물도 뚝뚝 내보인다. “너도 오든지 말든지”라고 말하는 사람과 “재밌을 거야. 너도 와”라고 말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하지만 이 소녀, 소녀적 감성을 넘어선 모성애까지 발휘한다. 좋아하는 남자를 위해서는 그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대신 매달리기도 하고, 그 여자를 쫓아가라고 등을 떠밀고, 그 남자가 왕따 당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자신을 희생하고자 한다. ‘나 같은 건 자격상실이야’라거나 ‘나는 어떻게 돼도 상관없어요’라는 발언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소녀야, 너는 충분히 훌륭하단다. 되먹지 못한 것 같은 인간에게서 이런 말을 들은 소녀가 마음이 움직이는 것 또한 당연하다. 티격태격 대던 상대지만, 자신에게 ‘마음’을 내보인 상대를 아프게 하면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 소녀, 그야말로 ‘오지라퍼’다.

 

다행히도 이 드라마에는 ‘멋진 언니’들이 등장한다. 극중 윤지후의 첫사랑이자 엄마 같은 존재인 민서현(한채영 분)은 모델로 활동해서 번 돈을 기부할 뿐 아니라 부모님의 로펌을 상속받지 않겠다고 밝히는 여성이다. 이보다 더 쎈 언니도 있다. 구준표의 누나로 나오는 구준희(김현주 분)는 인간말종 동생을 사정없이 후려치는 유일한 인물이다. 게다가 이 언니, 강력한 카리스마로 배배꼬인 사건을 시원시원 풀어나간다. 소년들이 이들 앞에서 꼼짝 못하는 것은 당연할뿐더러, 소녀적 감성에서 허우적대는 소녀 역시 언니들을 보며 인생을 배워간다. 이 소녀, 멋진 언니가 될 싹수가 보인다.

 

여자가 원하는 것은 소통과 어루만짐

 

순정만화의 원조 <캔디>에서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가 처음 반한 인물은 안소니다. 앞서 언급한 드라마 <커피프린스>에서도 은찬이 반한 인물은 최한성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부드러운 남자’다. 혼자 울고 있을 때 어깨를 빌려주고, 인생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척박한 생을 위로하는 한 떨기 꽃처럼 은은한 향기로 고통을 희석시켜준다. 이것을 두고 ‘소녀적 감성’이라고 욕할지도 모르겠다. 이 같은 캐릭터는 ‘이미지 뿐’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개 여주인공들은 나쁘고 제멋대로인 남자주인공과 티격태격하다가 정이 들고 사랑을 확인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여심(女心)을 움직이는 것이 대화와 배려라는 사실이다. <꽃남>에서도 윤지후는 항상 금잔디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의견을 존중한다. 질문에 숙고해서 답해주고, 모르는 것은 스스럼없이 물어본다. 빛나는 외모에 끌린 것이 사실이지만 이로 동한 설렘이 증폭되는 것은 자신을 존중해주는 태도다. 이와 반대되는 경우도 있다. 극중 금잔디의 친구 ‘가을’은 수려한 용모 때문에 ‘이정’에게 혹하지만, “기생 오래비 같은 얼굴로 그대, 그대라고 하면 넘어갈 줄 아느냐”며 단칼에 호의를 거절한다. 가을은 인생의 소울메이트를 기다리며, 그 사람을 만나면 절대 놔주지 않겠다는 뚝심을 가진 소녀다. 소년 이정은 이런 태도를 ‘촌스럽다’고 비웃지만 이들의 애정행보가 어찌될지는 지켜봐야 할 듯하다

 

<꽃남>에 등장하는 꽃같이 어여쁜 소년들이 ‘남자’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자신의 상처와 고독을 이유로 남에게 주는 상처를 합리화하기보다는 스스로의 힘으로 상처를 치유했으면 한다. 자신이 줄 수 있는 것을 과시하기보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주는 기쁨을 알아갔으면 좋겠고, 자신의 감정에 책임지는 법을 배워가면 좋겠다. 꽃보다 아름다운 남자, 아니,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건강한 사랑을 키워갔으면 한다. 그런 아름다운 사람들과 뜨겁게 연애할 기회가 많아지길 진정 바란다.

 

 

문화미래 <이프>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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