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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올레, 걸어서 바다를 만나다 <하점교 창후리 수로>

 

짧은 결혼생활을 하고 어린 두 자식을 데리고 출가한 나.

아빠 몫의 일부까지 힘닿는 대로 커버해야 할일이 많다.

사실은 제대로 한건 없다.

그냥 밥 안굶기고 키운것만도 내가 대견하긴 하지만..

 

심봉사가 지팡이 짚고 청이 손에 끌려가듯이

작년에는 야간신행이라고 바람은 내가 잡았지만

사실은 아이 뒤를 따라 걸었었다.

 

아들이 이번에는 낚시를 가잔다.

비린내 묻혀 오는게 싫지만 건전야외활동 교육이니까

적극동조에 얼른 따라 나선다. 지난주엔 미리 장비구입비도 집어주었다.

 

물고기가 눈을 뜨고 입질을 시작하는 새벽에

낚시터에 자리 잡으려면 동트기 전에 떠나야한다.

간만에 모자간에 아웅다웅하며 안개 깔린 길을 달려

수로에 도착하니 물안개가 보얗게 올라온다.

 

들판엔 모내기하는 농민들로 분주하고

하얀 백로가 유유히 날개짓을 한다.

아이옆에 김밥과 물을 챙겨주고

난 홀로 들판 길을 정찰 나간다.

 

“야. 엄마...이리로 걸어 가볼껴. 각자 쏠로 인생을 살자구.

멋있는 남자랑 눈 맞으면 혹시 따라 가버릴지도 몰라

찾지 않아 주시면 감사하겠어. 히히.“

“ 어? 그러셔..누가 말려서 못갔나? 엄마 시력 별로라는거 세상이 다알거든요.

잘 보구 따라 가셔요.” $%^&*

 

긴 수로를 따라 논길 사이를 걷는다.

간간히 다리가 걸려있고 흘러가는 물길은 비단폭처럼 반짝인다.

저 끝자락 쯤이면 바다에 닿으리라.

와~~그냥 푸른 들인줄 알았더니 가까지 다가서니 보리가 새파랗다.

6월이면 누렇게 익으려나 초록물결이 넘실댄다.

 

청보리밭에서 종달새가 솟아오를 때쯤이면

춘정을 못이긴 청춘들이 숨어들기도 한다는데 그럴만도 하네ㅋㅋ

보리줄기를 한줄기 꺽어 까끌한 털들을 얼굴에 대어본다..

 

짙은 잿빛 흑로가 날개짓을 한다.

우아하게 바람을 타는 동작을 눈으로 따라가다 내 몰골을 보자니

까망모자.티 바지..배낭까지 눈만 내놓은 까마귀같다.

 

이앙기로 모심는 것을 쭈그려 앉아서 구경을 했다.

모판에 촘촘히 박힌 것을 싹이 뭉개지지 않게 어찌

콕콕 심는지. 참 신기하기도 하여라.

 

말로는 농사쉬워 졌다고 하지만 모판을 들었다 놓았다

허리가 휘고 쎄가 빠질듯한데....

왠 까마귀같은 여자는 길을 묻는다. 민망 미안...

아저씨 바다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해요?

저쪽으로 쭈욱 가면 창후리고..

다리건너 왼짝으로 틀면 망월리요.

 

망월리라. 달을 바라본다는 동네. 창후리는 교동가는 배선착장이고.

혼자 씩씩한척하며 걷는 들길정찰이 끝나간다.

뒤돌아보니 연두빛 논사이로 하얀 가르마처럼 쪽 곧은 길을 지나

색시하게 구불구불 휘어진 수로제방길이

아스라하다.

 

 조금만 다가서면 갯벌 서해바다.

갈매기가 끼룩끼룩하고 병아리같이 뿅뿅 우는 새들도 무리지어 난다.

두시간 쯤 걸어서 바다에 당도했다.

 

팔 벌려 바람을 맞고 펄쩍펄쩍 뛰기도 했다.

갯벌에 포복하듯 자세를 낮추고 오줌도 놓고

찐 달걀도 까먹고 ...눈을 가늘게 뜨고 바다를 바라보았다. 오래도록.

이 순간은 누구엄마도 선생도 딸도 아니고

노래가사처럼 진심으로 그냥 ‘나’ 였다.

 

환청처럼 울리는 핸드폰도 꺼놓고 종적을 감춘 엄마가

절룩거리며 돌아오자.

왜 아저씨 못만났어? 기개가 대단하더니 패잔병같네....

나, 고개 도리도리. 대신.... 걸어서 바다를 만났어.

친구들과 같이 와서 오늘 탐사해둔 “걸바” 걸을거야.

엄마. 근데 요즘 왜 걸을 궁리만 해???

으응~~그동안은 일과 육아 잡다한 활동들이었잖아.

 

친구들은 나의 과거였고 고향이었는데 이젠 나의 미래며 노후보험이야.

나이들며 자식들한테 목매달고 개기지 않고 친구들과 놀 궁리하니까

솔직히 말해봐. 너 다행스럽지? 히히.

 

그대들은 나의 비빌 언덕이며, 어울려 먹는 두레밥상,

힘들고 억울하면 편 들어주는 아군,

갈증을 채워주는 동네우물이고 슬픔을 나눠갖는 장바구니.

행복 감사 사랑의 소식을 전해주는 우체통이지.

 

걸으면서 내내 그대들들 생각 많이 했다.

여기 같이 와서 걸으면 얼마나 좋아할까.

 

하늘과 땅이 눈꺼풀처럼 맞닿고 땅의 자락이 바닷물을 적시는 이곳.

들판에 친구들을 풀어 놓으면?

 

춤추듯 걸어가며 함박웃음을 지으면 얼굴 주름살이 활짝 펴지리라.

벌판을 휘감는 바람에 몸을 맡기면 찌들린 가슴이 크게 부풀리라.

도시에서 교양과 자세로 포장된 굳은살과 껍질이 벗겨지겠지

뽀얀 속살과 초롱한 눈망울만 살포시 남지 않으려나.

 

이렇게  놀 궁리에 젊지도 늙지도 않은 나이가 참 좋다!

걸으면서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제대로 가사 아는 게 없어서

새타령 심지어는 노들강변을 부르며 팔 휘젓다 말았다는 거.

이참에 명랑가요 공부도 해야겠다.

 

<개념도>

하점면 사무소 뒷산이 동쪽이다. 수로길을 바라보면 오른편이 북쪽 별립산

왼쪽이 고려산 능선, 저 멀리 서쪽 해지는 방향에 두둥실 떠있는 산은 석모도다.

수로는 벌판의 동쪽에서 시작하여 서쪽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군데군데 하점교 삼거천 창후교가 나타난다. 그 길을 걷는 것이다.

 

<수로 찾아가는 길>

신촌그랜드 백화점 뒤에 강화버스터미널에서 버스가 자주있다.

강화읍 버스터미널에서 내리면 바로 하점면 가는 군내버스를 탄다.

‘하점면 사무소’에서 하차 후 맞은 편 길건너 들판길로 내려서

수로를 찾는다. 수로를 따라 서쪽 석모도를 바라보고 걷는다. 약 4킬로.

종점은 창후리 포구다. 무태돈대를 들려서 낙조를 보고 버스를 타면

하점면사무소를 지나서 강화버스터미널로 귀환할 수 있다.

 

<맛집>

강화는 저녁에 길이 막힌다. 아침 일찍 소박한 백반을 주는 “우리옥”이 있으니

일찍 들어가서 따뜻한 밥을 먹고 올레를 시작하는 것도 좋다.

하점면사무소 맞은편에는 건강손두부집도 괜찮다. 송해 삼거리 우체국 옆의 ‘푸른언덕’도

정말 맛있다. 들판 수로길에는 간판도 가게 전무하다. 물과 간식은 준비하는 게 필수.

화장실은 하점면사무소와 창후리포구를 이용한다. 강화벌판의 바람, 북서풍을 정면으로 맞는다.

알아서들 챙기시라.~~~

 

@ 사진은 창후리 선착장 무태돈대에서 찍은것. 실력형편무인지경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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