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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밭자유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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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쓸수 없었던
말할수 없었던.
그러나 하고 싶었던 자궁 이야기
김해지시인이 말해주었다.

다음주 월욜에는
라디오 방송으로 녹음해서
들려드리겠당.

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고른 세편의 시
여러분에게 배달하리라.





가죽가방



                                                            김해자





자궁을 들어냈다, 말하는

여자의 웃음에서 만져지는 비릿한 핏덩어리

슬픔은 이렇듯 형이하학적이다



나이 먹을수록 여자의 복부는 부풀어갔다

봉분처럼 동그랗게 솟아오른 허리 아래, 여자는

뭐든 쑤셔넣기에 안성맞춤인 가방을 숨기고 다녔다

먹다 남긴 음식도 욱여넣고 빨래 던져놓듯 아무렇게나

내뱉은 욕설과 발길질 지고 싶지 않았던 짐조차

꾹꾹 눌러 담은 여자의 가방은 속을 채우자

옆으로 뒤로 삐져나오기 시작했다



숨기 좋은 질 좋은 가방 속에서 종유석 같은

암덩이가 자랐다 칸칸이 달린 지퍼를 열기라도 하면

꽁꽁 담아 둔 선사시대의 비릿한 시간들까지 새어나오는

가죽 가방 속엔 태어나면서부터 환대받지 못한 탄생의

울음소리와 다리 벌리고 하늘을 향해 치켜든 채

여자라는 동물만이 짓는 낙태라는 죄,

속에서 집어삼킨 슬픔이 숨어서

암각화를 완성해갔다



한때 타오르던 아궁이였던 그곳은

한때 차오르는 우물이었던 그곳은

한때 고귀한 탯줄로 이어지던 그곳은



이제 텅 빈 가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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