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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인물로 세 사람을 선정한다면 우선 배우 옥소리씨를 꼽고 싶다. 간통죄로 고소당하고 1심 판결이 나기까지 옥소리씨가 우리 사회에 던진 화두는 결코 만만찮은 것이다. 간통죄의 합헌 여부를 묻는 헌법소원을 낸 것도 의미가 있지만 부부간의 잠자리와 관련한 불만에 대해 처음으로 여성이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 숨죽여 왔던 많은 여성의 공감대를 얻어냈기 때문이다.

 

옥소리씨가 남편에 의해 간통죄로 고소당했을 때 연 기자회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 결혼 십 몇 년 동안 부부관계를 한 횟수가 열 손가락 안에 꼽히며, 그의 시정을 요구했다. 아니면 이혼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둘 다 거부당했다. 그러던 중 마음 따뜻한 사람을 만나서 간통을 하기에 이르렀다 …”는 게 요지였다. 대부분의 남자를 민망하게 만든 것이 바로 부부간의 잠자리 횟수를 밝힌 부분이다. 사석에서 남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결코 옥소리씨를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한다. 박철씨는 결혼생활 동안 한 번도 간통을 안 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오죽하면 그런 은밀한 이야기까지 했을까라고 해도, 한 남자를 결정적으로 병신을 만들었다며 적개심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간통죄는 합헌이라는 헌재의 심판이 나왔고 옥소리씨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판결을 받았다. 그는 항소를 포기하고 판결을 받아들이겠다고 하면서 이혼한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혼이라는 어찌 보면 별로 어렵지 않은 결과를 얻기 위해 그가 치른 대가는 너무 가혹하다. 간통을 하고도 반성하지 않고 핑계를 남편에게 대고 간통의 위헌소송까지 제기한 괘씸죄가 적용되어 징역 1년6개월이라는 혹독한 구형을 받았다.

 

어떤 여자가 남편을 간통죄로 고소했다고 치자. 그때 남편이 기자회견을 열고 결혼생활 십 몇 년 동안 아내와의 잠자리 횟수가 열 번도 안 되었으며 아무리 요구를 해도 듣지 않고 이혼을 하자고 해도 거부했다, 어쩔 수 없이 간통에 이르렀다고 했을 때 세상 인심은 어땠을까. 간통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모두가 머리를 끄덕였을 것이다. 옥소리씨와 똑같은 법적용이 되었을까도 의문이다.

 

세상에는 이른바 섹스리스 부부도 많다. 그러고도 행복하게 산다. 성적 욕구가 없는 원인은 정신적 육체적 사회적 복합요인이다. 부부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성적인 면이지만, 다른 가치도 무수히 많다. 그런 까닭에 다른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섹스 없는 결혼생활을 부부간에 묵인하고 사는 것이다. 그러나 한쪽이 그런 부부관계를 원치 않으면 같이 살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꼭 주먹을 들어서 패야만 폭력이 아니다. 부부 사이에서 침실에서의 냉대나 거부, 외면도 폭력이다. 인권유린이다. 소리내어 남에게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것이기에 그것은 안으로 곪는다. 옥소리씨는 그런 폭력과 공권력, 두 가지 폭력에 희생되었다. 옥소리씨가 간통을 한 것이 잘한 일이라거나 미화하려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간통은 분명한 이혼 사유이다. 잠자리 거부도 이혼 사유이다. 서로 간통에 이르지 않도록 대화하고 노력하고, 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 이혼을 했어야 하는데도 분명한 이혼 사유를 외면하고 상대를 고통 속에 살게 한 것에 대해서는 왜 처벌과 위자료가 없는지 이해할 수 없다.

 

옥소리씨는 오랜 세월 행복한 부부인 척 산 것이 가장 후회된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그가 끝까지 가서 무죄를 얻어내는 것을 보고 싶었다. 불행한 결혼생활에 대한 위자료를 받는 것도 보고 싶었다. 그러나 ‘아내의 성’에 대한 불만을 겉으로 드러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나라의 어떤 여성운동가들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한 것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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