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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밭자유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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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속 친정

2019.05.01 01:02

기특기특 조회 수: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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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또 잠을 못 자고 있어요.


쌤 뵐때부터 그랬으니까 거의 3주 이상 되었네요...

몸이 망가지는게 느껴지는데 아무리 운동을 하고 볕을 쬐어도 잠이 안와요 .

머리만 팽팽 돌아가고....



선생님

저.. 저 창가자리 정말 좋아했어요.

선생님은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선생님께 치료받기 얼마 안됐을 무렵, 그러니까 제가 25살, 11년전에 저 자리에 누워서 침을 맞았어요.

선생님이 침을 놓으시면서 엄마에 대해 여쭤보셨고

저는 엄마 없어요라고 대답 했었죠..


그랬더니 쌤께서

네가 왜 엄마가 없냐, 그럼 너는 다리 밑에서 주워왔냐 라고 하셨어요..


쌤이 침 놓고 가신 후로 계속 쏟아지는 눈물 참느라 힘들었어요.


그리고 이번에도 그랬어요..

쌤이 1시에 마치신다 했는데 잠못자고 골골대다가 늦어버려서 그냥 침은 안맞아겠다 했어요.

그렇게 쌤과 단둘이 데이트하는건줄 알고 들어갔는데

웬걸? 언니들 총 출동해서 깜짝 놀랐답니다 ㅎㅎ


저 들어오라고 하신뒤 혈압, 진맥 짚으시고 차트에 적는데...

2008년부터 적어온, 노랗게 바란 제 진료기록지에 뭉클해지더라구요.

세세하게 하나하나 다 적어놓으신거 보고..

그만큼 내가 여기에 존재했었구나.. 싶어서..


몸 떨리는거 잊지 않으시고 한약 먹을때 그것도 꼭 말해서 치료받으라고 하시구...

울면 안된다고, 밝게 밝게 웃어야지 하고 갔는데

저 자리로 안내해주시는 순간부터 무너지더라구요..


그냥 마음이 포근해지는 자리..

상처받기 싫어서 꽁꽁 싸매놨던 제가 무장해제 되는 자리...

한약 냄새 선생님 냄새에 마음이 놓이는 자리..

자주 가진 못했지만 마음의 고향, 친정이었지요.


그래서 이 자리를 더이상 못 볼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막 슬퍼지더라고요ㅜ

침 맞으면서 혼자 몰래 울었어요 ㅎㅎㅎ



선생님...

우아사 모임하고 나서 난관조영술을 했는데 엄청 공포였어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려서는 생리통이 전혀 없었는데... 생리통 때문에 너무 힘들다는 친구들 이해 못했었는데..

정확히 그 사건 이후로 생리통이 생기기 시작했었거든요..

쌤께서 말씀하신, 여자들은 상처를, 감정을 자궁에 저장해놓는다는 말이 너무 사무쳐서,

혹시라도 내 자궁에 더 안좋은 일이 생겼으면 어떡하나.. .진짜 너무너무 공포스러웠어요.


최근 4년간 정말 너무 힘들었으니까요...

그 힘든 어린시절 견뎌내면서도 단 한번도 떠올리지 않았던 자살을 생각했고

제 자신이 누구인지, 중요한 뭔가가 사라져버린 느낌이더라구요...


그래서 진짜 혹이 더 생겨 있으면 어떡하지

유착됐으면 어떡하지

나 애 못 낳으면 어떡하지 너무너무 공포였어요.


진통제를 먹고 갔는데도 끔찍한 경험이었어요

실험실의 동물이 된듯한 기분.. 차가운 엑스레이베드 위에 누워 제 생식기에 관을 꽂은 채로 약물을 주입하면서

엑스레이 사진을 여러장 찍는데...

진짜 다리가 덜덜덜 떨리더라구요...

간호사가 와서 많이 긴장하신거 같다고 다리를 잡아줬어요....


다행히 문제 없대요 ㅠㅠ

오른쪽 난관 반응이 조금 느리긴 한데 왼쪽은 아주 건강하대요...


그 힘든 세월을,

최근 4년을,

폭음하고 폭식하고 구토하고 울고 잠못자고

면역력 바닥으로 떨어져서 사마귀가 얼굴도 모자라 몸으로 퍼지고 있었는데도..


제 자궁은, 난소는... 저를 지켜주고 있었더라구요ㅠ

정말 고마웠어요....



그러고 나서 다음날 아빠한테 음성메세지가 와 있었어요

미안하다는 사과일거라 착각하고 들었더니.. 자기 보험료 왜 안내냐는 전화였더라구요


두달만에 아빠한테 전화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그거 아빠가 내라고, 나는 이제 상관 안한다 하면서 또 막 화를 냈더니

아빠가 그래요

웃으면서.

너 나한테 왜 화풀이 하냐?



하... 진짜 멘탈이 나가더라구요

이게 사람인가

이게 인간인가

이게 아버지란 사람인가!!!!!!!!


양심은 어따 팔아먹고

그 사려깊고 착한 딸이 연끊겠다고, 병원 다닌다고, 상담다닌다고 힘들어 하는데도

전~~~~~~~~~~~~~~~~~~~~~~~~~~혀 이해를 못해요.


그게 또 상처를 건드려서

그 이후로 2주를 연짱 폭음 폭식 구토를 반복했어요......


아빠에게 장문의 문자로 속마음 털어놓고 욕하고

전화로 따지고

또 문자보내고


아빠는 없는말 지어낸대요

자기가 언제 그랬녜요....



미치겠더라고요

엊그제 상담을 받으며 여태까지 상담 중 가장 크게 오열했어요...

왜 화가 난건지, 뭐 때문에 이렇게 자꾸 바닥을 치는지 답답했는데

저 그냥 정말 온 집안 사람들에게 화가 난거더라고요..


내가 이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가정폭력의 마지막 희생자라는거.

나만 그걸 다 받아내야 했다는거.

사촌동생들 중 누구도 나처럼 산 인간 없고

이 집안에 흐르는 부정적인 기운, 감정, 온갖 더러운 것들 내가 다 받아냈다는거..


내가 그렇게

나마저 인연 끊으면 우리 아빠 불쌍해서 어떡하지..

말년에 폐지줍고 다니면 어떡하지...

하면서 걱정하고 맨날 음식 퍼다 나르고 했던 아빠를,

사실 저는 엄청 증오하고 있었더라고요. 혐오하고 싫어했던 거더라고요..


고작 저런 사람이 제 아빠라는게...

나를 이렇게 홀대한다는게.. 방치한다는게..

자기 상처르ㄹ 제게 대물림 했다는게..

그러고도 뻔뻔하고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라는게...


우리 아빠는 교육을 못 받아서 그런거라고,

사실 나를 엄청 사랑하는데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모르는거라고 주문을 걸고 살았던

제가 너무 불쌍하더라고요 ㅎㅎㅎㅎㅎㅎㅎㅎ


사랑이 없는 부모도 있는데...

늘 딜레마에 빠지는

퍼주는 부모, 자식을 무한 사랑하는 부모, 가족 이상주의에서 계속 뱅글뱅글 돌았던 거더라구요.


나는 아빠를 정말 싫어한거구나.

이거 하나를 인정하고 나니까 신기하게도 맘이 편해졌어요.

그리고 진짜 안봐야겠다, 볼 필요 없다,

아빠 말년이 불쌍해지는거 내 책임 아니다,

그렇게 공포였던... 아빠 사체가 발견됐다는 전화가 오면 어떡하지 하는 공포도 살짝 사라졌어요

그건 아빠 선택이지, 아빠 인생이지 내 잘못이 아니지.


이걸 머리로만 알았었는데

아빠를 싫어했단걸 인정하니까 그냥 편해지더라고요..




선생님..


부모라는 과거는 버리고

남편이라는 현재에 살며

아이라는 미래를 만나라는 말


너는 언제나 옳다 흐르라는 선생님의 가르침에 눈물 흘렸어요


이런 선생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 가슴에 새기면서 그 힘든 세월 버텨냈어요...

제 마음의 고향, 친정이세요 ㅠㅠ


부디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선생님  ♥

저도 맛난집 많이 찾아내서 선생님 맛난거 많이 사드리고 싶어요 ㅎㅎ



잠 못 드는 새벽

글 하나 올리고 갑니당...


6월까지 많이 울고 웃고 그렇게 저를 만나고 갈게요! ^^


ps : 쌤 크게 잘 보이시라고 글자 크기를 키워봅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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